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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포커스

미국 증권회사의 내부통제 발전과정과 특징
2021 05/03
미국 증권회사의 내부통제 발전과정과 특징 2021-09호 PDF
요약
최근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이슈를 계기로 금융당국이나 업계 모두 관련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금융회사 내부통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므로, 본고는 증권회사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잘 발전시켜 온 미국의 제도를 간략히 살펴보았다. 미국 증권회사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법과 규정보다는 양형 가이드라인(USSG)에 따른 제재방식과 증권거래법의 감독자 책임 하에서 발전할 수 있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무엇보다 높은 수준의 기관제재와 경감정책, 그리고 감독자 책임에 있어서 면책조항 등의 효과적인 유인정책으로 판단된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마련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자진 신고하거나 정부조사에 협조하는 증권회사의 조치들도 중시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증권회사의 내부통제 제도 및 관련 법 체계에 있어서 미국과 우리나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내부통제 제도개선을 위한 논의에서 이러한 내용들은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서 사모펀드 판매와 관련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었다. 특히 내부통제 위반에 대한 법리적 해석과 금융회사 CEO들에 대한 제재가 그 중심에 있다.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금융회사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을 뿐, 금융회사가 지켜야 할 범위나 그 기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가 않다. 그 이유는 각 금융회사의 여건 상 효과적인 내부통제기준을 법률로 규정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와 같이 모호한 기준의 내부통제 제도가 최근의 논란을 키운 원인이 되었다. 금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금융당국이나 업계 모두 현재의 내부통제 제도에 대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내부통제는 법령의 준수, 경영의 건전성 그리고 주주및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를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영업행위와 관련하여 많은 법률과 규제를 집행하고 금융사고를 예방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으나, 실제로는 금융회사 임직원의 직무를 세세하게 감독하기 어렵다. 때문에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는 특히 금융감독의 차원에서 요구된다. 이러한 내부통제 마련에 있어서는 직원들의 법규 준수를 위해 마련한 절차와 자문, 위반행위를 감시하고 보고하는 일련의 과정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필수적인 요소 중의 하나이며 증권회사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가장 발전한 미국 사례는 우리나라 내부통제 개선에 대한 논의에 중요한 참고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본고는 미국 증권회사(또는 브로커딜러)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발전하는데 크게 공헌한 양형 가이드라인과 증권거래법 상 브로커딜러의 감독자 책임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미국의 기업에 대한 양형 가이드라인과 법경제학적 의미
 
1980년대 초까지 미국에서도 기업에 대한 제재금은 대체로 위법행위로 초래된 손실보다 작았다. 더욱이 기업은 직원의 위법행위 시에 이를 방지하려는 노력 여하와 무관하게 책임을 져야 하는 무과실책임의 원칙 하에서 제재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직원의 위법행위를 정부에 알리기보다는 은폐할 유인이 컸다. 당시 기업의 제재 수준과 방식으로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화이트칼라 범죄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이에 미국의 양형위원회는 양형 기준의 대폭적인 상향과 함께 공정한 제재와 기업 내 위법행위의 방지를 강조한 양형 가이드라인(United States Sentencing Guidelines: USSG)을 제시하게 되었다.
 
USSG는 기업의 범죄방지 노력에 따라 제재를 경감해주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이 적절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는지, 자체 조사로 발견한 직원의 위법행위를 당국에 자진해서 신고하였는지, 연방정부의 조사에 대해 적절히 협력하였는지 등이 주요한 경감 요건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업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 외에도 직원의 위법행위를 정부에 자진해서 신고하거나 정부조사에 협조한 조치에 대해서도 제재를 경감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위법행위와 관련한 정보의 접근, 감시 및 색출에 있어 기업의 협조가 필요하고 기업의 사후적인 조치도 직원의 위법행위를 방지하는데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제재금은 위법행위로 인한 사회적 피해에 의거하여 상상을 초월한 거액이 될 수 있지만 앞서 언급한 기업의 조치에 따라서 상당히 경감될 수 있다. 이를테면 적절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마련한 기업은 거액의 제재금을 경감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제재 경감은 온전히 주주들의 이익으로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CEO 뿐 아니라 이사회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유인을 가지게 되며 주주들도 이러한 비용 지출에 긍정적일 수 있다. 실제로 USSG를 계기로 많은 기업들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EC는 증권법 위반이 의심되는 사건에 대해 행정 또는 민사 소송을 통해 법원으로 가기보다는 제재금과 이행조건을 근거로 브로커딜러 등의 조사당사자와 화해(settlement) 방식으로 대부분 합의하고 있다. 비록 브로커딜러 직원의 위법행위와 관련한 사건에 USSG가 직접 적용되는 경우는 제한적이지만 브로커딜러가 SEC와의 화해 조정에 실패하여 법원으로 갈 경우 USSG에 의거한 제재금과 재판결과로 입게 되는 평판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근거로 SEC는 화해 과정에서 브로커딜러에게 높은 제재금이나 명령 등의 여러 조건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다. 반대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제대로 마련한 브로커딜러는 USSG를 지렛대 삼아 SEC의 과도한 제재금을 낮출 수 있는 협상력을 가지게 된다.
 
 
브로커딜러의 감독자 책임과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미국 의회는 1964년 증권거래법의 개정(15(b)(4)(E), 15(b)(6))을 통해 브로커딜러와 그 직원에 대해 감독자 책임을 명시적으로 부여하였다. 감독자 책임은 브로커딜러를 비롯하여 CEO, 지점장 등 직원을 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는 자에게 법규 준수의 감독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면책조항(15(b)(4)(E))을 통해 제시되어 있다. (i) 직원의 위법행위를 방지하거나 실무적으로 이를 적발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절차나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고 (ii) 그러한 절차와 시스템이 준수되고 있지 않다는 합리적인 의구심이 없는 상황에서 감독자가 자신에게 부여된 절차와 시스템을 적절히 이행한 경우, 감독자는 감독 책임으로부터 면할 수 있다.
 
감독자 책임의 면책조항은 브로커딜러 내 직원의 위반행위가 있더라도 감독자 또는 브로커딜러가 위에서 제시한 감독 책임의 의무를 다할 경우 행정제재로부터 면제받거나 감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브로커딜러나 감독자들은 적절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합리적 수준의 감독 책임을 다하려는 인센티브를 가진다. 특히 브로커딜러나 CEO는 이 같은 면책조항에 의해 감면될 수 있는 경우 자기의 적극적 방어를 위해 형식적이기보다는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추구할 유인이 크다. 규제나 제도 등의 변화, IT의 발전, 사업의 내용과 시장 환경에 따라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언제든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이와 같이 자율적인 운영체계 하에서 마련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한편 FINRA는 증권거래법과는 별도로 감독자 책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FINRA는 원칙적으로 Rule 3110을 통해 문서화된 감독절차(Written Supervisory Procedures: WSPs)의 마련과 감독자의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Rule 3120과 3130은 이에 더하여 감독통제 장치를 마련한 책임자가 감독시스템의 점검과 WSPs를 수정하고 이를 경영진에게 보고할 것을 비롯하여 CCO(Chief Compliance Officer)의 지정, WSPs의 마련과 조정 등에 대한 CEO의 인증, CCO와 CEO 간 1년 1회 이상의 감독절차 논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FINRA 규정들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나 감독시스템과 관련한 내부통제를 좀 더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면책조항으로만 제시되어 명백한 기준이 충분하지 않은 증권거래법 상의 감독자 책임을 자율규제의 형식으로 보완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요약 및 결어
 

미국 증권회사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법과 규정보다는 USSG 하에서의 제재방식과 증권거래법의 감독자 책임 하에서 발전할 수 있었다. 이를 가능케 만든 것은 무엇보다 높은 수준의 기관제재와 경감정책, 그리고 감독자 책임에 있어서 면책조항 등의 효과적인 유인정책으로 판단된다. 한편 이러한 인센티브 방식의 배경에는, 증권회사가 자기방어책으로 마련하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실질적이며 효과적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본다. 급변하는 금융 규제나 IT의 환경에서 기업들이 완전한 컴플라이언스를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마련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자진 신고하거나 정부조사에 협조하는 증권회사의 조치들도 중시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증권회사의 내부통제 제도 및 관련 법 체계에 있어서 미국과 우리나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내부통제 제도개선을 위한 논의에서 이러한 내용들은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