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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포커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동향을 제공하는 격주간지

요약
최근 국내 중소형사들은 기존 사업부문의 수익성 약화로 인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미국 중소형 투자은행(IB)들의 M&A 자문서비스 시장 진출 사례는, 자본력보다는 산업 특화, 전문성과 맞춤형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특정 산업에 특화된 전문성, 우수한 전문인력,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강력한 네트워크 구축이 중소형 IB들의 성공 요소로 꼽힌다. 최근 국내 M&A 시장은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거래가 활성화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에서 중소형사들이 진출해 볼 유망한 영역이기도 하다. 미국 사례에서와 같이, 국내 중소형사가 성공적인 M&A 자문 시장의 진출을 위해서는 신성장산업에 특화하고 우수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며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진출할 수 있는 M&A 자문 서비스는 중소형사의 장기적인 수익원뿐만 아니라 여타 IB 업무와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중소형사들은 전문성과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있어 쉽지 않은 과감한 투자와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해, 중소형사들이 이러한 M&A 자문 시장에의 진출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기반을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부동산PF 부실 사태, ELS 관련 투자 손실과 이에 따른 규제 강화로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들은 대형 자본력과 다양한 업무를 통해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소형사들은 자본 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누리지 못하는데다 기존 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어려움을 더 크게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형사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미국 중소형 투자은행(IB)들의 특화 현황과 성공 전략을 바탕으로 국내 중소형사들이 M&A 자문 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필요성과 그 전략을 논의하고자 한다. 미국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본력보다 전문성과 맞춤형 서비스가 경쟁력에 있어 중요하여 중소형사도 그 노력 여하에 따라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M&A 자문서비스 부문의 전략을 살펴보려고 한다.


미국 중소형 IB의 현황과 전략

미국에는 중소형 IB 또는 부티크 IB가 약 800여 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IB 부문 중 자본력이 필요한 인수 부문에 진출하기보다는 M&A 자문서비스를 비롯하여 전략적 재무자문, 자금조달 자문 및 주선, 구조조정 등의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자본력에서 소규모이지만 시니어 뱅커 중심의 우수한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대형 IB들이 진출하지 않은 중소(middle market)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상당 수가 1990년대 이후 IT 기술 혁신과 신성장산업에서의 M&A 수요 증가에 등장하였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IB의 시니어 뱅커들이 부티크 IB를 설립하면서 한층 더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중소형 IB들은 몇 가지 대표적인 전략을 가지고 니치 마켓에서 자리를 잡거나 평판 및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첫째는 특정 산업에 특화하는 전략이다. 중소형 IB들은 매우 소규모인 경우 특정 지역의 기업들에 집중하지만, 일반적으로 특정 산업에 집중하여 전문성을 구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소형 IB들은 대체로 1~5개 산업 또는 섹터에 특화하고 있으며 기술, 미디어, 통신(Technology, Media & Telecom, TMT), 헬스케어, 금융 및 핀테크, 에너지, 소비자, 식료 및 리테일(Consumer, Food, and Retail) 등의 산업 비중이 높다. 예를 들어, LionTree는 미디어, 기술, 통신(TMT) 분야에, Cain Brothers는 헬스케어 분야에 특화하고 있다. 중소형 IB들은 M&A 자문 서비스에서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 뱅커로 구성된 소수의 우수한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특화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전문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소규모의 부티크 IB라고 하더라도 중소기업들은 이들에 대해 전문성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높다.

둘째는 고객 최우선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대형 IB와 달리, 중소형 IB들은 고객과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개별 기업의 니즈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한 고객 맞춤형 전략은 자신들의 니즈를 잘 이해하고, 밀착해서 자신들을 최우선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파트너를 더 필요로 하는 중소‧중견기업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많은 중소형 IB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의 서비스가 고객의 상황과 요구사항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이에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소형 IB는 M&A 자문에서 국내외 네트워크를 매우 중요한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부티크 IB는 국내 PE 및 기업들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딜 소싱 역량을 높이려는 전략과 함께 자신들의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크로스보더 M&A 시장의 확대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M&A 자문서비스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의 Stifel이나 Raymond James, Piper Sandler는 증권인수 업무와 리테일 부문을 모두 커버하는 중형 증권사들로 우리나라 중형사의 수익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고 규모에서도 큰 편인데, 이들의 M&A 자문 서비스 전략을 보면 앞서 제시한 부티크 IB와 유사하다.1) 이들 또한 특정 산업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우수한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중소(middle market) 기업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로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특정 산업에서 명성을 쌓은 부티크 IB를 인수하여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자사의 경쟁력을 쌓고 있는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M&A 자문 서비스 분야에서 부티크 IB의 사업모델 전략은 종합증권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위에서 제시한 미국 부티크 IB의 사업모델이나 전략이 우리나라 증권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M&A 자문서비스의 진출 필요성과 수익 잠재력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아직 M&A 자문 서비스 진출에 대한 확신이 적고 또 진출 시에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가 많다. 이는 증권사들이 꽤 오랜 시간 M&A 자문 시장에 진출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그 성과가 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0년대 미국 증권사의 진출 사례를 보면 이들 또한 증권사의 자문서비스가 불필요하다는 시장의 인식을 바꾸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1970년대 미국 기업들은 M&A 거래 시에 법률회사, 회계법인, 컨설팅 회사에 각각 법률적 검토 및 계약서 작성, 재무실사와 회계 검토, 시장 조사 등의 자문을 요구하는 수준이었다. 당시 M&A 거래가 현재보다 규모가 작고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자문서비스에 대한 수요 또한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증권사들은 기업의 M&A 자문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까지 커다란 노력이 필요했다. 이들은 Full-service를 제공할 수 있는 전담 M&A 팀, 주목할만한 거래를 통한 평판 구축, 적대적 인수합병과 전략적 방어 메커니즘의 개발, 정크본드 등의 금융상품 개발과 인수금융의 개발 등으로 차별화를 꾀하였으며, 결과적으로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전환하는데 성공적이었다. 이러한 사례는 M&A 자문서비스의 진출에 있어서 증권사의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함과 동시에 그러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의 가능성이 전략적 노력 여하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M&A 자문서비스의 수익규모나 성장 추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전체 수익에서 M&A 자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대 전반에 걸쳐 30%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ECM과 DCM 부문의 수익 비중이 각각 20% 초중반에 머물고 있는 것과 비교해볼 때 M&A 자문서비스 부문이 IB 수익에서 얼마나 핵심적이고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미국의 M&A 시장이 적대적 M&A의 확대와 정크본드 시장의 영향으로 1980년대 붐이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아래의 그림을 보면 IT 기술, 바이오, 에너지 등의 신성장산업에 의한 산업재편, 국경간 M&A 딜의 성장 등으로 지난 40여년 사이 얼마나 크게 성장한 부문인지 알 수 있다.
 

 
최근 국내 M&A 시장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더벨 자료에 따르면, M&A 자문 시장의 규모는 2013년 22조원에서 2021년 90조원으로 증가하였고 2022~2023년에도 70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M&A 건수 또한 2010년대 150~200건에서 2021년 이후 250건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이는 지난 10여 년 간 대기업의 비핵심부문 사업 매각을 비롯하여 신성장산업 분야의 스타트업이나 중소 혁신기업들의 M&A 거래가 증가하였으며, 사모펀드(PE)의 활동도 많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기술 혁신에 따른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국경간 M&A의 확대와 산업 재편에 따른 구조조정 이슈의 증가도 M&A 시장의 성장 요인으로 보인다. 대형 딜의 성장도 두드러지지만 중소‧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M&A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이 부문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중소 규모의 M&A 자문 시장은 회계법인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는 회계법인이 수행할 수 없는 자금조달 역량 및 금융 솔루션, 시장 분석과 투자자 수요를 반영한 전략적 가치 평가, PE 및 VC와의 협력, 거래 성사 및 협상 과정에서 딜메이커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증권사가 이와 같은 강점을 활용할 수 있다면 미국과 같이 M&A 시장 진출의 성공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마지막으로, M&A 자문 서비스는 단순히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IB 수익원일 뿐 아니라 여타 IB 업무와 자산관리와도 시너지가 높다. M&A 자문 서비스는 기업의 중요한 이벤트를 지원한 계기로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형성하며 기업의 사업주 및 임원의 재무 설계, 승계 계획, 패밀리 오피스 등의 서비스까지 확장될 수 있다. Lazard나 Evercore와 같은 글로벌 부티크 IB들이 M&A 자문서비스와 함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점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결론: 중소형 증권사가 M&A 진출 시 나아갈 방향

미국의 사례에서 특화 IB 증권사가 무수히 많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그들 모두가 성공한 IB라는 의미보다 그러한 특화 전략이 없이 M&A 자문서비스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함의한다. 즉 특화 및 전문화는 M&A 자문서비스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인 것이다. 우리나라 증권업은 전(全) 산업에 대해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효율화하기 위해 정형화된 IB 서비스에 치중한 측면이 크다. 그러다 보니, 전문인력에 기반한 창의적인 서비스보다는 자본력에 의존한 IB 서비스가 더 일반적이다. 그러나, 전문성에 기반한 자문서비스는 시장에 제공하는 사회적 가치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서비스이므로 동일한 시장에서 창출할 수 있는 수익 측면에서도 더 크게 기여할 것이다. 중소 규모의 신성장기업들은 중소형사가 수익성을 내기에 적합한 시장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끌 기업들로 증권사의 전문성과 맞춤형 서비스가 매우 필요하다. 중소형사의 수익성 확보를 위한 측면도 크지만 중소형 IB 서비스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전문성을 높이는 전략을 기반으로 한 M&A 자문 시장의 진출이 필요하다.

중소형사들은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산업 특화 전략을 통해 M&A 자문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헬스케어, IT,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고성장 산업에 집중하여 전문성을 강화하고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평판을 구축한 우수한 전문 인력을 유치하여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을 강화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건대, M&A 자문 시장에서 전문인력은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경쟁력이다. 셋째는 고객 최우선의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이 M&A 자문 서비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산업 특화, 전문인력 확보, 맞춤형 서비스 제공, 네트워크 구축, 장기적 파트너십 추구 등의 장기적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증권사들이 수행해야 할 투자와 노력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고 장기적인 전략으로 한 M&A 자문 시장의 진출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원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1) 이들 증권사들은 IB 수익 중 50% 이상을 M&A 자문에서 창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