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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시중 유동성 현황 평가와 위험 요인
2021 05/17
미국 경제의 시중 유동성 현황 평가와 위험 요인 2021-10호 PDF
요약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은 2020년 봄 팬데믹이 본격화된 이후 적극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 결과 M2로 측정한 미국 경제 전체의 시중 유동성은 GDP 대비 비율과 증가율 측면에서 역사적 수준에 도달했다. GDP 대비 시중 유동성의 비율이 그 추세치로부터 벗어난 정도를 의미하는 유동성 갭은 2020년 2분기에 +11.4%p를 기록한 이후 2021년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6%p를 넘어섰다. 그 결과 팬데믹 이후 4분기 동안 소비와 투자 등 경제활동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선 초과 유동성이 약 6.3조 달러 누적되었다. 미국의 경기가 급반등하고 있어서 분기별 유동성 갭 수준은 점차 줄어들겠지만, 당분간 추가 누적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로 인해 자산시장의 과대평가는 조금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자산가격의 하락 반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거시정책의 정상화가 늦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지면 예상보다 강력한 통화긴축이 불가피해지고, 그로 인해 미국 경기가 확장국면에서 침체국면으로 빠르게 반전될 수도 있다.
2020년초 Covid-19 팬데믹으로 경제위기에 직면한 각국 정부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강도와 속도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특히,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등에 업고 전세계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 대응을 주도했는데, “확장적”이라는 표현도 모자랄 정도의 규모로 유동성을 쏟아 부었다. 미국에서의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최소한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인 연준이 가계와 기업의 붕괴를 막고 있는 동안 백신이 개발되어 순조롭게 접종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 조만간 경제활동의 완전한 정상화가 예상된다. 경기와 금융시장은 반등을 넘어 과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 정부와 연준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공급된 유동성이 미국 경제 전체의 시중 유동성을 어떤 모습으로 변모시켰고, 그 위험요인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팬데믹 이후 미국의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
 

미국에서 팬데믹이 시작된 직후 연준은 가계, 기업, 금융기관의 자금경색을 줄이고,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전통적,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과감하게 수행했다. 연준의 유동성 공급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연준은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총 150bp 인하해 현재까지 0.00∼0.25% 범위에 묶어두고 있다. 연준은 국채와 모기지증권을 월평균 1,200억 달러 규모로 직매입하고 있다. 또한 연준은 각종 신용공급기구의 대출 및 보증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금융기관, 가계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1)
 
재정을 통한 지원 프로그램 역시 광범위하다. 2020년 3월 이후 모두 6개의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기업 및 가계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지원, 실업급여 지급, 연준 신용공급기구의 대출 프로그램을 위한 보증 공급, 기타 재난 극복을 위한 각종 지출2) 등이 포괄된다. 팬데믹 확산 이후 현재까지 의회를 통과한 미국 재정지출의 총 규모는 GDP의 약 27% 수준이다.3) 
  

 
 
신용창출을 통한 시중 유동성의 급격한 증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공급된 유동성은 소비, 투자, 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운영경비 등으로 쓰이거나, 또는 당장 지출되지 않고 저축으로 쌓이게 된다. 일부는 부채 상환에도 활용된다. 소비 및 투자 등 경제활동의 경우뿐만 아니라, 저축의 경우에도 계속해서 신용과 소득의 창출이 일어난다. 그 결과물은 시중 유동성, 즉 광의의 통화량인 M2로 측정된다.4)
 
미국의 시중 유동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빠른 속도로 증가해 왔지만, 팬데믹 이후의 증가 속도와 규모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2010년대의 GDP 대비 시중 유동성 비율은 1960년 이후 가장 높았는데, 최근에는 그 비율이 90%까지 치솟았다. 이 비율은 팬데믹 이전에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지만 60∼70% 수준으로 최근보다는 낮았다. 10%를 넘지 않았던 시중 유동성 증감률(전년동월대비) 추세 역시 20%를 넘어섰다.
 

 
GDP 대비 시중 유동성 비율과 시중 유동성의 증가율만 봐도 얼마나 많은 유동성이 창출되고 있는지 알 수 있지만, 원래 금융자산의 증가 속도가 GDP의 증가 속도보다 빠르다는 점을 감안해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여기에서는 GDP 대비 시중 유동성 비율이 그 추세치로부터 벗어난 정도(%p)를 추정해 유동성 갭이라 정의한다.5) 유동성 갭이 양(+)의 값을 가지면 경제활동에 비해 더 많은 시중 유동성이 축적되고 있음을 의미하며6), 음(-)의 값을 가지면 당연히 경제활동 대비 시중 유동성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이는 상당히 동적인 특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경기가 침체되어 중앙은행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추구하면, 유동성 갭이 양의 값을 보이다가,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서 통화정책 스탠스까지 긴축으로 선회하면, 유동성 갭은 음의 값으로 빠르게 전환된다. 
 
이러한 특성들은 <그림 3>에 잘 나타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양의 유동성 갭과 음의 유동성 갭이 그리 길지 않게 반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4분기부터 2017년 3분기까지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대체로 양의 유동성 갭이 측정된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기가 장기간 확장국면을 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긴축정책으로 쉽게 돌아서지 못했고, 그 결과 양의 유동성 갭이 길게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연준이 0.00∼0.25%였던 기준금리를 2015년 12월부터∼2018년 12월까지 9번에 걸쳐 2.25∼2.50%까지 올리고, 이를 2019년 7월까지 유지하자 2017년 4분기부터 유동성 갭은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10분기동안 음의 값을 보였다. 당시 분기별 음의 유동성 갭은 196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에서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2분기부터 극적으로 반전되기 시작했다. 2020년 2분기 양의 유동성 갭은 무려 11.4%p로 196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고, 2021년 1분기까지 분기별로 6%p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보다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분기별 유동성 갭을 금액기준으로 계산한 것이 <그림 4>의 유동성 갭 금액이다. 이를 통해 팬데믹 이후 경제활동에 필요한 수준을 초과한 시중 유동성이 분기별로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초과 유동성 규모가 컸다고 알려져 왔으므로 분석기간은 2008년 4분기부터 2021년 1분기까지로 한다.
 
미국에서 팬데믹이 본격화되었던 2020년 2분기에는 그 금액이 +2.2조 달러였다. 이는 2020년 미국 연간 명목GDP의 약 10.5% 수준이다. 그리고 그 이후 3분기동안 꾸준히 분기별 평균 +1.3∼+1.4조 달러의 유동성 갭이 발생했다. 그 결과 2020년 2분기∼2021년 1분기 중 총 +6.3조 달러의 유동성 갭이 쌓였다. 물론 전술한 바와 같이 2017년 4분기부터 2020년 1분기까지 큰 규모의 음의 유동성 갭이 발생한 만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부터 누적된 초과 유동성은 아직 크지 않다. 2008년 4분기 이후부터 누적되던 시중의 초과 유동성은 2017년 3분기에 +3.9조 달러에 이른 후 감소하기 시작해 2020년 4분기까지 음의 값을 보였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분기별로 양의 유동성 갭이 발생해 누적 초과 유동성은 2021년 1분기부터 양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시중의 초과 유동성 누적이 상당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7)
 

 
 
위험 요인
 
양의 유동성 갭, 또는 초과 유동성은 경제활동에 대비한 개념이다. 따라서 경제활동 대비 과다한 규모의 유동성은 소비 및 투자 등 실물경제에 활용되지 못하고 금융시장 내에서 순환하면서 각종 위험 요인을 만들어낸다. 동시에 풍부한 유동성을 통해 총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이와 관련해서도 위험 요인이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팬데믹 이후 미국의 누적된 시중 유동성은 자산시장의 가격을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투자자들의 위험선호도 역시 키웠다. 미국의 주식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상승추세를 이어왔다. 양적완화라는 강력한 확장적 통화정책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의 힘이었다. S&P500와 나스닥100에 포함된 기업의 평균 PER(Price to Earning Ratio)은 2014년 중반에서 2015년 중반 정도를 지난 후부터 장기평균(2008년 11월∼2021년 4월)을 넘어서는 추세를 보였다. 미국 주식시장의 PER은 전술한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잠시 하락한 후, 팬데믹 직후부터는 수직 상승하고 있다. 2021년 4월 기준으로 S&P500 기업의 평균 PER은 33.3배, 나스닥100 기업의 평균 PER은 39.7배인데, 이는 2008년 10월 이후의 평균인 19.4배와 22.7배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장기평균을 넘어선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주택가격의 상승 추세도 가팔라졌다. 이와 함께 가상화폐, 적자상태인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레버리지 활용 증대 등 위험선호도 역시 높아졌다. 
 
미국 정부와 연준은 확장적인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을 최소한 금년까지는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그 결과 초과 유동성도 지금보다 더 축적될 것으로 보인다. 즉, 자산가격 및 위험선호도의 상승이 더 이어질 수도 있다. Janet Yellen 재무부 장관이나 Jerome Powell 연준 의장은 경기과열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자산가격의 과대평가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의 자율조정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대평가된 자산가격이 갑자기 급락하면 금융시장 불안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반등한 경기에도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발간된 연준의 보고서에도 언급되었다.8) 
 

 
거시정책의 정상화, 즉, 대규모로 공급된 유동성의 축소가 미뤄질수록 경기과열과 인플레이션 급등 가능성도 커지며,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과열된 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긴축 정책의 강도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일시적으로 급반등한 미국의 경기가 다시 침체국면에 빠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예를 들어 Lawrence Summers는 지난 2월 5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 재정부양 패키지의 규모가 상당해서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최근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우려의 배경에는 연준의 신뢰에 대한 의구심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여러 차례 고용시장의 완전한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동안에는 평균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이는 연준이 지난 30년 이상 통화정책의 기조로 삼았던 선제적(pre-emptive) 대응을 당분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2%에 묶여있던 기대 인플레이션이 갑자기 급등하기 이전까지 연준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을 수 있음을 우려한다. 시장에서는 이 경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뒤늦게 강력한 통화긴축을 시행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심한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도 있음을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팬데믹 이후 쏟아 부은 유동성을 줄이려는 정책 정상화가 늦어질수록 짧은 경기확산이 끝난 후 골이 깊은 경기침체가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맺음말
 

미국 경제는 글로벌 경제의 핵심 축이다. 우리나라 경제도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팬데믹 이후 미국의 공격적인 거시정책은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빠른 반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연준이 투입한 유동성이 신용창출을 통해 막대한 규모의 시중 유동성을 만들어 냈고, 이 유동성이 경기의 빠른 반등을 이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이렇게 풀린 막대한 시중 유동성으로 인해 새로운 위험이 만들어지고 있다. 향후 미국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스탠스 변화, 그리고 경제 및 금융시장의 반응을 우리도 예의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팬데믹으로 인해 발생한 위기로부터 완전히 회복된 직후부터는 여러 글로벌 금융안정 이슈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1) 신용공급기구들의 프로그램들 중 일부는 후술할 재무부의 재정지출 프로그램들이 보증하는 구조이다.
2) 백신개발 및 접종 관련 비용, 의료기관 지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3) IMF, Policy Tracker.
4) 이 글에서는 M2를 미국 경제의 “시중 유동성”으로 정의하기로 한다. 미국의 M2에는 결제성 통화인 M1 이외에 정기예금, CD, 저축성예금, MMDA, MMF가 포함된다. 미국의 M2에 주식형펀드 등 장기성 금융상품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문제는 있지만, 장기성 금융상품의 경우 거래의 빈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거래의 과정에서 대부분 M2에 포함되는 금융상품을 경유하기 때문에 M2를 “시중 유동성”으로 보는데 큰 무리는 없다.
5) 여기에서는 (M2/명목GDP)에서 (M2/명목GDP의 추세치)를 뺀 값을 유동성 갭(%p)으로 정의한다.
6) 일반적으로 이를 초과 유동성(excess liquidity)이라 부른다.
7) 물론 미국 경제가 과열 우려가 있을 만큼 빠른 속도로 반등하고 있기 때문에 분기별 초과 유동성 수준은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8)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Financial Stability Report, 202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