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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평가 체계 개선 방향
2021 05/17
ESG 평가 체계 개선 방향 2021-10호 PDF
요약
국제 준칙에 의하여 작성한 회계 정보와 정형화된 기업 공시자료에 기반한 신용등급 평가와는 다르게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 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ESG 평가는 방법론상의 투명성과 평가자 간 결과의 일관성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분류하여 측정하고 이해관계자에게 어떻게 보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ESG를 표방하는 투자 자금의 급속한 이동에 비추어 볼 때 기준의 부재는 자원 배분의 왜곡 내지는 불완전 판매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주요국의 관련 당국은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회계 기준에 준하는 국제 지속가능 기준안 마련, 포트폴리오 투자 기업의 지속가능성 위험 요인 공시 의무화 그리고 평가사에 대한 규율 체계 마련이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국내 ESG 평가 체계 개선 방향을 논의할 때 국제 정합성 차원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투자 규모와 관련 평가 서비스 확대
 

지속가능투자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집계로는 2020년 말 기준 45조유로로 보고되고 있고, 그 중 2.5조유로는 평가 기관에 의해 부여된 ESG 등급을 추종하는 기관투자자의 자금이다.1) 국내에서는 투자 의사결정시 기존 재무 분석에 더하여 ESG 등급을 반영한 주식형 펀드의 설정금액은 금년도 5월 6일 기준 1조 2,208억원으로 이는 1년 전에 비해 3.8배 증가한 금액이다. 
 
기업 활동의 ESG 요소를 분류 및 확인하고, 일정한 척도로 산출하여 투자에 실제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수반된다. 특히 재무투자 관점에서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 성과가 높은 종목을 선별해야하기 때문에 광범위하고 동시에 세분화된 데이터(data granularity)가 요구된다. 지속가능투자에 대한 지난 수년간의 관심과 투자에 힘입어 이러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은 ESG와 연관된 기업들의 정보를 공시를 통해 직접 제공받거나 다른 대안 원천 데이터 발굴을 통하여 수집하여 나름대로의 분류 방식과 등급 산정 방법론을 사용하여 관련 데이터, 등급, 지수 등 관련 서비스의 제공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준칙에 의하여 작성한 회계정보와 정형화된 기업 공시자료에 기반한 신용등급 평가와는 다르게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 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ESG 평가는 방법론상의 투명성과 평가자 간 결과의 비교 가능성 측면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외 지속가능투자의 규모가 증가하는 가운데, 기업의 ESG 평가 체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평가 체계와 지향점의 차이
 

ESG 평가 결과가 평가 기관마다 상이하여 일관성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평가 체계의 연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평가가 처음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1988년 미국의 Kinder Lydenberg Domini & Co.(KLD)에 의해서다. 이들이 구축하기 시작한 KLD Social Rating 데이터는 학계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어떻게 유형화하고 성과를 어떤 방법으로 측정하는가에 대한 연구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였다. KLD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분류는 이론에 의한 연역적 분류이기보다는 신념에 바탕을 둔 분류체계이다.2) 남녀평등, 인권과 같은 사회적 가치(values)에 기반을 둔 평가인 셈이다. 이에 반해 1995년에 설립된 Innovest는 지구 환경 악화를 둘러싼 기업의 대응 능력과 재무 연계성을 전제로 평가를 시작하였다. 즉 중요도(materiality) 관점에서 재무 가치(value)에 기반을 둔 평가이다. 현재의 평가 체계는 양자의 관점이 동시에 투영되어 있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의 ESG 평가에서 남녀 고용 비율을 갖고 사회(S) 성과를 측정한다면 사회적 가치 관점에 가깝고,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 건수에 의한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소송에 따른 재무적 피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가치는 사회 공동체가 지향하는 이념에 따라 측정 항목이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비재무 요소이기 때문에 관점과 측정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세 가지 개선 방향
 

현재는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분류하여 측정하고 이해관계자에게 어떻게 보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일된 기준은 없다. ESG를 표방하는 투자 자금의 급속한 이동에 비추어 볼 때 기준의 부재는 자원 배분의 왜곡 내지는 불완전 판매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주요국의 관련 당국은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문제점 해결을 위한 접근 방향은 크게 세 갈래로 이루어지고 있다. 
 
첫 번째는 기업들이 지속가능 활동과 관련한 주요 정보를 체계적으로 공시할 수 있도록 신뢰성 있는 기준과 제도를 마련하는 방향이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는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과 지속가능보고서 작성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기존 다섯 개의 기구3)에게 신뢰성 있는 ESG 정보 공시를 위한 기준안 마련을 위해 협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IOSCO는 ESG의 세 가지 요소 중 우선순위 측면에서 기후변화 위험의 고려 사항이 제일 중요하다는 판단과 정량 정보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객관적인 기준 마련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이라는 관점에서 환경과 관련된 공시 기준을 우선 마련할 것을 천명하였다. 이에 따라 앞서 언급한 다섯 기구에서 환경 관련 재무정보 공시 기준 원형(prototype)을 발표하였다.4) IFRS 재단은 국제 회계기준 제정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Board: IASB)와 같이 국제 지속가능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의 신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IOSCO는 자체적으로 지정한 기술전문가그룹(Technical Expert Group)의 검토와 의견을 토대로 ISSB를 최종적으로 IASB와 같은 글로벌 기준 제정 위원회로 지지할지 고려하고 있다. 이에 대한 총괄을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싱가포르의 통화감독청(MAS) 두 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두 번째는 아직까지 표준화된 지속가능 공시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 체계의 상이함으로 초래될 수 있는 투자자 보호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지속가능 금융 공시 규정(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 SFDR)을 통해 환경과 사회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속가능 의제에 대해서 금융회사 차원뿐만 아니라 판매되는 금융상품 차원에서 투자 수익에 대한 영향 평가를 공시하도록 법안을 마련하였다. 현재는 공시 대상이 되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규제 기술 기준(regulatory technical standards)을 마련 중에 있으면 2022년 1월에 적용할 계획이다. 규제 기술 기준의 내용을 살펴보면, 공시하여야 하는 내용과 형식(template)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예를 들면 투자 기업의 온실가스 집중도 산출을 위해 구체적인 변수과 산식을 명시하고 있으며, 남녀 간 보수 격차도 마찬가지로 구체적 측정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금융상품의 비교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방향은 ESG 평가 기관에 대한 규제 필요성 검토이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2021년 1월에 유럽 집행위원회에 보낸 서신에서 ESG 정보와 관련된 불완전판매 문제, 그리고 동일한 기관이 ESG 평가와 지수 산출을 동시에 수행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평가 기관을 규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이를 위해 기존 신용평가사를 규율하는 체계를 참조할 필요는 있지만 현재 ESG 평가 방법론이 진화하는 중이기 때문에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율 마련 필요성에 대한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국제 정합성 논의에 이해 당사자로 참여해야
 

국내 기업들의 지속가능 활동에 대한 의무 공시가 시행될 예정이다. 중요한 점은 기업들의 ESG 활동에 대한 의무 공시가 도입되더라도 공시에 관한 객관적이고 일관성 있는 기준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이 개입되어 평가 결과가 분산될 소지가 높을 수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와 관련된 분류 체계를 중요도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고, 기업과 금융기관 및 금융상품 차원에서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의 지속가능 위험, 특히 기후 변화 위험에 대한 정확한 공시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한국형 지표 표준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 논의 동향에 주요 당사자로 참여하여 우리의 이해를 대변하고 정합성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1) ESMA, 2021, ESG ratings: Status and key issues ahead, Report on Trends, Risks and Vulnerabilities No. 1.
2) 초기에는 지역사회, 노사, 환경, 제품, 여성과 소수집단, 군수 계약, 원전, 남아프리카와의 인종차별로 구분되었다가 나중에 기후 변화, 지역사회, 지배구조, 다양성, 노사 관계, 인권, 제품 품질과 안전으로 사회적 책임 분류가 변경되었다.
3)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CDSB(Climate Disclosure Standard Board),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IIRC(International Integrated Reporting Council),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 Board).
4) Reporting on enterprise value: Illustrated with a prototype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standard, December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