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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PEF의 ESG 투자 확산을 위한 고려 사항
2021 07/12
국내 PEF의 ESG 투자 확산을 위한 고려 사항 2021-14호 PDF
요약
최근 국내 PEF 시장 전반에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장기 투자와 피투자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PE는 기업의 ESG 경영 확산에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해외 PE에서도 ESG 투자는 가치제고와 위험 통제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어 ESG 투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해외 PE에서의 ESG 요소 통합은 자금모집-투자-가치제고-회수의 투자 순환 전 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ESG 전문인력의 활용 및 운용사 조직 내 ESG 문화 구현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해외 ESG 투자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현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표준화된 ESG 정보의 부재이다. 국내 PEF의 경우 비상장 중소ㆍ중견기업이 다수인 피투자기업의 특성과 소수지분 투자의 방식으로 인해 다소 불리한 ESG 투자환경을 가지고 있어 ESG 투자 확산을 위한 노력이 배가될 필요가 있다.
배경  
 

최근 ESG 경영과 책임투자에 대한 국내 기업과 투자업계의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장규모가 크게 확대된 국내 PEF도 대형 선도 운용사를 중심으로 ESG 도입이 발표되는 등 업계 전반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주지하듯이 ESG 투자는 위험관리와 지속가능한 장기 수익 창출을 위해 포트폴리오 기업의 성과와 평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Environment: E), 사회(Social: S), 지배구조(Governance: G)의 ESG 요소를 투자결정에 반영하는 투자 방식을 지칭한다.
 
2006년 UN 책임투자원칙(United Nations’ Principle for Responsible Investment: UN PRI)이 천명되고 이에 주요 자산보유자(asset owner)와 자산운용사, 서비스 기관들이 서명하기 시작한 이후 자본시장 투자자들은 뮤추얼펀드, ETF, 헤지펀드, PE 등 다양한 투자기구를 통하여 기업의 ESG 경영 확산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1) ESG 경영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데에는 시간이 소요되며, 인적ㆍ물적 자원의 투입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른 투자 방식에 비하여 비교적장기의 투자 시계(horizon)를 가지고 있으며 피투자기업 경영에 대한 깊은 관여(engagement)를 가치제고와 투자 수익의 원천으로 삼는 PE 투자 방식은 기업의 ESG 경영 확산에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PE는 2020년말 기준 전체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 운용자산 규모(AUM)인 10.7조 달러의 41%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 시장이다.2) 본 고는 ESG 투자가 이미 확산하고 있는 해외 PE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불리한 투자 환경에 놓여 있는 국내 PEF의 ESG 투자 확산을 위해 필요한 고려사항을 검토해 본다.   
 
 
해외 PE의 ESG 투자 현황
 

현재 4,000개의 투자 유관기관이 UN 책임투자원칙에 서명하였으며, 이들은 자산운용사(74%), 자산보유자(15%), 서비스 제공기관(11%)으로 구성되어 있다. Bain & Company에 의하면 2020년말 기준 3,000여개의 자산운용사 중 PE 운용사는 430여개로 약 14%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 중 16개 운용사만이 ESG가 투자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하고 있으며, 8개 운용사만이 포트폴리오 기업 전반의 ESG 모니터링을 체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등, 해외 PE 시장에서조차 ESG 투자가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지는 않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3)
 
해외 PE 시장에서의 ESG 투자 확산은 자본시장의 다른 투자 분야와 마찬가지로 연기금과 같은 자산보유자(asset owner)의 ESG 관련 책임투자의 천명, ESG 요소에 대한 정부 규제 강화, 그리고 소비자,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의 ESG 인식 변화 등이 직접적인 동인이 되고 있다. PE는 전통적으로 임직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해외 PE에서 ESG가 근본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이유는 ESG 강화가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줌으로써 기업가치를 실제로 증가시킬 수 있으며 동시에 투자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편임을 인식하는 운용사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PE는 자본시장의 다른 투자 방식과 마찬가지로 ESG 확산 초기 위험요소 파악을 위해 중점을 두었던 체크리스트(checklist) 중심의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방식으로부터 점차로 기회요소를 파악하는 포지티브 스크리닝(positive screening) 방식과 ESG 통합(integration)으로 진화해 왔다. PE에서의 ESG 통합은 투자 의사결정과 이후 모니터링 활동에서의 ESG 관련 위험 및 기회요인의 포착, 사후관리 및 출자자 보고를 위한 정합적 투자체계를 의미한다. 투자 대상기업의 특성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ESG 통합은 자금모집-투자-가치제고-회수의 투자 순환 전 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투자 순환 각 국면에서의 ESG 통합은 가치제고를 염두에 두고 기업가치와의 연관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ESG 통합의 온전한 실행 역량이 운용사 간 주요 차별화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PE는 피투자기업 경영진 뿐만 아니라 PE 내부 ESG 전문가 활용 또는 외부 전문가 조직과의 파트너쉽을 통하여 투자 결정을 위한 실사 단계와 ‘100일 계획’으로 불리는 투자 후 기업개선 계획에 ESG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오퍼레이션 전문가 조직에 ESG 요소를 통합한 기업가치 제고 방식으로 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PE 운용사 자체가 ESG 경영의 원칙을 도입하고 이를 위해 ESG 투자 성과를 보상에 연동시킴으로써 조직 내 ESG 문화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PE에서의 ESG 투자 장애요인: ESG 정보의 표준화
 

궁극적으로 출자자로부터 계량화된 투자 수익으로 평가받는 PE 투자의 속성상, ESG 통합이 재무적 성과로 연결되지 않으면 PE 운용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기 어렵다. 동시에 자산보유자들은 위탁 운용사들의 성실한 ESG 투자 집행 여부 및 ESG 투자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 수요가 존재한다. 자산보유자들의 ESG 수요에 부응하기 위하여 운용사들은 피투자기업의 ESG 모니터링과 ESG 성과에 대한 출자자 보고가 필요하다. 피투자기업에 대한 ESG 모니터링은 ESG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표준화된 측정 지표를 전제로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표준화된 ESG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포괄적으로 투자전략에 반영하기 곤란하다는 난점이 존재한다. 
 
PE에 있어서 ESG 데이터의 문제는 통일 기준의 부재 및 출자자별 보고에 따라 발생하는 ESG 보고의 중복 문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ESG 자료의 균질화 필요성, 그리고 ESG 측정 지표와 기업가치 지표와의 연계성 파악의 문제로 집약할 수 있다. 특히, 위험요소의 파악과 가치창출 가능성의 판단을 위해서는 ESG 정보 및 자료가 표준적인 가치평가에 있어서 필요한 재무 및 경영성과 지표와 어떻게 연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증적 모수의 축적이 필요하다. 이러한 ESG 관련 표준화된 자료 및 측정 지표의 부재는 ESG 투자와 관련된 분야 전반에 걸친 문제점이라 할 수 있으며 PE는 그 문제점이 가장 크게 부각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상장기업의 경우 시장 가격을 이용하여 ESG 요소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불완전하게나마 추산할 수 있지만, 대부분 비상장기업인 PE의 피투자기업은 추정의 불확실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재 글로벌 PE 운용사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ESG 투자 노하우와 경험의 축적이 일정 부분 이루어지고 나면 업계 전반의 공통적인 데이터의 축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PEF 시장의 특징과 ESG 투자에 대한 영향 
 

국내 PEF 시장에서의 ESG 투자 확산은 해외와 마찬가지로 공적연기금과 정책금융기관의 ESG 참여 확대에 의해 주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모집이 소수 출자자로부터 이루어지는 PEF의 속성상 이러한 주요 출자자의 ESG 참여 의지는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ESG 성과 축적을 위해 인적ㆍ물적 자원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선도 운용사와 그렇지 않은 후발 운용사 간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피투자기업 규모와 투자방식에서 해외 PE 시장과 상이한 국내 PEF 시장의 특성은 ESG 투자 확산의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국내 PEF의 피투자기업은 대부분 비상장 중소ㆍ중견기업으로 이들 기업 중 PEF 투자가 가능한 주요 기업은 국내외 제조업 공급망에 속해 있어 생존 또는 평판위험 관리를 위해 ESG 경영 도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이들 비상장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ESG 의무공시가 도입되지 않아 ESG 관련 정보가 부족하며 ESG 경영을 구현할 기업 내 전담인력이 부족하다. 국내 상장기업의 경우 2030년 ESG 의무공시 시행을 앞두고 ESG 공시 체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나, 비상장기업 ESG 공시 제도에 대한 검토는 아직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한 PEF의 ESG 관여는 필수적인 반면 ESG 전문인력과 같은 피투자기업의 ESG 경영자원 부족으로 실효성 있는 ESG 투자 확산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최근 국내 PEF 시장에서 바이아웃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나 국내 PEF 투자의 상당 비중은 소수지분 투자로서 피투자기업에 대한 적극적 ESG 관여에 본질적 제한이 따를 수 있다. 이는 바이아웃 투자가 대다수인 서구 PE 시장과 달리 소수지분 투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아시아 PE 시장에서도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사항이다. 2대주주 이하의 지분 투자가 이루어지는 소수지분 투자의 경우 포괄적인 ESG 통합의 추진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또한, 소수지분 투자에 ESG 투자 초기 단계에서 흔히 활용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방식을 사용할 경우 모집한 자금 규모 대비 충분한 투자처 발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편 지속가능한 ESG 투자의 확산을 위해서는 피투자기업에 대한 ESG 관여 뿐만 아니라 운용사 자체의 ESG 경영 도입과 ESG 투자 철학의 조직원 간 공유, 그리고 ESG 투자 성과와 인력 보상체계와의 연동이 필요하다. 이는 아직까지 피투자기업에 대한 ESG 투자의 도입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국내 PEF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과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ESG 통합을 이루어낼 수 있는 조직자본이 될 것이다. 
 
국내 PEF 시장은 PE가 이미 성숙하고 ESG 투자의 도입도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미국 및 EU 등 해외 PE 시장과 달리 다소 불리한 ESG 투자 환경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국내 PEF 운용사는 ESG 성과 측정, ESG 공시, 출자자 보고 등 해외 ESG 투자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반적인 현안에 추가하여 국내 PEF 시장의 고유한 특징에 기인하는 다소 불리한 ESG 투자 환경 극복을 위한 노력이 배가될 필요가 있다.
 
1) 본고는 특정 투자방식 또는 자산군으로서 PE(private equity)와 관련하여 국내의 경우는 PEF, 해외의 경우는 PE로 구분 사용하였다.
2) Preqin, 2020, Future of Alternatives 2025
3) Bain & Company, 2021, Global Private Equity Report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