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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적립률과 적립지수의 공시
2021 10/26
퇴직연금 적립률과 적립지수의 공시 2021-21호 PDF
요약
기존 퇴직금 제도에 비해 현행 퇴직연금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외부적립을 통해 퇴직급여의 지급 보장성을 높인 것이다. 현행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 DB) 퇴직연금은 퇴직부채 지급을 위한 자산이 기업 외부에 적립되는 외부적립형 퇴직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15년이 지났으나 DB형 퇴직연금의 적립률(=적립자산/퇴직부채)은 여전히 완전적립(적립률 100%)과는 거리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별 기업의 DB형 퇴직연금 적립률을 파악하기 어렵고 전체적인 상황을 알기도 더욱 어렵다. DB형 퇴직연금의 적립 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국 연금 적립지수의 도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적립지수 도입 시 퇴직금의 퇴직부채도 함께 집계되어야 한다.
2020년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55.5조원으로 2019년말 221.2조원 대비 15.5% 증가하였다.1) 그렇다면 퇴직연금 부채 규모는 얼마나 될까? 그에 관한 통계가 발표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다.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 DC) 퇴직연금의 경우 매년 퇴직부채가 정산되기 때문에 별도의 퇴직부채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퇴직연금 부채는 DB형 퇴직연금의 부채를 의미한다.
  
국민연금의 2020년말 적립금 규모는 834조원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부채 규모는 알 수 없다. 국민연금이나 DB형 퇴직연금이나 부채 규모를 알 수 없지만 상황이 약간 다르다. 국민연금의 경우 공적연금이기 때문에 국가라는 지급보장 장치가 있다.2) 그러나 사적연금인 퇴직연금은 최종 책임 주체가 사적 기업이기 때문에 그 기업이 파산할 경우 지급에 대한 보증장치가 없다. 따라서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퇴직연금의 지급을 보장하기 위해 퇴직연금 부채에 해당하는 금액을 금융회사에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DB형 퇴직연금은 완전 적립 상태를 유지하지 않으면서 별도의 지급보장 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적립을 통한 퇴직급여의 지급보장이라는 퇴직연금 제도 도입의 주요 목적 달성에 미흡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퇴직연금의 적립 상태를 살펴보고, 적립 상황을 보다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적립지수를 개발, 도입하는 작업은 퇴직연금의 발전을 위해 큰 의미가 있다. 우선 퇴직연금 외부적립의 의미를 살펴보고, 외국의 경우는 어떻게 퇴직연금 적립 상태를 파악하고 알리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우리에게 맞는 퇴직연금 적립지수의 개발과 도입에 있어 필요한 검토 사항을 알아본다.
  
  
퇴직연금 외부적립 의무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퇴직소득 안정을 목표로 도입되었으며,「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은 퇴직급여 지급에 필요한 금액을 기업의 외부(금융회사)에 적립하도록 의무화하였다. 과거 퇴직금 제도 하에서는 기업이 퇴직금 지급을 위한 별도의 자산을 사외적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이 도산하였을 때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다. 즉 대부분의 기업들이 퇴직금충당금을 장부상으로 설정하고, 외부에 별도 자산을 적립하지 않았다. 따라서 퇴직금 지급을 위한 자산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고, 기업의 다른 자산에 혼재되어 있었다.3)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 도산한다면, 근로자들은 퇴직금을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4) 퇴직연금은 퇴직연금 자산의 사외적립을 통하여 근로자의 퇴직연금 수급권을 높였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퇴직연금에 의한 퇴직급여는 퇴직금 제도와 동일하지만 퇴직연금 자산의 외부적립은 현금의 외부 유출을 수반하므로 퇴직금 제도에 비해 기업 활동에 부담이 된다. 예를 들어 2020년 퇴직연금 도입 기업들은 DB형 퇴직연금 28.3조원, DC형 퇴직연금 16.8조원, 합계 45.1조원을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납입하였다. 이때 퇴직연금 유형에 따라 외부에 적립하는 돈의 성격이 다르다. DC형 퇴직연금은 매년 발생하는 퇴직급여를 근로자의 퇴직연금 계정에 납입함으로써 퇴직급여 지급의무가 종료된다. 따라서 매년 발생하는 DC형 퇴직연금 부채는 기업이 퇴직연금 적립금을 납입하면 사라진다. 이에 비해 DB형 퇴직연금의 적립금은 향후 퇴직급여 지급을 위해 적립된 것이며, 퇴직급여 부채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퇴직급여법에서는 DB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기업이 퇴직부채 대비 사외적립자산의 최소 비율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퇴직급여법 제16조), 기업의 부담을 고려하여 퇴직연금 도입 이후 이 비율을 서서히 높여왔다.5) 즉 DB형 퇴직연금의 최소 적립비율은 2013년까지 60%, 2014~2015년 70%, 2016~2018년 80%, 2019~2021년 90%, 2022년 이후 100%이다(퇴직급여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퇴직급여법 시행규칙 제4조의 2).6) 
   
   
DB형 퇴직연금의 부채
   

2020년의 DB형 퇴직연금의 최소 적립비율이 90%이므로 DB형 퇴직연금 도입 기업이 부담하는 퇴직연금 부채를 171조원(=153.9조원/0.90)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20년말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이 153.9조원이고, 최소적립률이 90%이어야 하므로 퇴직연금 부채는 최대 171조원에서 최소 153.9조원(적립률 100%)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업의 부담을 고려하여 최소 적립률을 서서히 높여왔지만 많은 DB형 퇴직연금의 적립률이 최소적립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수의 기업은 최소적립률을 초과하여 적립하고 있다. 경제 상황에 따라 DB형 퇴직연금의 적립률이 변동될 수 있는데, 퇴직연금의 부채 관련 정보에 대한 공시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적립률을 파악하기 어렵다.7) 
   
퇴직연금 자산의 외부적립 의무는 법적 의무이기는 하지만 그 이행 여부에 대한 강제성이 상당히 미약하다. 근로자가 퇴직할 때 퇴직급여를 지급하지 않으면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강한 법적 제재가 따르지만 퇴직급여 지급을 위한 퇴직연금 자산의 적립은 기업의 자발적 성실성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DB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의 퇴직연금 적립률이 최소적립률보다 낮으면 적립금 해소 계획을 제출하고, 부족 사실을 근로자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8) 한편 정책 당국이 최소적립률에 대한 이행 조치를 강화하려고 해도 쉽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적립률이 낮은 기업의 사외적립 자금 부담 능력을 고려해야 하고, 또한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고 있는 기업은 퇴직급여의 사외적립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퇴직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에 퇴직연금 도입을 강제하려 해도 자금 부담으로 퇴직연금 자산의 사외적립을 이행할 수 없는 기업들도 많을 것이므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 적립률과 적립지수의 개발
  

퇴직연금 도입 기업의 자금 압박 등을 고려하여 완전적립을 강제하지 못하더라도 DB형 퇴직연금의 적립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므로 퇴직연금 적립률의 공시, 즉 가칭 한국 연금 적립지수(HanKuk Pension Index: HKP Index)의 개발, 공시가 필요하다.
 
DB형 퇴직연금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하여 외국의 경우에도 적립률에 대한 공시를 하거나 적립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연방은행이 자금흐름 통계에 퇴직연금 자산과 부채를 동시에 포함시켜 분기별로 공개하므로 일반인들도 퇴직연금 적립률을 파악할 수 있다(<그림-1(a)> 참조). 영국의 경우 퇴직연금 지급보장 기구인 연금보장기금(Pension Protection Fund: PPF)이 PPF7800 Index를 발표하고 있다(<그림-1(b)> 참조). 영국의 경우 평균 적립비율 뿐 아니라 초과 적립과 미달 적립 상태의 퇴직연금 정보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적립비율의 변화를 보면 2008년 금융위기 시에 연기금의 적립률이 상당히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2020년 코로나 19가 적립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이미 감독당국은 퇴직연금 부채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퇴직연금 적립률의 공시 작업은 어렵지 않게 시행될 수 있다. 퇴직연금사업자의 업무 중 하나가 DB형 퇴직연금의 재정검증이기 때문에 퇴직연금사업자인 금융회사는 DB형 퇴직연금의 자산과 부채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또한 금융감독원과 한국예탁결제원은 2018년 4월 30일 사용자(기업)별 퇴직연금사업자(금융회사) 정보를 상시 파악하여 사용자의 퇴직급여 지급능력을 효율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전산시스템 운영을 개시하였다.9) 따라서 감독당국이 필요하면 짧은 시간 내에 필요한 정보를 모을 수 있다. 
  
한편 HKP 지수 개발에 있어 국내 퇴직연금의 특수성으로 인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퇴직금도 적립률 0%인 DB형 퇴직연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퇴직금에 대한 집계 작업도 이루어져야 한다.10) 왜냐하면 퇴직금 대비 DB형 퇴직연금의 유일한 장점은 외부적립을 통해 퇴직연금이 개별 기업의 도산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한 것인데 그 적립 상태를 알 수 없다면 제도 도입을 위해 근로자들이 지불한 비용에 대한 효익이 줄어든다. 근로자 입장에서 볼 때 퇴직연금 도입 관련 가장 큰 비용은 퇴직연금이 도입되면서 퇴직일시금에 대한 세금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뿐만 아니라 퇴직금 제도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들의 세금도 같이 올랐기 때문에 모든 근로자들이 퇴직연금 도입의 효과인 외부적립에 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즉 퇴직금 제도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외부적립에 비용은 지불했는데 그들의 퇴직금은 외부 적립되지 않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 수익률이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성과 평가 지표라면 퇴직연금 도입률(가입률)과 퇴직연금 적립률은 퇴직연금 제도 운영 전반의 성과 지표라 할 수 있다. 
  
DB형 퇴직연금의 적립률이 중요한 이유는 적립률이 낮을 때 퇴직급여 지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DB형 퇴직연금의 적립 상태를 정확히 보여 주는 통계나 지표가 부족한 상황에서 HKP 적립지수는 퇴직연금 가입자, 가입 기업, 그리고 정책 결정자에게도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한편 기업이 부담해야 할 퇴직부채를 적절히 반영하기 위해서는 적립지수 도입 시 퇴직금의 퇴직급여 부채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1)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https://100lifeplan.fss.or.kr/main/main.do) 참조
2) 국민연금법에 정부의 지급보장 문구가 포함되지 않더라도 국민연금이 파산한다면 그 혼란은 엄청날 것이므로 정부가 개입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또한 국민연금 적립금이 고갈되기 전에 보험료율이 조정된다든지 국민연금 급여가 감축된다든지 하는 조정을 통하여 재정의 균형을 찾을 것인데, 그러한 조정 과정 자체가 국민연금의 지급보장 장치라고 할 수도 있다.
3) 퇴직금 제도를 시행할 때도 퇴직급여의 사외적립을 유도하기 위해 세법은 기업이 퇴직급여충당금을 사외적립하면 100% 손비로 인정하였지만 사내유보액에 대해서는 퇴직급여 충당금의 40%에 해당하는 부분까지만 손비로 인정하였다.
4)「임금채권보장법」을 통해 근로자가 받지 못한 퇴직금을 정부가 대신 지급하도록 하고 있으나, 퇴직금이 전액 보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임금채권보장법」은 지급되지 아니한 임금이나 퇴직금의 변제한도를 3개월분의 최종임금과 최종 3년간의 퇴직금으로 제한하고 있다.
5) 퇴직부채란 퇴직급여법 상의 기준책임준비금을 의미하며, 퇴직급여법 제16조에 따르면 기준책임준비금은 다음 중 더 큰 금액을 의미한다. ① 매 사업연도 말일 현재를 기준으로 산정한 가입자의 예상 퇴직 시점까지의 가입 기간에 대한 급여에 드는 비용 예상액의 현재가치에서 장래 근무 기간분에 대하여 발생하는 부담금 수입 예상액의 현재가치를 뺀 금액으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산정한 금액 ② 가입자와 가입자였던 사람의 해당 사업연도 말일까지의 가입 기간에 대한 급여에 드는 비용 예상액을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산정한 금액. 여기서 ①의 금액은 예상 퇴직시점까지의 예상액의 현재가치이므로 현재가치를 계산하기 위한 할인율이 요구된다. ②의 금액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퇴직금 금액이며, 사업연도 말일까지 1년 이내이므로 금액을 계산할 때 할인율이 필요 없다.
6) 2021년 이후 최소적립비율 100%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고려하여 2020년말 정부는 100% 최소적립 비율의 적용을 2022년 이후로 연기하였다.
7) 기업의 재무제표에 퇴직연금 부채와 자산이 공시되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퇴직부채는 파악할 수 있지만, 개별 기업이아 닌 퇴직연금 전반의 적립률은 알 수 없다. 또한 재무제표가 공시되지 않는 기업들의 퇴직연금 부채는 파악할 수 없다.
8) 퇴직급여법 시행령 제6조(재정검증 결과의 통보) ① 퇴직연금사업자는... 최소적립금(이하 “최소적립금”이라 한다)을 비교하여 적립금의 부족 여부, 적립금 및 부담금 납입 현황, ... 재정안정화계획서 작성 여부 등을 사용자에게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다만, 적립금이 최소적립금보다 적은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가 가입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에 서면으로 알리고, 근로자의 과반수가 가입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전체 근로자에게 서면 또는 정보통신망에 의한 방법으로 알려야 한다(개정 2019. 10. 29).
9) 금융감독원, 2018. 5. 2, 퇴직연금 재정검증기관 상시관리시스템 운영 개시, 보도자료.
10) DC형 퇴직연금의 경우는 매년 발생하는 퇴직연금 부채를 적립금으로 납입하므로 퇴직연금 부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납입을 미루는 기업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실태 파악과 관련 통계도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 DC형 퇴직연금에도 1% 이내의 소액이기는 하지만 미수 기여금(contribution receivable)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