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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우리나라 가계의 초과저축: 현황과 시사점
2021 12/06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 가계의 초과저축: 현황과 시사점 2021-24호 PDF
요약
팬데믹 이후 소비가 줄고 재난지원금 등 이전소득이 늘면서 전세계적으로 가계 부문의 초과저축이 많이 쌓였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평균적인 수준의 저축 대비 더 많이 축적된 초과저축이 2020년 1분기∼2021년 3분기까지 가구당 평균 310만원 내외로 추정되었다. 이를 가계 전체의 초과저축액으로 환산하면 2020년 명목 GDP의 3.5%인 약 67조원 수준이다. 가계의 특성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가계 그룹에서 초과저축이 축적되었는데, 특히 소득의 수준과 안정성이 높은 가계 그룹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초과저축을 쌓았다. 이 가계 그룹의 초과저축 축적은 지출 감소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반면, 소득의 수준과 안정성이 떨어지는 가계 그룹의 초과저축 축적은 이전소득의 증가에 주로 기인한다. 팬데믹 이후 축적된 가계의 초과저축은 주로 주식 및 펀드 등 자본시장에 투자되고 있다. 초과저축을 많이 보유한 가계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향후에도 축적된 초과저축의 상당액은 자본시장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자본시장으로 돌아온 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률, 다양한 상품, 시장에 대한 신뢰 등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2020년초 코로나19 감염증이 전세계적인 팬데믹으로 확산된 후 거의 2년이 지났다. 경제적으로 팬데믹 이전과 다른 가장 큰 차이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거리두기와 재난지원금 지급이다. 거리두기는 필연적으로 소비의 위축을 초래했다. 재난지원금은 개인 또는 가계의 이전소득을 늘려주었다.  이러한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확인되며, 그 결과 상당수 국가에서 가계 부문의 초과저축이 많이 축적된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팬데믹 이후 축적된 미국의 개인 초과저축은 2020년 명목 GDP의 약 12∼13%인 2.7조달러 내외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1) 미국 정부의 봉쇄정책으로 인한 소비 급락, 상당액의 재난지원금과 추가실업급여 지급에 따른 이전소득 급증 등이 개인 초과저축 증가의 원인인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봉쇄가 심하지 않았고, 재난지원금의 규모도 작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시 거리두기 장기화, 해외여행 억제 등으로 서비스 소비가 부진했고,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기 때문에 가계 부문의 초과저축이 적지 않게 축적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팬데믹 이후 축적된 가계의 초과저축 규모를 파악해 보고, 가계 그룹별로 초과저축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한다. 또한 초과저축이 향후 어떻게 활용될지 추정해 보고, 금융시장 및 자본시장에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 알아본다.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 가계의 초과저축

우리나라 가계의 초과저축을 추정하기 위해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활용했다. 가계동향조사는 분기별로 발표되는데, 가계의 월평균 소득과 지출을 항목별로 보여준다. 가계동향조사에서는 가계소득에서 가계지출을 뺀 금액을 흑자액으로 분류하는데, 이 글에서는 이를 저축액으로 정의한다.2) 가계동향조사에서 흑자율로 표기하는 저축률은 월평균 저축액(흑자액)을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이 글에서는 초과저축률을 구한 후, 이를 처분가능소득에 곱한 금액을 초과저축액으로 정의한다. 2020년 1∼4분기, 2021년 1∼3분기의 각 분기별 월평균 초과저축률은 2019년 동분기 저축률을 초과하는 정도로 측정했다.3)

<그림 1>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계의 평균 저축률은 팬데믹 직전해인 2019년에 24∼29% 범위에 있었는데, 팬데믹 직후인 2020년 1분기부터 올라가기 시작해 2021년 3분기까지 28∼33%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2020년 1분기부터 2021년 3분기까지 각 분기별 저축률을 2019년 동분기와 비교해 보면 2021년 2분기만 2019년 대비 저축률이 낮았다. 팬데믹이 발생했던 2020년 1분기에는 2019년 1분기 대비 초과저축률이 7.5%포인트로 기간 중 초과저축률이 가장 컸다.
 
각 분기별 월평균 초과저축률을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에 곱해 월평균 초과저축액을 추정한 결과가 <그림 2>에 정리되어 있다. 2021년 2분기를 제외한 여섯 분기의 월평균 초과저축액은 10∼26만원 범위(평균 약 15만원)에 있다. 월평균 초과저축액을 분기총액으로 환산한 후, 이를 모두 합하면 2020년 1분기∼2021년 3분기까지 우리나라 가계가 축적한 초과저축액이 추정되는데, 가구당 평균 약 310만원이다. 이를 우리나라 가계 전체로 환산해 개략적으로 계산해 보면 67조원 수준이다.4) 이는 2020년 우리나라 명목 GDP의 약 3.5%이며, 명목 가계최종소비지출의 7.8%이다. 이는 명목 GDP의 12∼13%에 달하는 미국의 개인 초과저축에 비해서는 훨씬 작지만, 이 금액이 향후 약 1년에 걸쳐 모두 소비에 이용된다고 가정하면 총수요 부양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가계 그룹별 초과저축 특징

가계의 초과저축이 어떤 그룹에 많이 축적되어 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가계 그룹별 초과저축 규모를 비교해 보았다. <표 1>에 분석결과가 요약되어 있다. 분석결과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근로자 가구, 가구주 연령이 40∼49세인 가구, 소득계층이 3분위∼4분위인 가구의 초과저축액이 나머지 가구의 초과저축액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는 소득 규모의 차이와 소득의 안정성에 기인하는 바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 그룹 분류 방법에 다소간 차이는 있으나, 모든 분류 방식이 일정 수준 소득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초과저축액이 상대적으로 많은 가계 그룹의 초과저축은 주로 가계지출 축소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초과저축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가계 그룹의 초과저축은 가계지출 감소보다는 가계소득의 증대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서술한 첫 번째 특징과 연계해 생각해 보면, 대체로 소득이 높은 가계 그룹들의 경우 지출 감소가 초과저축 축적에 더 큰 영향을 미쳤고, 반대로 소득이 낮은 가계 그룹들의 경우 소득의 증가가 초과저축 축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2020년 1분기∼2021년 3분기 중 대부분 가계 그룹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이전소득 기여도가 2019년 동분기 대비 커졌으며, 특히 초과저축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가계 그룹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즉, 이 가계 그룹의 경우 초과저축이 주로 소득의 증대에 기인했는데, 소득 증대의 상당 부분이 재난지원금과 같은 이전소득의 증대에 따른 것이다.5)
 


 
축적된 초과저축의 향방 및 시사점

가계소득 중 지출하고 남은 금액, 즉 저축액은 어떤 방식으로든 금융시장에 축적된다. 설령 가계가 저축액을 활용해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에도, 이 자금은 여러 건의 연쇄적인 거래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누군가의 명의로 금융시장에 남는다. 대출을 통해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취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자금순환에 잘 반영되어 있다. 
 

 
<그림 3>에 의하면 가계의 금융자산 운용액 증가 규모는 2020∼2021년에 크게 확대되었다. 과거의 분기 평균 증가 규모에 비해 약 2배로 늘어났다.6) 현금 및 예금 증가 규모도 커지기는 했지만,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운용액 증가 규모의 확대가 가장 컸다. 이는 팬데믹 이후 늘어난 가계의 초과저축 중 상당액이 자본시장의 주식과 펀드에 투자되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가계 금융자산 중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의 비중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그림 4> 참조).

오미크론이라는 새로운 변이의 등장으로 글로벌 경제에 변수가 발생했지만, 2022년에는 경제 정상화가 더 진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가계의 초과저축 규모는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현재 축적되어 있는 초과저축은 어떻게 활용되고, 가계 금융자산의 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선, 축적된 초과저축의 일부는 소위 보복소비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초과저축을 많이 축적한 가계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고, 그 안정성도 뛰어난 그룹이다. 이 계층은 한계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낮고, 월평균 저축률이 높다. 소비를 늘리더라도 새로 발생하는 소득으로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축적된 초과저축을 대규모로 동원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내구재 소비의 경우 2020∼2021년에 대폭 늘어났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규모 증대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행이 자유로워지면 여행과 관련된 지출이 늘어날 수 있지만, 이 또한 새로운 변이가 나타난 현 상황에서는 불확실하다. 소비에 활용된 초과저축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수익으로 남거나, 자영업자의 소득 및 금융자산 증대로 연결된다. 이는 주로 예금과 같은 현금성 금융자산에 축적될 가능성이 크다.

초과저축의 일부는 가계가 그동안 축적해 놓은 금융자산 및 대출과 함께 부동산 매입 또는 전세자금의 일부로 활용될 수도 있다. 이렇게 활용되는  초과저축 역시 궁극적으로는 누군가의 금융자산으로 남게 되겠지만, 부동산 거래와 연계된 자금은 주로 현금성 금융자산에 축적되는 경향이 강하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 및 대출 억제 등으로 시장이 정체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당분간 초과저축이 부동산 시장에 투입되고 현금성 금융자산 축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팬데믹 이후 축적된 가계 초과저축의 상당액은 주식 및 펀드, ETF 등 자본시장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초과저축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가계는 전술한 바와 같이 소득의 수준과 안정성이 높은 그룹들이다. 이 그룹에 속하는 가계는 고유의 배경위험이 상대적으로 작고, 따라서 주식 등 위험자산 보유 유인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 정설이다.7)

팬데믹 이후 여유자금을 많이 쌓은 가계가 모처럼 자본시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주식 및 펀드 등 자본시장에 내재된 위험을 분산시키고 감수할 여력이 있는 가계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이들을 계속 묶어둘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최근 상당수 개인들이 미국 ETF 등 해외 자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시장이 주는 수익률, 상품의 다양성, 시장에 대한 신뢰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튼튼한 기초를 바탕으로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개인이나 가계에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돌려주는 것만이 모처럼 찾아온 투자자들을 잃지 않는 길이다.
 
1) 김재칠, 2021, 『미국 경제 및 인플레이션 향방과 연준의 대응』,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1-19. 
2) 이는 처분가능소득(가계소득에서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금액)에서 소비지출액을 뺀 금액과 동일하다.
3) 초과저축률은 평균 수준의 저축률보다 높은 정도를 의미한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는 1인 가구 및 농림어업 가구를 모두 포함하는 우리나라 가계 전체에 대한 데이터를 2019년부터 제공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 비교대상인 평균 수준의 저축률은 팬데믹 바로 직전인 2019년 각 분기별 저축률로 가정한다.
4) 가계동향조사에서 파악된 평균 가구원수는 2020년 1분기∼2021년 3분기 평균 2.39명이며, 통계청 홈페이지에 공시된 2021년 우리나라 추계인구는 5,182만명이다. 따라서 1인 이상 가구, 농림어업 가구를 모두 포함할 경우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는 대략 2,168만가구이다.
5) 다만, 가구주 연령이 60세 이상인 가구, 소득계층이 1분위인 가구의 경우 이전소득 초과기여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는데, 이는 이 그룹들의 이전소득기여도가 원래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6) 여기에는 전술한 순수 가계 저축 증가분뿐만 아니라, 대출을 통해 부동산 등 각종 자산을 취득한 금액도 반영되어 있다.
7) 최적 가계 포트폴리오 선택 이론에 따르면 가계가 가지고 있는 배경위험(background risk)이 작을수록 주식 등 위험 금융자산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Heaton, J., Lucas, D., 2000, Portfolio Choice in the Presence of Background Risk, Economic Journal 110,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