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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자본의 등장과 사모펀드의 변화
2022 01/17
장기자본의 등장과 사모펀드의 변화 2022-02호 PDF
요약
지난 수년간 해외 사모펀드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장기자본의 확산은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과 경쟁심화, IPO 전후 최적 수익창출 구간의 장기화, 펀드 만기 도래에 따른 강제 회수로 인한 기회비용 등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며 나타난 현상이다. 장기자본은 통상적인 사모펀드 만기보다 장기인 15년 또는 20년의 만기를 갖는 장기폐쇄형펀드와 만기가 없는 영구펀드로 구분되는데 두 가지 유형은 자금모집, 유동성, 운용보수와 운용전략 등에서 상이한 특징을 갖는다. 기존 사모펀드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장기폐쇄형펀드와는 달리 영구펀드는 동일 투자기구를 통해 자금모집이 상시적이고 신속하게 이루어지며 만기에 구애받지 않는 장기적 관점의 전략적 경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의 속성상 순자산가치의 정확한 산정이 어려워 출자 자금 회수와 관련된 출자자 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에서 장기자본이 확산되기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모펀드 운용 효율성을 제고하고 피투자기업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장기자본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1년 10월 글로벌 VC(venture capital) 운용사인 세콰이어 캐피탈(Sequoia Capital)은 글로벌 운용사 최초로 개방형 영구펀드(open-end evergreen fund)인 The  Sequoia Fund 결성을 발표하고 기존 운용체계를 동 펀드 중심의 운용체계로 변환시킬 계획임을 발표하였다.1) 동 펀드는 영구펀드 형태의 모펀드(fund of funds)로서 통상의 폐쇄형(closed-end) 펀드를 자펀드로 편입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영구펀드는 VC와 PE(private equity) 등 사모펀드에서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10년 만기의 펀드 구조와 달리 만기가 없는 펀드를 의미한다. 세콰이어 캐피탈의 사례는 최근 수년간 글로벌 사모펀드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장기자본(long-term capital) 확산 현상을 대변하는 사례 중 하나로서 해외 사모펀드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편 PE 분야에서는 이미 201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사모펀드의 만기 구조에서 벗어난 펀드의 결성이 확산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Blackstone)은 2020년 80억달러 규모의 만기 20년을 가진 PE 펀드를 결성한 바 있다.2)
 
장기자본은 세콰이어 캐피탈의 사례와 같은 영구펀드와 블랙스톤 사례와 같은 장기폐쇄형펀드로 구분되며 영구펀드는 다시 상장형과 비상장형으로 구분된다.3) 영구펀드는 펀드 만기가 없이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출자와 환매가 이루어지는 개방형 펀드로 출자자의 회수 즉 출자자 유동성(liquidity) 공급과 수익배분 기제가 필요하다. 영구펀드는 최근의 세콰이어 캐피탈을 제외하면 일부 중소 운용사 등이 간헐적으로 운용해 왔으며 아직까지는 글로벌 선도 사모펀드 운용사보다는 중소 규모의 운용사가 운용하고 있다. 반면 장기폐쇄형펀드는 전통적 사모펀드와 구조는 동일하되 만기가 15년 또는 20년에 이르는 구조를 가진 사모펀드로서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Blackstone, Carlyle, CVC, KKR 등이 운용하고 있다. 
 
 
장기자본 부상의 원인
 

VC나 PE는 적정 시점에서의 매각을 전제로 투자 후 성장 지원, 비용 절감,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IPO 또는 M&A를 통해 회수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출자자는 통상 7년에서 10년에 해당하는 펀드의 존속 기간 동안 자본을 공급하고 운용사에 운용보수를 지급한 후 펀드 만기 시 보유자산 처분을 통하여 수익금을 분배받는다. 이 때 사전적으로 정해진 사모펀드의 만기는 만기 도래 시 운용사의 회수를 압박하고 가치제고 활동의 핵심 동인으로 작동하는 긍정적 기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 시장과 기업성장 패턴에 변화가 나타나며 전통적인 사모펀드의 대체 투자모형으로서 장기자본을 모색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첫째, 201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사모펀드 시장의 자금모집 규모가 급증하고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투자대상의 확보가 어려워지고 투자조건이 악화되었다. 이에 따라 과거의 고수익 창출이 어려워지며 동일 수익 창출에 소요되는 기간이 증가하였다. 둘째, IPO 이후 기업가치 상승이 IPO 전의 기업가치 상승보다 매우 높은 경우가 많아지는 등 최적 수익창출 구간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셋째,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사모펀드 시장의 하락 사이클 진입으로 인하여 전통적 사모펀드의 경우 저가 매각이 아니면 회수가 어려워지는 사례가 나타남에 따라 유리한 회수 시기까지 기다릴 수 있는 펀드 구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다.
 
 
장기자본의 장단점
 

장기자본의 확산에는 운용사와 출자자 간 역학관계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그간의 운용경험과 성과가 축적된 글로벌 선도 운용사들이 출자자와의 관계에서 갖는 우월한 협상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장기자본의 장점은 주로 운용사 입장이라고 할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펀드 해산을 통한 출자금 상환의 의무가 장기이거나 존재하지 않으므로  운용사 입장에서 회수 시점 선택이 신축적이다. 둘째, 전통적인 사모펀드 구조에 내재하는 주기적인 자금모집과 펀드 해산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축소 또는 제거됨으로써 관련 비용과 자원의 절감이 가능하다. 셋째, 관리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확대되어 운용사 보수 수입의 안정성이 제고된다. 넷째, 장기자본의 장기 자산운용 방식과 관련된 운용수익률의 낮은 변동성은 연기금과 보험사와 같은 장기 확정채무를 가지고 있는 기관투자자의 자산부채 관리에 적합하여 시장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반면 장기자본의 단점은 주로 출자자 입장에서의 단점으로서 이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장기자본은 전통적인 사모펀드보다 운용수익률의 변동성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운용함에 따라 기대수익률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장기자본은 펀드 운용 기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출자지분의 회수 기회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출자자의 유동성 확보에는 여전한 제한이 존재한다. 셋째, 펀드 운용이 장기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운용인력의 교체나 핵심인력의 이탈 가능성이 높아져 운용성과와 연속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영구펀드의 특징과 고려사항
 

장기자본의 유형으로서 영구펀드와 장기폐쇄형펀드는 사모펀드 시장과 투자대상 기업의 변화에 대응하여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펀드 운용에 미치는 영향은 상이하다. 장기폐쇄형펀드는 만기가 장기인 점을 제외하면 전통적인 사모펀드와 운용방식이 본질적으로 상이하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영구펀드는 만기가 없는 개방형 펀드로서 자금모집, 유동성, 운용보수와 운용전략 등과 같은 본질적인 측면에서 전통적인 사모펀드는 물론 장기폐쇄형펀드와도 다른 이슈가 발생한다. 
 
먼저 자금모집과 관련하여 영구펀드는 투자대상이 발견되면 필요 시점에 또는 특정 투자기간 내 언제나 자금모집이 가능하며 동일 투자기구를 사용하므로 신속하고 간소화된 절차를 통한 투자가 가능하다. 또한 펀드운용으로부터의 현금흐름을 투자에 사용할 수 있으므로 전통적인 사모펀드에서 관찰되는 4~6년 주기의 신규펀드 설정과 출자조건 협상이 필요 없다.
 
한편 유동성과 관련하여 영구펀드는 정해진 만기가 없으므로 출자자에 대한  유동성 공급 기제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상장형과 비상장형에 따라 다른데 상장형 영구펀드의 경우는 출자자 유동성 문제가 상장 지분의 시장 내 거래를 통해 해결되지만 비상장 영구펀드의 경우에는 신규 및 환매 투자자 간 매칭방식의 거래를 통해, 또는 주기적인 환매기간에 펀드가 출자자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출자자에 대한 유동성이 공급된다. 비상장형 영구펀드의 출자자 유동성 공급은 순자산가치(NAV) 기준으로 이루어지나 비상장기업 순자산가치의 정확한 산정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편 비상장형 영구펀드는 주기적 유동성 공급 시기에 출자자의 급격한 환매 요청 쇄도, 즉 런(run)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만약 펀드자산의 급매를 통하여 환매 요청에 대응할 경우 펀드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4)
 
마지막으로 운용보수 측면에서 영구펀드의 운용보수는 전통적인 사모펀드와 유사한 수준이나 보수 산정 방식이 상이하다. 영구펀드는 전통적인 사모펀드와 달리 만기가 없으므로 관리보수는 약정액보다 펀드의 순자산가치(NAV) 또는 약정액과 펀드 순자산가치를 절충하여 산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또한 성과보수 산정의 기준은 기간수익률 개념의 내부수익률(IRR)이 아니며 순자산가치 증가분에 연동하는 구조이다. 순자산가치에 연동하는 운용보수 산정 기준은 전통적 사모펀드나 장기폐쇄형펀드와 비교하여 영구펀드가 단기적 수익 창출보다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시장지배력 확대나 산업 파트너쉽의 강화, M&A를 통한 성장 등 전략적 경영으로부터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투자할 동기를 부여한다. 즉, 영구펀드는 성과가 좋은 기업은 지속적으로 보유하고 성과가 낮은 기업은 적절한 시기의 매각을 통하여 환매를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준다.
 
 
국내 시사점
 

장기자본은 장기자본의 필요성에 대한 일부 출자자의 공감에도 불구하고 출자자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영구펀드는 그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치평가를 둘러싼 출자자 간 이해상충 문제와 만기가 없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운용사 규율 문제의 해소가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장기자본의 국내  확산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출자자 우위로 평가되는 국내 사모펀드 시장에서 장기자본에 대한 기관출자자 일반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의 장기자본 확산에 글로벌 운용사들의 출자자 협상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사모펀드 시장에서 장기자본이 확산되는 배경은 국내 사모펀드 시장에도 해당될 것이므로 향후 국내 사모펀드 시장의 발전을 위해 사모펀드의 운용 효율성을 제고하고 피투자기업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장기자본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세콰이어 캐피탈은 2021년 10월말 기준 380억달러 자산을 운용 중인 글로벌 VC 운용사로서 최근 쿠팡, 토스, 무신사 등 다수의 국내 유니콘 기업에 투자한 바 있다.
2) 블랙스톤의 2021년 3분기 말 영속자본 규모는 부동산 부문 1,101억달러와 PE 167억달러를 포함하여 전체 1,970억달러이며 이는 전체 운용자산의 37.3% 수준이다. 블랙스톤은 이러한 장기 펀드를 영속자본(perpetual capital)이라 명명하고 있다.
3) 영구펀드는 해외에서 VC, PE 관련 영구펀드 외에도 대체투자를 위한 지주회사, 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 MLP(Master Limited Partnership)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4) 물론 출자자의 대규모 환매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환매규모 제한(gating restriction)이나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의 분리(sidepocketing)와 같은 방식을 사용할 수 있으나 이는 출자자의 유동성 수요를 제한하는 방식이므로 출자자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