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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여건 변화에 따른 국내 채권시장 위험요인 점검
2022 04/18
금융여건 변화에 따른 국내 채권시장 위험요인 점검 2022-08호 PDF
요약
연준의 통화정책 조기 정상화 기대, 국내 물가 오름세 확대 등 대내외 금리상승 압력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국고채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고채시장은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변동성이 높아지는 등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이에 더하여 국고채 발행 확대 및 주요 투자자의 수요 약화 등으로 수급 부담이 가중되면서 국고채시장의 유동성이 낮아지고 있다. 한편, 국내 회사채시장은 가파른 금리상승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충격을 받으며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되지 않도록 대비가 필요하다. 국고채시장의 유동성 악화는 금융시장 전반의 자금경색 및 자금조달비용의 급격한 상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한국은행은 유동성 여건 악화시 국채매입을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현재 국고채 수급 불균형 우려가 크게 높은 상황임을 감안하여 국고채 발행 확대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회사채시장의 유동성 악화가 신용위험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재무건전성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유동성 상황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함에 따라 채권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대내외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국내 채권시장 여건 및 위험요인을 살펴보고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내외 금리상승 압력 확대

연준의 통화정책 조기 정상화 기대가 강화되면서 대외요인에 의한 금리상승 압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미국 실업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40년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그림 1>).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대응 필요성이 매우 높아짐에 따라 연준은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할 전망이다. 3월 FOMC 점도표에서 제시된 금년말 정책금리는 1.875%(중간값 기준)로 올해 남아있는 6번의 회의에서 매번 25bp씩 인상을 단행해야 이를 수 있는 수준이다.1) 시장은 이보다 더 빠른 금리인상을 전망하고 있는데, 연방기금금리 선물에 반영된 2022년말 정책금리는 약 2.5% 수준으로 연준이 올해 두 차례 이상 빅스텝(50bp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책금리 인상에 더하여 이르면 5월 양적긴축도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시장금리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2)

대내적으로도 물가 오름세 확대가 시장금리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미국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나, 목표수준(2%)을 상당폭 상회하고 있다(<그림 2>). 물가상승압력은 식료품과 원자재 가격상승에 상당 부분 기인하나,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3)
 


 
국고채시장: 가파른 금리 상승 및 수급 부담 가중

이와 같은 대내외 금리상승 압력 확대로 국고채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3>). 만기 3년부터 30년까지의 국고채 금리는 코로나 팬데믹 직전 수준을 크게 넘어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고채 가격 하락세는 올해 들어 하락폭이 크게 가팔라졌고, 변동성은 3월말 이후 크게 확대되어 코로나19 직후 금융시장의 스트레스가 가장 높았던 2020년 3월 수준까지 높아진 상황이다(<그림 4>). 이러한 시장여건은 국고채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었음을 시사한다.
 

 
국고채 발행 확대, 주요 기관투자자 및 외국인의 투자수요 약화 등으로 국고채 수급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먼저 공급측면에서 보면,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재정확대 필요성으로 국고채 발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고채 잔액은 2015~2019년 연평균 35조원 증가하였으나, 2020년 이후에는 매년 100조원 이상 늘어나고 있다(<그림 5>).4) 한편, 올해 국고채 발행규모가 1차례 증액5)된 가운데 추경 편성에 따른 추가 발행확대 우려로 수급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금리 상승기에 수급부담 우려가 맞물리면서 국고채 시장은 회전율이 크게 하락하는 등 유동성이 낮아지는 모습이다(<그림 6>).
 

 
수요측면에서도 보험사를 제외한 주요 기관투자자의 국고채 수요가 약화된 모습이다. 은행의 경우, 유동성커버리지비율(Liquidity Coverage Ratio: LCR) 규제 완화 등으로 팬데믹 이후 4대 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무위험채권 투자가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그림 7>).6) LCR 규제비율의 단계적 정상화7), 고유동성자산 인정범위 확대8) 등으로 당분간 은행의 국고채 투자수요는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수익성 제고 등을 위해 국내채권 운용 비중을 축소하고 있으며, 증권사도 금리상승에 따른 평가손실 우려로 채권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다.
 
외국인의 국고채 수요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약화되는 모습이다. 2021년 중 40조원 이상 늘어났던 외국인 국고채 보유 잔액은 3월 이후 정체를 기록하고 있다(<그림 8>). 외국인의 투자 확대가 팬데믹 이후 큰 폭 늘어난 국고채 물량을 상당 부분 소화해 주었던 만큼 외국인의 국고채 수요 약화는 시장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회사채시장: 신용스프레드 확대 및 발행여건 악화

한편, 회사채시장에서는 신용스프레드가 빠르게 확대되며 회사채발행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신용스프레드는 2021년 하반기부터 등급 전반에 걸쳐 꾸준히 확대되어 3월 이후에는 2020년 고점에 근접한 수준까지 높아졌다(<그림 9>).9) 발행시장에서도 수요예측 참여율이 크게 낮아지며 회사채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통상 연초에는 기관투자자의 자금집행으로 회사채 수요가 증가하나, 올해 1분기 중에는 수요 위축으로 적지 않은 미매각이 발생하였다(<그림 10>).10)
 

 
회사채 발행여건 악화는 금융시장 전반의 신용위험 확대보다는 채권시장의 유동성 악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2020년 코로나19 충격 직후에는 CP와 회사채 스프레드가 함께 높아졌던 데 반해, 2022년에는 CP 스프레드가 큰 변동을 보이지 않는 등 단기자금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이다(<그림 11>). 미국 회사채시장의 경우에도, 올해 들어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었으나 그 폭은 크지 않다(<그림 12>).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국내 회사채시장은 가파른 금리상승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 시사점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시장금리는 앞으로도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고채 및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되지 않도록 대비가 필요하다.
 
무위험자산으로 평가되는 국고채는 국내 채권시장에서 가장 높은 유동성을 갖는다. 따라서 국고채시장의 유동성 사정 악화가 국내 금융시장 전반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더하여 국고채 금리는 기업 및 가계의 자금조달에 있어 준거금리 역할을 한다. 국고채시장의 유동성 악화로 국고채 금리가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회사채 및 은행채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국고채시장의 유동성 여건이 악화될 경우 국채매입을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현재 국고채 수급 불균형 우려가 크게 높은 상황임을 감안하여 국고채 발행 확대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국과 달리 국고채 단기물이 부재한 상황으로 국고채는 만기 2년 이상의 이표채로 발행되고 있다.11) 이에 따라 국고채 발행 확대에 따른 수급 부담이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12) 특히, 채권 투자심리가 위축된 금리상승기에 발행물량이 늘어날 경우 금리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회사채시장의 유동성 악화가 신용위험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회사채시장은 상대적으로 금리상승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에 취약한 모습이다. 금융환경이 긴축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개별 기업의 신용위험이 시스템 리스크로 빠르게 증폭될 수 있다. 따라서 재무건전성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유동성 상황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1) 금리인상 사이클은 내년까지 이어져 2023년말 정책금리는 2.75%(중간값 기준)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2) 3월 FOMC 의사록에서 이르면 5월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이 시작될 수 있으며 2017~2019년 양적긴축에 비해 약 2배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양적긴축은 시장으로의 채권공급을 늘림으로써 금리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3)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다.”(통화정책방향, 한국은행, 2022년 4월)
4) 팬데믹 이후 채권종류별 잔액증가율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5) 1차 추경 편성으로 올해 국고채 발행규모는 11.3조원 증액되었다.
6)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여 금융당국은 2020년 4월 (통합) LCR 규제비율을 100%에서 85%로 완화하였으며 2022년 6월말까지 동 비율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4대 은행 LCR(합산기준)은 2019년 평균 105%에서 2021년 90%로 하락하였으며, 4대 은행을 제외한 국내은행의 LCR도 같은 기간 127%에서 112%로 낮아졌다.
7) 금융당국은 올해 7월 LCR 규제비율을 5%p 인상(85% → 90%)하고, 이후에는 3개월마다 2.5%p씩 상향조정하여 2023년 7월 100%까지 인상할 예정이다(금융위원회, 2022. 3. 30).
8) 2022년 2월부터 LCR 산정시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중 미사용분이 고유동자산으로 포함되면서 국내은행의 LCR이 5.8%p 개선되는 것으로 추정된다(한국은행, 2022). 이는 국내은행의 무위험자산 투자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9) 4월 13일 기준, AAA~A등급의 신용스프레드는 2020년 고점 대비 85%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높아졌으며, BBB등급의 경우 2020년 고점에 근접(96~98%)하는 수준까지 상승하였다.
10) ESG 관련 이슈로 인해 일부 기업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이 발생한 것에도 일부 기인한다.
11) 정부는 국고채 이외에 단기물인 재정증권 발행을 통해서도 재정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증권은 일시적인 자금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됨에 따라 당해연도 세입으로 전액 상환되어야 한다.
12) 단기국채의 경우, 발행금리가 중앙은행 정책금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에 따라 발행 확대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 영향이 제한적이다. 미국의 경우, 재정확대 소요가 크게 늘어난 2020년 단기국채(T-bills) 발행을 대규모로 확대한 반면 이표채 발행규모는 점진적으로 확대하였다. 이를 통해 정기적이고 예측가능한 발행전략(regular and predictable issuance strategy)을 유지하였다(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2020. 8. 5).


참고문헌

금융위원회, 2022. 3. 30, 금융규제 유연화 조치 단계적 정상화 추진, 보도자료.
기획재정부, 2022. 1. 21, 2022년 추가경정예산안, 보도자료.
한국은행, 2022, 2021 연차보고서.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2020. 8. 5, Report to the Secretary of the Treasury from the Treasury Borrowing Advisory Committee of the Securities Industry and Financial Markets Associ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