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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마법과 자사주의 본질
2022 08/08
자사주 마법과 자사주의 본질 2022-16호 PDF
요약
자사주 마법은 회사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기존회사의 자사주에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함으로써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으로, 지배주주의 추가적인 출연 없이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어 왔다.

2000년부터 2021년까지의 상장기업 인적분할을 분석한 결과 자사주 마법은 주로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사주 마법을 이용한 인적분할과 이어지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지배주주의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인적분할 이전에 비해 각각 15%p, 11%p 증가하여 지배력이 크게 상승한다. 반면, 외부주주의 시가총액 보유비중은 인적분할 이전에 비해 6%p 감소하여 지배력뿐만 아니라 부의 배분에서도 왜곡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인적분할에서 자사주 마법이 가능한 것은 경제적으로 자산으로 간주하기 어려운 자사주를 법령상 자산으로 인정하는 모순이 근본 원인인 것으로 판단된다. 지배주주가 자사주를 남용할 가능성을 줄이고 자사주의 경제적 실질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서는 자사주 취득을 자본의 환급, 주식의 소각으로 간주하는 일관된 규제체계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자사주 마법은 인적분할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사주를 매개로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인적분할은 한 회사의 재산을 분할하여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기존회사의 주주에게 신설회사의 신주를 기존주주의 지분율에 따라 배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분할 이전에 10%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있었다면 이 주주는 인적분할 이후 존속회사뿐만 아니라 신설회사에 대해서도 1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만약 기존회사가 자사주를 보유한 경우 기존회사를 주주로 간주하여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기존회사 지배주주는 신설회사에 대해 기존회사보다 높은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가 지배주주의 추가적인 출연 없이 달성되기 때문에 이를 자사주 ‘마법’이라 부르며 외부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자사주 마법을 둘러싼 오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선에는 진척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본고에서는 상장기업 인적분할에서 자사주 마법이 활용되는 실태를 실증적으로 검토하고 자사주의 본질에 대해 고찰함으로써 자사주 마법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하고자 한다.


자사주 마법의 실태

2000년부터 2021년까지 22년간 상장기업의 인적분할은 총 193건으로 집계된다. 이 중 92건은 지주회사 전환과 관계된 것으로 확인되는데 현재까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지정된 상장기업이 147개사임을 감안하면 인적분할이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널리 활용되는 구조조정 수단임을 알 수 있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 마법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1) <그림 1>은 인적분할을 완료한 표본 상장기업의 인적분할 기준일 전후 자사주 지분율의 변화를 보여준다. 먼저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된 표본(지주)의 경우, 자사주 지분율이 높고 또한 인적분할 기준일에 이르기까지 지분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사주 지분율은 인적분할 36개월 전 7.4%로 이미 같은 시점 상장기업 평균 3.3%의 두 배 이상이고, 이후 인적분할 3개월 전까지 9.1%로 1.7%p 증가한다. 특히 자사주 지분율의 증가는 주로 자사주 지분율이 낮았던 기업에서 나타난다. 이는 자사주가 인적분할을 이용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핵심적 요소로 활용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지주회사 전환과 무관한 표본(비지주)의 경우 자사주 지분율이 상승하는 추세는 유사하게 관찰된다. 그러나 인적분할 시점의 자사주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표본의 2/3가 상장기업 자사주 지분율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다음으로 인적분할 이후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소유구조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자. <그림 2>에서 지주회사 전환 표본의 경우2), 인적분할 이전(직전 회계연도말 기준) 지배주주(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4%이며, 이 중 지배주주-개인(최대주주 개인 본인, 친족, 임원)이 27%, 지배주주-법인(관계회사, 비영리법인 등)이 7%를 보유하고 있다. 동일 시점 상장기업의 평균 지배주주 지분율은 41%로, 상대적으로 낮은 지배주주 지분율이 인적분할을 이용한 지주회사 전환의 배경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들 기업의 높은 자사주 지분율은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매입해 온 결과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인적분할 이후(직후 회계연도말 기준), 지배주주 지분율은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모두에서 크게 증가하고 두 회사의 지배주주-개인과 지배주주-법인의 지분 구성이 달라진다. 지배주주의 신설회사 지분율은 45%로 분할 이전에 비해 11%p 증가하는데 이는 존속회사가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에 신설회사의 신주가 배정된 결과, 즉 자사주 마법을 통해 나타난 결과이다. 지배주주의 존속회사 지분율이 증가하는 것과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지배주주 지분율 구성이 달라지는 것은 인적분할 이후 이루어진 현물출자 유상증자에 의한 결과이다. 지배주주-개인이 배정받은 신설회사 주식을 존속회사의 유상증자에 현물출자하고 존속회사의 주식을 확보함으로써, 지배주주-개인의 존속회사 지분율이 증가(27%→41%)하고 지배주주-법인의 신설회사 지분율이 증가(18%3)→32%)하게 된 것이다.4) 분할비율이 클수록, 신설회사의 주당 가치가 존속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수록 지배주주-개인이 존속회사 주식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데, 추가적인 분석에 따르면 지주회사 전환 표본은 비전환 표본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사주 마법을 활용한 인적분할에서 현물출자 유상증자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분 보유요건을 총족하는 한편 지주회사(존속회사)에 대한 지배주주-개인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주회사 전환과 무관한 표본에서는 인적분할 전후 소유구조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인적분할 이전 지배주주 지분율은 40%이며, 인적분할 이후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지배주주 지분율은 모두 41%로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인적분할이 주주간 부(wealth)의 배분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된 표본의 경우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모두에서 지배주주 지분율이 상승했기 때문에 외부주주의 부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배주주와 외부주주가 보유한 시가총액 비중을 인적분할 전후로 비교해보자. 

<그림 3>의 지주회사 전환 표본에서, 지배주주의 시가총액 보유비중은 인적분할 이전 34%에서 인적분할 이후 47%로 13%p 증가한다. 지배주주-개인은 27%에서 24%로 감소하고 지배주주-법인은 7%에서 23%로 증가한다. 의사결정 주체인 지배주주-개인이 시가총액 보유비중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했다는 것은 존속회사(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지주회사 전환의 목표임을 시사한다. 반면, 외부주주의 시가총액 보유비중은 인적분할 이전 57%에서 인적분할 이후 51%로 6%p 감소한다.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의 비용은 결국 지배주주가 아니라 외부주주가 지불하는 셈이다. 또한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구조조정의 시너지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실은 주주간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주회사 전환과 무관한 표본에서는 인적분할 전후 부의 배분에 큰 차이가 관찰되지 않는다. 지배주주의 경우 인적분할 전후 39%로 동일하며, 외부주주의 경우 56%에서 58%로 오히려 소폭 증가한다.

 

자사주의 본질

자사주 마법을 동원한 인적분할이 지배력과 부의 배분에 왜곡을 일으킨다고 할 때, 근본적으로 자사주 마법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자사주의 본질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사주에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한다는 것은 자사주의 주주권을 인정하고 자사주를 보유한 회사 자신을 주주로 간주한다는 의미이다. 주주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사주가 가치가 있다는 것, 즉 자사주에 자산성을 부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회사가 스스로 주주가 된다는 것은 타인의 출자를 전제로 하는 주식회사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 회사가 스스로 주식의 전부를 취득한다고 가정하면, 결국 잔여재산을 분배하는 형식이 될 것이고 이는 곧 회사의 청산을 의미한다. 회사는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체가 될 수 없으며 회사가 스스로에게 배당을 지급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무의미하다. 자사주가 자산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본다면 회사의 가치가 보유한 자사주의 가치에 연동된다는 것인데 이는 명백히 모순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사주의 의결권과 배당권은 인정되지 않으며, 회계적으로 자사주는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자사주 취득의 재원을 배당가능이익으로 제한하는 것 역시 자사주 취득을 자산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자본의 유출로 파악하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자사주의 취득은 출자의 환급, 주식의 소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적분할에서 기존회사의 자사주에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신주배정 가능 여부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부재한 상황에서 자사주의 자산성을 인정하는 법령과 판례가 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자사주의 취득과 처분을 주식거래의 틀에서 허용하고 있으며, 자사주를 합병의 대가, 기업분할의 대상, 현물배당의 수단 등으로 인정하고 있다. 자사주의 자산성, 자산가치를 구성하는 주주권이 인정된다고 해석하여, 분할과정에서 자사주를 존속회사로 배분하고 분할신주를 배정하는 것을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이다.


결어
 
자사주를 둘러싼 논란은 자사주가 지배주주의 사적이익을 위해 이용될 가능성 때문에 나타난다. 앞서 보았듯이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 마법을 활용하여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경우는 빈번하며,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자사주를 지배주주의 우호적 주주에게 매각하여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사주 취득과 처분이 내부자 거래와 결부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지배주주의 비용이 아니라 배당가능이익을 바탕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이용하여 지배력 강화를 꾀하는 것은 정당성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정작, 자사주의 경제적 본질에 부합하도록, 자사주를 소각하여 주주환원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상장기업은 2.3%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다.5)

자사주 마법과 관련하여 2015년 이후 지금까지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 금지, 자사주 의무소각, 배정된 신주의 의결권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 9건이 발의되었으나 현재까지 입법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제적으로 자산으로 볼 수 없는 자사주의 자산성을 인정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방치한다면 지배주주가 자사주를 임의적으로 활용할 유인이 남게 되므로 자사주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사주의 자산성을 부인하고 자사주의 취득은 곧 소각을 의미하는 것이어야 경제적 실질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자사주 취득의 가장 일반적인 목표인 저평가 신호(signaling) 효과도 강화될 수 있다.
 
1) 193건의 인적분할 중에서 분할합병, 비자발적 인적분할(기업개선약정 혹은 채권단 정상화방안 등에 따라 추진된 인적분할), 신설회사가 비상장기업인 경우, 분석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등을 제외한 137건을 분석대상으로 한다.
2) 분석과 논의의 명확성을 위해 존속회사가 지주회사로 전환된 경우만을 고려한다. 
3) 자사주 마법을 통해 확보한 지분율 11%가 포함된다.
4) <그림 1>에서 존속회사의 자사주 지분율이 인적분할 이후 급격히 하락하는 것은 인적분할후 유상증자에 의해 지분율이 희석된 결과이다.
5) 김우진ㆍ임지은, 2017, 한국 기업의 자사주 처분 및 소각에 관한 실증 연구, 『한국증권학회지』 46(1), 3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