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동향을 제공하는 격주간지
벤처캐피탈의 ESG 도입 현황과 시사점
2022-24호 2022.12.05
요약
벤처캐피탈(VC) 투자는 스타트업에 대한 깊은 관여를 특징으로 하는 투자방식으로 ESG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창업자의 높은 교섭력, 소규모 투자로 인한 ESG 투자의 비경제성, 스타트업에 특화된 공시 및 평가기준 부재 등 VC의 ESG 투자에 대한 다양한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트폴리오 기업의 성과개선과 평판위험 관리를 통한 투자성과의 제고 가능성, 출자자들의 ESG 투자 정책, 운용사에 대한 ESG 투자 공시규제 등으로 VC 운용사들의 ESG 투자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VC의 ESG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ESG 데이터의 접근성 제고가 중요하다. 이때 전통산업 분류 기준에 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스타트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ESG 데이터 산출보다 개별 스타트업의 사업적 특성을 기준으로 중요도(materiality) 기준에 따라 일부 ESG 요소만을 평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VC도 투자 대상기업에 대한 체크리스트와 포트폴리오 기업의 ESG 평가지표 개발을 중심으로 ESG 투자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며 향후 ESG 평가기준의 지속적 개선, ESG 통합의 실천, ESG 투자의 사회(S) 및 지배구조(G) 분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
ESG와 VC 투자의 의의
벤처캐피탈(VC)은 피투자기업의 이사회 참여와 같은 사후관리와 지원 활동 등 스타트업에 대한 관여(engagement)가 주요 특징인 투자 방식으로 스타트업의 ESG 확산에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한다. 또한 VC는 ESG 투자에 있어서 독특한 기여를 하는데 VC가 혁신 기술,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하여 경제ㆍ사회의 변화를 주도하고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투자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VC는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ESG의 철학을 공유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VC는 기업이 성장하기 전 스타트업 단계에서 ESG 문화를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복잡한 조직과 공급망 체계 등으로 인하여 대기업이 ESG 경영을 강화할 때 겪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ESG 위험관리의 부재로 인해 나타난 일련의 스타트업 사태는 ESG 투자의 중요성에 대한 VC의 인식이 높아진 계기가 되었다.1)
VC ESG 투자의 특징과 확산 요인
ESG 투자가 전통 자산으로부터 대체투자 자산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VC는 대체투자 중에서도 가장 늦게 ESG 투자가 확산 중인 대체투자 방식 중 하나이다.2) VC에서 ESG 투자가 지연되는 원인은 본질적으로 VC 투자방식에 내재하는 고유한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 투자에 있어서는 창업자의 중요성이 크므로 VC는 ESG 투자와 관련하여 높은 교섭력을 갖기 어렵다. 둘째, VC 투자는 기관출자자, 즉 VC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가 운용하는 자금 중 작은 부분을 차지하므로 기관출자자의 ESG 투자 우선순위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셋째, VC 운용사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ESG 투자성과를 분석할 자료가 없기 때문에 ESG 투자가 수익을 제고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이는 투자 실패율이 높은 VC 투자의 속성상 모든 피투자기업에 전면적 ESG 자원을 투입할 경우 본질적으로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상과도 관련된다. 넷째, ESG 공시 및 평가기준의 정비는 투자 분야 전반에 공통적인 현안이긴 하지만 VC의 ESG 투자에는 스타트업 투자에 특화된 공시 및 평가기준이 필요하다. 타 투자 분야에서의 전면적 ESG 공시 및 평가기준을 스타트업에 적용할 경우 과다한 ESG 관련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스타트업이 창출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의 경우 기존 산업 분류 체계로 편입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ESG 투자에 대한 현실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ESG 투자가 위험-수익 프로파일을 개선할 수 있는 투자 방식이 될 수 있다는 VC 운용사들의 인식에 따라 VC에서 ESG 투자가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자본시장에 ESG 투자가 확산됨에 따라 ESG 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 기업의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추가 투자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포트폴리오 기업의 평판위험을 통제하고 ESG 관련 규제 위험에 사전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VC에서 ESG 투자가 확산되는 직접적인 이유로는 자산보유자가 대부분인 VC 출자자들이 ESG 투자를 천명함에 따라 자금모집이 중요한 VC 운용사의 입장에서 ESG 투자를 수행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SG 투자와 관련된 규제도 VC의 ESG 투자 확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최근 자본시장 운용사의 ESG 투자와 관련된 공시규제를 도입하였다. SFDR(Sustainable Financial Disclosure Regulation)로 불리는 동 규제는 ESG 투자 촉진, ESG 금융투자상품의 비교가능성 제고, 그린워싱 방지를 규제 도입의 목적으로 하여 2021년 3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이다. SFDR은 VC 등 운용사 전반을 포함하는 시장참여자(Financial Market Participant: FMP)에게 운용 중인 투자 자산의 지속가능성 위험에 관한 정보 제공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EU의 기관출자자 다수가 SFDR 공시규제의 적용 대상이므로 SFDR은 VC 출자자의 ESG 투자 정책이 운용사의 ESG 투자로, 운용사의 ESG 투자가 다시 포트폴리오 기업의 ESG 경영을 촉진하는 경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표준화된 ESG 데이터 접근성
VC의 ESG 통합을 위해서는 표준화된 ESG 데이터의 접근성 제고가 중요하다. 특히 포트폴리오 기업의 ESG 모니터링과 출자자 보고를 위한 통일된 보고기준에 대한 업권의 합의가 필요한데 이는 데이터 수집의 효율성, 비교 가능한 데이터의 창출, ESG 통합의 효율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ESG 데이터의 표준화는 관련 국제 공조와 업권 공동의 노력이 필수로서 상당 기간의 피드백 과정이 예상되며 국내 VC 업권에서도 해외 ESG 공시 관련 표준화 동향과 연계하여 국내 표준 정립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참여자 전반의 공동 노력은 ESG 투자가 ‘비용’이 아닌 ‘투자’가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최근 ESG 데이터의 표준화를 위한 노력 중 주목할 만한 것으로 독일의 KfW Capital과 글로벌 컨설팅사인 BCG가 공동 제안한 방식을 예로 들 수 있다.3) 동 방식은 ESG 데이터 산출 비용을 고려하여 피투자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ESG 데이터 산출보다 개별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혁신적 제품 또는 서비스의 유형,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 스타트업 제품과 서비스의 수요산업(exit industry)4)의 3가지 기준별로 중요도(materiality) 기준에 따라 일부 ESG 요소만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는 SASB의 77개 업종별 중요도 기준과 같이 ESG 지표 측정 및 평가를 스타트업 특징에 맞추어 적용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스타트업의 경우 블록체인, AI 등과 같이 전통산업 분류 기준에 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음을 고려한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공유(car sharing)플랫폼의 경우 혁신의 성격은 서비스와 제품 중 (기술)서비스, 성장단계는 초기 단계, 수요산업은 운송(렌터카) 등으로 특징을 구분할 수 있다. 고객정보보호라는 특정 ESG 요소에 한정하여 본다면 고객정보보호라는 측면에서 기술서비스는 평균 이상의 중요도를, 성장단계 기준으로는 평균 이하의 중요도를, 운송 섹터 기준으로는 중립의 중요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여 공유차 플랫폼의 고객정보보호 요소는 3가지 기준에서 가장 높은 기준인 기술서비스 기준의 평균 이상을 고객정보보호의 중요도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개별 사업에 대하여 기타 ESG 요소의 중요도를 산출할 수 있다.
국내 VC의 ESG 투자 확산을 위한 과제
ESG 투자의 확산은 국내 VC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국내 기관출자자들에게 운용사의 ESG 투자 평가가 출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다수의 VC 운용사들이 ESG 투자 방식을 채택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며, ESG 투자를 수행하기 위한 내부 자원과 역량을 갖춘 중대형 VC 운용사와 그렇지 못한 소형 VC 운용사 간 격차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일부 선도 VC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ESG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인데 이러한 노력은 주로 투자 대상기업에 대한 체크리스트와 피투자기업의 ESG 평가지표 개발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 국내 VC에서 ESG 투자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첫째, VC 투자에서의 ESG 평가기준의 지속적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출자자들의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VC 분야에서 운용사를 평가하고 선정하기 위한 ESG 투자 내부 평가기준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모태펀드 관리 기관인 한국벤처투자는 ESG 통합을 구체화하기 위한 ESG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운용사 선정 및 관리에 활용 중인데, 향후에도 동 기준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지속적 개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U와 미국 등 해외 VC 및 스타트업 관련 ESG 투자 평가지표의 구축 과정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도 출자자-운용사-스타트업을 포괄하는 VC 업계 공동의 노력을 통해 VC에 특화된 한국형 ESG 평가지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ESG 통합의 지속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ESG 투자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현재 대부분의 VC 운용사가 실행하고 있는 체크리스트 단계의 ESG 투자뿐만 아니라 투자 후 ESG 모니터링을 통한 위험과 성과의 추적, ESG 개선도 보고 등 투자 프로세스 전 과정에 걸쳐 ESG 요소를 반영하는 ESG 통합의 실천이 중요하다. ESG 통합은 ESG 투자를 통하여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ESG 관여를 구체화하는 핵심적인 수단이다. 한편 지속가능한 ESG 통합의 실천을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관여 활동뿐만 아니라 ESG 위원회, 관련 전문인력의 확보, ESG 관련 임직원 성과평가 등을 포괄하는 운용사 내부 조직구조와 문화의 구축, 다시 말해 VC 운용사 자체의 ESG 경영이 필요하다.
셋째, 현재 환경(E)에 중점을 두고 있는 국내 VC의 ESG 투자를 사회(S)와 지배구조(G) 영역으로도 확장할 필요가 있다. 환경(E)보다 사회(S)와 지배구조(G)에 중점을 두고 있는 해외와 달리 현재 국내 VC는 환경(E), 특히 기후기술(climate tech)에 대한 ESG 투자에 집중되어 있다. ESG 투자 분야의 상대적 중요도는 문화권별 차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더라도 향후 국내 VC 투자에서 포괄적이고 균형 있는 ESG 투자의 확산을 위해서는 사회(S)와 지배구조(G) 분야로도 ESG 투자의 관심 영역이 확장될 필요가 있다.
1) 대표적인 사례로는 스타트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드러난 WeWork와 Theranos, 임시계약경제(gig economy)에서의 임시계약 근로자의 문제가 드러난 Uber 사례가 있다.
2) Preqin의 설문 조사에 의하면 대체투자 방식 중 VC는 헤지펀드, 천연자원 투자 분야와 더불어 ESG 투자의 수용이 가장 더딘 분야이다(www.preqin.com, Why invest in ESG?)
3) KfW Capital & BCG, 2021, Growing the Seeds of ESG: Venture Capital, Start-ups and the Need for Sustainability.
4) 수요산업은 스타트업의 사업모델과의 높은 연관성으로 인하여 스타트업이 인수될 가능성이 높은 기존 산업분류 상의 산업을 의미한다.
벤처캐피탈(VC)은 피투자기업의 이사회 참여와 같은 사후관리와 지원 활동 등 스타트업에 대한 관여(engagement)가 주요 특징인 투자 방식으로 스타트업의 ESG 확산에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한다. 또한 VC는 ESG 투자에 있어서 독특한 기여를 하는데 VC가 혁신 기술,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하여 경제ㆍ사회의 변화를 주도하고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투자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VC는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ESG의 철학을 공유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VC는 기업이 성장하기 전 스타트업 단계에서 ESG 문화를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복잡한 조직과 공급망 체계 등으로 인하여 대기업이 ESG 경영을 강화할 때 겪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ESG 위험관리의 부재로 인해 나타난 일련의 스타트업 사태는 ESG 투자의 중요성에 대한 VC의 인식이 높아진 계기가 되었다.1)
VC ESG 투자의 특징과 확산 요인
ESG 투자가 전통 자산으로부터 대체투자 자산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VC는 대체투자 중에서도 가장 늦게 ESG 투자가 확산 중인 대체투자 방식 중 하나이다.2) VC에서 ESG 투자가 지연되는 원인은 본질적으로 VC 투자방식에 내재하는 고유한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 투자에 있어서는 창업자의 중요성이 크므로 VC는 ESG 투자와 관련하여 높은 교섭력을 갖기 어렵다. 둘째, VC 투자는 기관출자자, 즉 VC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가 운용하는 자금 중 작은 부분을 차지하므로 기관출자자의 ESG 투자 우선순위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셋째, VC 운용사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ESG 투자성과를 분석할 자료가 없기 때문에 ESG 투자가 수익을 제고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이는 투자 실패율이 높은 VC 투자의 속성상 모든 피투자기업에 전면적 ESG 자원을 투입할 경우 본질적으로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상과도 관련된다. 넷째, ESG 공시 및 평가기준의 정비는 투자 분야 전반에 공통적인 현안이긴 하지만 VC의 ESG 투자에는 스타트업 투자에 특화된 공시 및 평가기준이 필요하다. 타 투자 분야에서의 전면적 ESG 공시 및 평가기준을 스타트업에 적용할 경우 과다한 ESG 관련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스타트업이 창출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의 경우 기존 산업 분류 체계로 편입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ESG 투자에 대한 현실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ESG 투자가 위험-수익 프로파일을 개선할 수 있는 투자 방식이 될 수 있다는 VC 운용사들의 인식에 따라 VC에서 ESG 투자가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자본시장에 ESG 투자가 확산됨에 따라 ESG 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 기업의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추가 투자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포트폴리오 기업의 평판위험을 통제하고 ESG 관련 규제 위험에 사전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VC에서 ESG 투자가 확산되는 직접적인 이유로는 자산보유자가 대부분인 VC 출자자들이 ESG 투자를 천명함에 따라 자금모집이 중요한 VC 운용사의 입장에서 ESG 투자를 수행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SG 투자와 관련된 규제도 VC의 ESG 투자 확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최근 자본시장 운용사의 ESG 투자와 관련된 공시규제를 도입하였다. SFDR(Sustainable Financial Disclosure Regulation)로 불리는 동 규제는 ESG 투자 촉진, ESG 금융투자상품의 비교가능성 제고, 그린워싱 방지를 규제 도입의 목적으로 하여 2021년 3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이다. SFDR은 VC 등 운용사 전반을 포함하는 시장참여자(Financial Market Participant: FMP)에게 운용 중인 투자 자산의 지속가능성 위험에 관한 정보 제공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EU의 기관출자자 다수가 SFDR 공시규제의 적용 대상이므로 SFDR은 VC 출자자의 ESG 투자 정책이 운용사의 ESG 투자로, 운용사의 ESG 투자가 다시 포트폴리오 기업의 ESG 경영을 촉진하는 경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표준화된 ESG 데이터 접근성
VC의 ESG 통합을 위해서는 표준화된 ESG 데이터의 접근성 제고가 중요하다. 특히 포트폴리오 기업의 ESG 모니터링과 출자자 보고를 위한 통일된 보고기준에 대한 업권의 합의가 필요한데 이는 데이터 수집의 효율성, 비교 가능한 데이터의 창출, ESG 통합의 효율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ESG 데이터의 표준화는 관련 국제 공조와 업권 공동의 노력이 필수로서 상당 기간의 피드백 과정이 예상되며 국내 VC 업권에서도 해외 ESG 공시 관련 표준화 동향과 연계하여 국내 표준 정립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참여자 전반의 공동 노력은 ESG 투자가 ‘비용’이 아닌 ‘투자’가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최근 ESG 데이터의 표준화를 위한 노력 중 주목할 만한 것으로 독일의 KfW Capital과 글로벌 컨설팅사인 BCG가 공동 제안한 방식을 예로 들 수 있다.3) 동 방식은 ESG 데이터 산출 비용을 고려하여 피투자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ESG 데이터 산출보다 개별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혁신적 제품 또는 서비스의 유형,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 스타트업 제품과 서비스의 수요산업(exit industry)4)의 3가지 기준별로 중요도(materiality) 기준에 따라 일부 ESG 요소만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는 SASB의 77개 업종별 중요도 기준과 같이 ESG 지표 측정 및 평가를 스타트업 특징에 맞추어 적용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스타트업의 경우 블록체인, AI 등과 같이 전통산업 분류 기준에 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음을 고려한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공유(car sharing)플랫폼의 경우 혁신의 성격은 서비스와 제품 중 (기술)서비스, 성장단계는 초기 단계, 수요산업은 운송(렌터카) 등으로 특징을 구분할 수 있다. 고객정보보호라는 특정 ESG 요소에 한정하여 본다면 고객정보보호라는 측면에서 기술서비스는 평균 이상의 중요도를, 성장단계 기준으로는 평균 이하의 중요도를, 운송 섹터 기준으로는 중립의 중요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여 공유차 플랫폼의 고객정보보호 요소는 3가지 기준에서 가장 높은 기준인 기술서비스 기준의 평균 이상을 고객정보보호의 중요도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개별 사업에 대하여 기타 ESG 요소의 중요도를 산출할 수 있다.
국내 VC의 ESG 투자 확산을 위한 과제
ESG 투자의 확산은 국내 VC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국내 기관출자자들에게 운용사의 ESG 투자 평가가 출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다수의 VC 운용사들이 ESG 투자 방식을 채택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며, ESG 투자를 수행하기 위한 내부 자원과 역량을 갖춘 중대형 VC 운용사와 그렇지 못한 소형 VC 운용사 간 격차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일부 선도 VC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ESG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인데 이러한 노력은 주로 투자 대상기업에 대한 체크리스트와 피투자기업의 ESG 평가지표 개발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 국내 VC에서 ESG 투자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첫째, VC 투자에서의 ESG 평가기준의 지속적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출자자들의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VC 분야에서 운용사를 평가하고 선정하기 위한 ESG 투자 내부 평가기준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모태펀드 관리 기관인 한국벤처투자는 ESG 통합을 구체화하기 위한 ESG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운용사 선정 및 관리에 활용 중인데, 향후에도 동 기준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지속적 개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U와 미국 등 해외 VC 및 스타트업 관련 ESG 투자 평가지표의 구축 과정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도 출자자-운용사-스타트업을 포괄하는 VC 업계 공동의 노력을 통해 VC에 특화된 한국형 ESG 평가지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ESG 통합의 지속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ESG 투자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현재 대부분의 VC 운용사가 실행하고 있는 체크리스트 단계의 ESG 투자뿐만 아니라 투자 후 ESG 모니터링을 통한 위험과 성과의 추적, ESG 개선도 보고 등 투자 프로세스 전 과정에 걸쳐 ESG 요소를 반영하는 ESG 통합의 실천이 중요하다. ESG 통합은 ESG 투자를 통하여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ESG 관여를 구체화하는 핵심적인 수단이다. 한편 지속가능한 ESG 통합의 실천을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관여 활동뿐만 아니라 ESG 위원회, 관련 전문인력의 확보, ESG 관련 임직원 성과평가 등을 포괄하는 운용사 내부 조직구조와 문화의 구축, 다시 말해 VC 운용사 자체의 ESG 경영이 필요하다.
셋째, 현재 환경(E)에 중점을 두고 있는 국내 VC의 ESG 투자를 사회(S)와 지배구조(G) 영역으로도 확장할 필요가 있다. 환경(E)보다 사회(S)와 지배구조(G)에 중점을 두고 있는 해외와 달리 현재 국내 VC는 환경(E), 특히 기후기술(climate tech)에 대한 ESG 투자에 집중되어 있다. ESG 투자 분야의 상대적 중요도는 문화권별 차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더라도 향후 국내 VC 투자에서 포괄적이고 균형 있는 ESG 투자의 확산을 위해서는 사회(S)와 지배구조(G) 분야로도 ESG 투자의 관심 영역이 확장될 필요가 있다.
1) 대표적인 사례로는 스타트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드러난 WeWork와 Theranos, 임시계약경제(gig economy)에서의 임시계약 근로자의 문제가 드러난 Uber 사례가 있다.
2) Preqin의 설문 조사에 의하면 대체투자 방식 중 VC는 헤지펀드, 천연자원 투자 분야와 더불어 ESG 투자의 수용이 가장 더딘 분야이다(www.preqin.com, Why invest in ESG?)
3) KfW Capital & BCG, 2021, Growing the Seeds of ESG: Venture Capital, Start-ups and the Need for Sustainability.
4) 수요산업은 스타트업의 사업모델과의 높은 연관성으로 인하여 스타트업이 인수될 가능성이 높은 기존 산업분류 상의 산업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