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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개혁기의 퇴직연금 현황과 개선 방향
2023 10/10
연금 개혁기의 퇴직연금 현황과 개선 방향 2023-20호 PDF
요약
현행 퇴직연금 제도는 가입, 적립, 인출 단계에서 가입 기업과 가입자들에게 상당한 유연성을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유연성이 퇴직연금 제도의 진전을 저해하고 있다.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17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50%에 가까운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이 아닌 퇴직금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다. 개인 투자와 다름없는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 DC) 퇴직연금의 자산운용 방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전히 낮은 연금화 비율은 퇴직소득 안정화 제도로서 퇴직연금의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낮은 수익률과 낮은 연금 선택률은 퇴직연금 도입 초기부터 지적되어왔지만, 여전히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문제들은 근로자의 기존 권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법적으로 강제하기도 어렵다. 각 단계별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와 함께 현재의 기여율(1/12)보다 높은 기여율이 유지되는 DC형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면서, 집합적인 자산운용 방식을 채택하고, 인출기에는 연금을 기본으로 받는 퇴직연금을 도입하여 기존의 퇴직연금 제도를 보완 대체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2022년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35.9조원으로 2021년말 295.6조원 대비 13.6%(40.3조원) 증가하였다.1) 336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은 퇴직연금 제도의 가장 중요한 성과이다. 또한 국내 퇴직연금은 인출방식이나 중도인출 가능성 등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들은 동시에 퇴직연금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퇴직소득 안정화에 역행하는 측면도 있다.

국내 퇴직연금은 퇴직부채의 외부적립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장점을 갖추고 있지만, 낮은 연금 선택률, 낮은 자산운용 수익률, 그리고 여전히 낮은 도입률 등의 중요한 개선 과제를 안고 있다.

국민연금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그 과정에서 일부 퇴직연금 기여금의 국민연금 전환 등 퇴직연금 제도에 직간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퇴직연금이 갖는 주요 문제점을 검토해 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본다. 그리고 퇴직연금 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기 전에 전체 연금체계 내에서 퇴직연금의 역할을 알아본다.


목표 퇴직급여

퇴직연금 급여는 일시금으로 확정된다. 즉 퇴직금 또는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 DB) 퇴직연금의 급여는 근로자의 근속 연수×최종 1개월 급여액 이상을 지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퇴직연금은 목표 소득대체율이 존재하지 않으며, 근속연수에 비례하여 임금 대비 퇴직급여의 배율(Asset-Salary Ratio)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30년간 일한 근로자가 퇴직 후 30년간 연금을 받고, 그리고 연금을 받는 동안 투자수익률을 5%로 가정하면 소득대체율(=연금액/최종급여)은 16.1%이다.2) 이 경우 1년 근속연수당 0.54%씩 소득대체율이 높아진다.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 DC) 퇴직연금의 경우 최종적인 퇴직급여가 확정되지 않는다. 매년 1개월분의 급여를 납입하기 때문에 적립기간 동안 수익률이 임금상승률과 동일할 경우 DB형 퇴직연금과 동일한 금액, 즉 최종 급여의 30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퇴직급여로 받는다. 세제혜택을 받는 개인연금 또는 개인형 퇴직연금(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IRP)에 1개월분 급여를 추가 납입하여 퇴직연금 적립금과 비슷한 규모의 재원을 축적한다면 사적연금을 통해 30% 정도의 소득대체율을 확보할 수 있다.3) 여기에 국민연금을 더하면 소득대체율 60~70%를 확보할 수 있다.4)

국민연금의 기여율이 연급여의 9%로 퇴직연금보다 약간 높은데, 국민연금은 30년 가입할 경우 3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한다. 따라서 1년 가입에 1%씩 소득대체율이 높아진다. 국민연금의 급여가 퇴직연금에 비해 훨씬 높다. 그래서 국민연금이 개혁되어야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보장하는 소득대체율은 퇴직연금의 예보다 투자수익률이 훨씬 높게 지속적으로 유지되거나 기여율이 훨씬 높아야 가능한 수준이다. 한편 현실적인 투자수익률과 기여율을 고려하여 소득대체율을 낮추어도 수지 균형은 달성할 수 있다.5)

국민연금 개정 작업의 최종 결론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보험료율을 올리는 안으로 갈 듯하다. 3개월분 급여를 세 개의 다른 연금을 통해 적립하여 퇴직후 소득 보장을 추구하였던 세 기둥 연금 체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낮은 도입률

2021년말 기준 퇴직연금 가입자는 683.8만명으로 가입대상 근로자 1,195.7만명의 53.3%에 해당하며, 47.7%에 해당하는 558.9만명의 근로자는 퇴직금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다.

근로자가 퇴직금 제도의 적용을 받아도 그들의 퇴직급여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퇴직금 제도하에서는 퇴직급여의 외부적립이 강제되지 않기 때문에 소속 기업이 부도가 났을 때 퇴직급여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6) 상대적으로 부도 가능성이 높은 소규모 기업의 퇴직급여 외부적립 필요성이 훨씬 높지만, 현실은 소규모 기업의 퇴직연금 가입률이 훨씬 낮다.7) 퇴직금 적용 기업의 경우 규모가 작아 외부적립 여력이 없어 일시에 퇴직연금 강제화는 어렵겠지만 시한을 정해 퇴직연금 가입을 유도해야 한다.

한편 퇴직금도 퇴직연금과 병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퇴직금의 사외적립 강제화는 어렵더라도, 퇴직금 부채의 규모를 포함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여 퇴직금 관련 정보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낮은 수익률

2022년도의 퇴직연금 적립금의 수익률은 매우 낮았다. 연간 수익률은 0.02%로 전년 2.00% 대비 1.98%p 감소하였다. 전체적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겨우 면한 상태이다.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이 –14.20%로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그림 1-(a)> 참조). 또한 퇴직연금 수익률이 임금상승률에 비해 여전히 낮다(<그림 1-(b)> 참조).
 

 
DC형 퇴직연금은 모든 투자 위험을 가입자가 부담하므로 DC형 퇴직연금의 경우 낮은 수익률은 가입자의 적립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DB형 퇴직연금의 경우 실적배당형 상품이 (-) 수익률을 보였어도 가입자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기업의 추가 부담이 늘어날 뿐이다. DB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을 경우 기업은 임금상승률과 실제 수익률의 차이 만큼에 대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8)

근로자들이 투자 결과에 대한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으며, 근로자들이 투자에 대한 전문성도 부족하다는 현실을 반영하여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였으나 중소기업 대상의 기금이 도입된 이후 기금형 퇴직연금에 관한 관심이 낮아진 듯하다. 최근 영국의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집합적 확정기여형(Collective Defined Contribution: CDC)’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9) CDC는 집합운용을 통해 개별 투자가 가지는 위험분산 기능 결여와 전문성 부족을 보완한다. 국내의 퇴직연금 자산운용에서도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춘 자산운용 방식에 더하여 가입자간 위험분산과 전문성 확보가 가능한 자산운용 방식의 확대가 필요하다.


낮은 연금 선택률

2022년 중 퇴직연금 수급(만 55세 이상)을 시작한 계좌(457,468좌) 중 92.9%(424,902좌)가 일시금을 선택하였으며, 연금 수령은 7.1%(32,566좌)에 머물렀다. 수급 개시 계좌 중 연금수령 비율은 2020년 3.3%, 2021년 4.3%로 매년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액을 기준으로 볼 때 총 15.5조원 중 32.6%(5.1조원)가 연금으로 수령되었다.

일시금 선택 계좌당 평균 수령액은 2,459만원으로, 연금수령 계좌 평균 수령액(1억 5,550만원)의 15.8% 수준이다. 수급 개시 시점의 적립금 규모가 연금으로 수령할 실익이 없을 만큼 작아 일시금 선택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10) 이처럼 퇴직급여의 금액이 적어진 가장 큰 이유는 주택 구입 등 다양한 사유로 중도인출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퇴직연금의 연금화는 ‘달돈’ 또는 종신연금을 기본으로 하였다가 일시금, 분할인출을 허용하였던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인출 방식의 유연성을 상대적으로 제약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훨씬 어렵다. 근로자의 기존 권리를 제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의 연금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주택구입, 주거임차를 위한 자금수요를 대체할 방안을 마련하고11), 현재의 세제 감면 이외에 추가적인 촉진책이 필요하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제) 제도가 도입, 시행되고 있다. 인출기에 있어서도 가입자들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사전에 지정한 인출 계좌로 적립금의 일부가 이체될 수 있도록 하는 기본 인출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개선 방향

국민연금의 개선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기여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 기여율이 높아지면 사적연금 가입 여력이 낮아져 개인연금 등 납입이 자율적인 사적연금이 우선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퇴직연금의 경우도 낮은 수익률과 낮은 연금화가 지속되면 제도의 퇴직 소득 안정화라는 퇴직연금 제도의 기본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 적어도 임금상승률에 상응하는 투자수익률을 유지하면서 연금화 비율을 높여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 등 집합적 자산운용 방식과 연금 또는 분할인출을 기본으로 하는 기본인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기존의 퇴직연금은 투자위험을 기업 또는 가입자가 전부 부담한다. 특히 2022년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부담스러운 한해였다. DB형 퇴직연금 도입 기업들도 매년 추가 비용을 부담하여 왔다. 이러한 추가 비용을 미리 부담하는 차원에서 기업이 기존의 기여율(1/12)에 추가적인 기여를 하면서 DC형 퇴직연금을 도입하고, 그 적립금을 합동 운용하여 근로자들 사이에 위험도 분담한다면 노사 양측에 모두 보탬이 될 수 있다.12) 근로자 입장에서는 추가 기여금과 집합운용을 통한 수익률 제고 측면의 이점이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때 근로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으므로, 인출 방식도 연금(반드시 종신연금일 필요는 없음) 인출을 기본으로 선택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1) 고용노동부ㆍ금융감독원, 2023, 2022년도 퇴직연금 적립 및 운용현황 분석.
2) 월급여 30개월분의 퇴직일시금을 연금현가로 나누어 구할 수 있다(=30/186.3). 30년, 투자수익률 연 5%, 매월말 지급 시 연금현가는 186.3이고, 다음 공식을 사용하여 구할 수 있다. 연금현가=[ 1 - 1 / ( 1 + i ) N ] / i, i = 투자수익률, N = 지급기간
3) 연금 납입액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현재 IRP와 개인연금 납입액에 대한 세액공제 방식을 2013년 이전처럼 소득공제 방식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추가납입에 대한 금액 한도를 1개월분 소득으로 변경하여, 소득 수준에 따라 적절한 금액이 납입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한편 자영업자의 경우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구분이 무의미하므로 2개월분 소득에 대해 소득공제 방식으로 연금에 납입하도록 허용하여야 한다. 캐나다의 퇴직저축 제도에 적용되는 방식이므로 현실적으로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4) 근로자들은 12개월 월급을 받고, 별도의 1개월분 급여를 퇴직연금에 납입한다. 13개월분의 급여 중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납입액, 그리고 국민연금(9%) 납입액을 합쳐 약 3개월분의 소득을 연금에 납입한다면 그 근로자의 근로기간 소득은 전체 소득의 76.9%(=10/13)으로 줄어든다. 모든 연금을 통한 소득대체율이 60%라면 퇴직 후 소득대체율이 78.0%(=60/76.9)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퇴직연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들 경우(예를 들어 15%) 전체 소득대체율은 58.5%(=45/76.9)로 예상할 수 있다.
5)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근로기간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하며,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최종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그리고 국민연금의 지급 시작은 65세이고, 평생 지급되므로 퇴직연금과 직접 비교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도 국민연금의 납입 수준과 급여 수준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러한 불균형은 국민연금의 재정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며, 사적연금 시장을 왜곡하는 영향도 미친다. 예를 들어 특정 근로자가 과거 국민연금 미납입액이 있다면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국민연금 미납입액을 납입하면, 퇴직연금에서 받을 수 있는 연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6) 2021년말 기준 퇴직금 부채의 규모는 142조원으로 추정된다(홍원구, 2023, 퇴직급여 부채 규모와 적립률의 공시,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023-07).
7) 2021년말 기준 종사자 규모 300인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91.4%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0.6%이다(통계청, 2022, 2021년 퇴직연금통계 결과).
8) 2015년 1.0조원 → 2016년 1.4조원 → 2017년 2.1조원 → 2018년 3.1조원 →2019년 2.7조원 → 2020년 1.6조원 → 2021년 3.7조원 → 2022년 6.3조원. 추가비용 =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의 기초적립금 × (임금상승률-DB형 퇴직연금 수익률), 임금상승률은 민간부문 협약임금 상승률을 사용하였다. (홍원구, 권민경, 박혜진, 2020, 『퇴직연금 자산의 사외적립 의무와 기업재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총서 20-1).
9) CDC에는 기업이나 근로자 모두 납입할 수 있다. 전통적 DB형 퇴직연금과 달리 기업은 납입액 이상의 추가적인 부담을 하지 않는다. CDC는 목표 연금액을 지급하는데, 적립액이 부족하면 연금액이 감액된다(Mirza-Davies, J., 2022, Pensions: Collective Defined Contribution (CDC) schemes, Research Briefing, House of Commons). 심수연, 2023, 영국의 집합적 확정기여형(CDC) 퇴직연금제도 시행 및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023-15.
10)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수급하면 일시금으로 받을 때 납부해야 할 세금의 70%를 연금 수급 기간에 걸쳐 분납한다. 30%의 세제 감면과 함께 세금을 분납하는 효과도 있어 연금화 유인 효과가 존재한다. 퇴직급여액이 낮으면 세금 감면의 효과는 거의 없다.
11) 주택구입, 주거임차를 위한 대출 시에 퇴직연금 적립금만큼 대출한도를 높여 퇴직연금 적립금을 인출 수요를 낮추는 방식을 제안한다.
12) 국민연금처럼 단일 기금에 의한 운용만이 아니라 기업별 운용, 또는 퇴직연금 사업자별 운용 방식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