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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포커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동향을 제공하는 격주간지

요약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는 2,000원 미만의 저가 ETP의 호가단위를 5원에서 1원으로 축소하였다. 유통시장 내 저가 ETP가 증가하는 가운데, 저가 상품의 호가스프레드 확대, 괴리율 증가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호가단위 축소일을 기준으로 13개 저가 ETP의 호가단위가 1원으로 축소되었고, 평균 최소 호가스프레드는 1.4%에서 0.28%로 1/5만큼 감소하였다. 이들 상품의 일평균 거래대금을 고려하면 투자자의 최소 스프레드 비용이 일평균 약 1.9억원 절감되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호가단위 축소 전후를 비교하여 분석한 결과, 저가 ETP의 호가단위의 축소는 시장 내 양적 유동성을 줄이지 않는 범위에서 유동성의 질적 수준과 ETP 가격의 효율성을 제고한 것으로 나타나며, 개인투자자의 암묵적 거래비용을 유의미하게 낮춘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러한 저가 ETP 중에는 인버스 레버리지(-2X) 상품,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큰 상품이 많았으며, 이와 유사한 형태의 ETP 가격은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 경우 최소한의 호가단위로도 스프레드, 괴리율 등을 효과적으로 낮추는 데 한계가 올 수 있어, ETP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액면병합과 같은 추가적인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저가 ETP의 호가단위 축소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는 2,000원 미만의 저가 ETP(ETFㆍETN)1)의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호가단위(tick size)를 5원에서 1원으로 축소하였다.2) 2002년 10월 상장지수상품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출시된 이후 줄곧 ETP의 호가단위는 상품의 거래가격과 관계없이 5원으로 고정되어 있었지만, 거래가격이 낮은 저가 ETP가 늘어나면서 호가스프레드 및 체결가격의 변동성 확대, 괴리율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ETP는 장내 유통시장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금융투자상품인 만큼 적절한 수준의 호가단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번 ETP 호가단위의 축소는 궁극적으로 투자자의 효용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투자 비용 측면에서 ETP 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요소 중에는 거래수수료, 운용비용3), 세금과 같은 명시적 비용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호가스프레드와 괴리율과 같은 암묵적 비용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호가단위가 5원인 상황에서 어떤 ETF의 주당 순자산가치가 1,000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순자산가치는 해당 ETF의 균형가격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최우선 매도호가가 1,005원이고 최우선 매수호가가 995원에 형성되어 있다면, 투자자는 해당 ETF를 매수하기 위해 균형가격인 1,000원이 아닌 1,005원을 지불해야 한다. 반대로 매도하려는 투자자는 995원에 ETF를 매도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균형가격과 실제 거래가격의 차이인 5원이 ETF를 거래할 때 발생하는 암묵적 비용이 된다. 최우선 매수호가가 1,000원으로 증가하거나, 최우선 매도호가가 1,000원으로 감소하게 되면 매도자 혹은 매수자가 균형가격에 ETF를 거래할 수 있겠지만, 최소로 가능한 호가스프레드가 5원이므로 쌍방의 거래자 중 누군가는 시장의 유동성을 소비하기 위해 주당 5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균형가격 대비 최소 호가스프레드 비율은 0.5%인데, 이는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며, 다수의 투자자가 거래를 일으킬 때마다 이러한 비용이 계속해서 발생한다면 비용의 전체 규모도 상당할 것이다.

또한, 위와 같은 상황에서 기초지수의 변동으로 인해 ETF의 순자산가치가 1,000원이 아닌 1,004원이나 998원과 같이 5원 단위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 해당 상품의 유동성이 아무리 커진다 해도 균형가격에 절대로 거래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최소 0.1%에서 0.4% 사이의 암묵적 비용이 모든 매매체결 시 발생하게 된다. 물론 상장지수상품의 특성상 괴리율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모든 ETP가 균형가격에 거래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문제가 상품의 가격 수준(price level)이 낮은 ETP에서 현저해지기 때문에, 저가 ETP의 호가단위 축소는 이들 상품을 거래하는 투자자의 암묵적 거래비용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그림 1>은 작년 12월 저가 ETP 호가단위 변경일(2023년 12월 11일)을 기준으로 상장되어 거래되는 1,139개 ETP의 가격 수준과 최소 호가스프레드 비율 간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가격 수준인 ETP 종가에 스케일을 보정하기 위해 자연로그를 취하였고, 최소 호가스프레드 비율은 ETP에 적용되는 호가단위를 종가로 나눈 값을 사용하였다. 즉, 호가단위는 상품에 적용되는 최소한의 호가스프레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먼저, 그림의 파란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가격 수준이 낮을수록 최소 호가스프레드 비율은 비선형적으로 증가한다. 실제로 호가단위 변경일 기준 3개의 상품은 가격 수준이 100원 근처에 형성되어 있었고, 호가스프레드가 최소한으로 줄어들어도 투자자는 약 4~5%에 해당하는 스프레드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다.

<그림 1>의 빨간 점은 2,000원 미만의 저가 ETP의 호가단위가 1원으로 축소되었을 때의 최소 호가스프레드를 나타낸다. 변경일 기준 13개 상품(1개의 ETF, 12개의 ETN)의 호가단위가 5원에서 1원으로 축소되었고, 최소 호가스프레드도 평균 1.4%에서 0.28%로 1/5만큼 감소하였다. 비록 호가단위가 축소된 2,000원 미만의 저가 ETP는 축소일 당시 13개뿐이었지만, 이 중 12개의 ETN은 전체 상장 ETN 중 지표가치금액 기준 약 12%, 거래대금 기준 약 5.4%를 차지하므로 투자자 관점에서 의미 있는 제도 변화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들 13개 상품의 일평균 거래액은 약 167억원으로4), 최소 스프레드 비용이 평균 1.4%에서 0.28%로 감소하였으므로 투자자의 암묵적 비용이 어림잡아 일평균 최소 약 1.9억원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저가 ETP의 호가단위 축소는 해당 ETP를 거래하는 투자자 관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을 것으로 보인다.


ETP 호가단위의 축소 효과 분석

그렇다면 호가단위의 축소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호가단위는 자산 가격이 변동하는 최소 단위를 말한다. 호가단위가 축소되면 거래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 더 세분화될 수 있다. 이는 호가스프레드의 감소뿐만 아니라 시장가격이 균형가격을 반영할 가능성을 상승시킨다. 즉, 호가단위의 축소로 호가스프레드의 감소와 거래의 정밀성 제고,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ETF(ETN)의 경우 시장가격은 주당 순자산가치(지표가치)를 추적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저가 상품의 호가단위 축소를 통해 시장가격이 균형가격에 가까워질 수 있어 상품의 괴리율이 축소될 수 있다. 또한, 호가스프레드의 감소는 비정보거래(noise trade)로 인한 가격 충격을 완화해 장중 가격의 변동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Kaul & Nimalendran, 1990).

한편, 호가단위의 축소는 유동성공급자의 유동성 공급 유인을 감소시킬 수 있다. 호가스프레드는 일종의 유동성 공급의 대가로 해석할 수 있는데, 호가단위가 축소되면 스프레드가 줄어들어 유동성 공급자의 경쟁적인 호가 제시 유인이 감소한다. 이 경우 유동성의 심도(depth)가 줄어들어 거래의 양적 지표는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호가단위의 축소가 시장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한 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일정 금액 이상의 주문을 제출하는 거래자 관점에서 호가단위 축소의 실질적인 효익은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Goldstein & Kavajecz, 2000).

본 고에서는 ETP 호가단위 축소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다섯 가지 ETP 시장의 질적 수준(market quality)에 대한 대용치를 사용한다. 먼저, 유동성의 양적 지표인 일별 거래회전율이다. 거래회전율은 일별 ETP 거래량을 상장주식수로 나눈 값으로 정의한다. 둘째, 유동성의 질적 지표로 호가스프레드와 일중변동성을 사용한다. 호가스프레드는 Corwin & Schultz(2000)가 고안한 방식을 기반으로 대용치를 산출하였고, 일중변동성의 대용치로 장중 고가와 저가를 바탕으로 장중 변동성 지표를 계산하였다.5) 마지막으로, ETP 가격 효율성 지표로 괴리율의 절대값을 사용하였고, 개인투자자의 암묵적 거래비용 대용치로 김준석(2020)의 방법론을 활용하였다.6) 본 고에서 사용한 모든 지표는 일별 단위로 계산이 가능하다. 이렇게 계산한 다섯 가지 지표를 토대로 호가단위가 축소된 그룹과 대조군을 비교하여 호가단위 축소의 효과를 이중차분법을 통해 살펴보았다.7)

<그림 2>는 호가단위 축소 전후 100거래일을 대상으로 하여8) 이중차분법을 실시한 주요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분석 결과, 호가단위가 변경된 저가 ETP는 호가단위 축소 이후 일평균 거래회전율이 5bp 증가했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한편, 일평균 호가스프레드 및 일중변동성이 87bp 감소하여 유동성의 질적 수준이 개선되었고, ETP 괴리율의 절대값이 일평균 22bp만큼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또한, 개인투자자의 암묵적 거래비용이 일평균 약 71bp 감소하여, ETP의 가격 효율성과 암묵적 비용이 모두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 요약하면, 저가 ETP의 호가단위 축소는 시장의 양적 유동성을 훼손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시장의 질적 수준을 개선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시사점 및 향후 과제

본 고의 분석 결과와 같이, 호가단위는 여러 측면에서 유통시장의 질적 수준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적절한 단위의 호가 크기를 설정하는 것은 ETP 시장의 미시구조(microstructure)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작년 12월 거래소가 시행한 저가 ETP의 호가단위 축소는 ETP 시장의 질적 수준을 제고한 조치였으며, ETP 투자자의 암묵적 거래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데에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러한 조치의 결과 외에도 배경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본 고에서 분석한 저가 ETP는 모두 레버리지(2X), 인버스 레버리지(-2X) 상품이며, 대부분은 –2X 상품이고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높은 상품이 많았다.9) 최근에는 5개의 ETP가 2,000원 미만으로 가격이 내려갔는데, 이들 ETP 역시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큰 상품이거나, 기초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확인된다.10) 역배수 추종 방식의 설계상 이들 상품의 가격은 구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변동성이 높은 기초지수를 추종한다면 레버리지ㆍ인버스 ETP 운용에 내포된 리밸런싱 거래로 인해 상품 가격이 장기적으로 우하향할 수 있다(권민경, 2020). 즉, 저가의 상품 또는 이들 유형과 유사한 ETP 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한다면, 최저 호가단위인 1원으로도 호가스프레드와 괴리율 등이 유의미하게 발생하는 상품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호가단위의 축소 외에도 ETP 상품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ETP의 액면병합(reverse split)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1) 일반적으로 ETP(상장지수상품)는 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되고 기초자산의 수익률과 연동된 금융상품을 총칭하는 데, 우리나라의 경우 발행주체에 따라 자산운용사가 발행하는 ETF(상장지수펀드)와 증권사가 발행하는 ETN(상장지수증권)으로 분류된다. 본 고에서는 ETP를 ETF와 ETN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한다.
2) 한국거래소 보도자료(2023. 10. 5)
3) ETF는 펀드 보수, ETN의 경우 제비용이 발생한다.
4) 호가단위 변경일 이전 100거래일을 기준으로 산출하였다. 마찬가지로, 12개 저가 ETN의 지표가치금액 및 거래대금 비중도 변경일 이전 100거래일을 기준으로 하였다.
5) 일중 고가와 저가의 차이를 고가와 저가의 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한다.
6) 개인투자자의 상품별 매수 및 매도가격을 산출하여, 이를 준거가격(reference price) 대비 차이로 암묵적 거래비용을 추정한다. 본 고의 결과는 준거가격을 당일 시가로 산출하였으나, 준거가격을 전일종가 또는 거래일의 가중평균체결가(VWAP)로 변경해도 결과의 질적인 차이는 없다.
7) 이중차분법(difference-in-differences)은 특정 사건 전후 외생적인 변화가 발생한 실험집단과 그렇지 않은 통제집단의 차이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여기서 실험집단은 호가단위가 축소된 2,000원 미만의 13개 ETP가 된다. 이들의 통제집단은 최근접 매칭(nearest neighbor matching) 방식을 통해 호가단위 변경 이전 100거래일 동안 실험집단과 평균 규모, 거래대금, 가격 수준이 유사한 ETP로 선별하였다.
8) 호가단위 변경의 외생적 효과를 보수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사건 일자에 가까운 호가단위 변경 전후 10거래일은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9) 13개의 분석 대상 저가 ETP 중 9개 상품이 –2X, 4개 상품이 2X 상품이었으며, 다수의 상품이 원유, 천연가스, 은 등 상품 선물(commodity futures)의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었다.
10) 천연가스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2종의 ETN과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3개의 ETF가 2,000원 미만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2024년 7월 29일 기준).


참고문헌

김준석, 2020, 『국내 기관투자자의 거래비용 분석』,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0-04.
권민경, 2020, 『레버리지ㆍ인버스 ETP 현황 및 위험요인』,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0-17.

한국거래소, 2023. 10. 5, ETFㆍETN 호가가격단위 개선과 소수점 배율 자율화를 위한 업무규정시행세칙ㆍ상장규정시행세칙 개정 예고, 보도자료.
Corwin, S.A., Schultz, P., 2012, A simple way to estimate bid-ask spreads from daily high and low prices, Journal of Finance 67(2), 719-760.
Goldstein, M.A., Kavajecz, K.A., 2000, Eighths, sixteenths, and market depth: changes in tick size and liquidity provision on the NYSE,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56(1), 125-149.
Kaul, G., Nimalendran, M., 1990, Price reversals: Bid-ask errors or market overreaction?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28(1-2), 6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