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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기업공시 개선방안
2021 08/23
ESG 기업공시 개선방안 2021-17호 PDF
요약
기후변화 대응, 책임투자 확산으로 기업의 ESG 활동에 대한 정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기준제정기구별 보고기준이 상이하여 기업의 정보생산 부담은 가중되는 반면 정보의 비교가능성ㆍ신뢰성은 낮아, ESG 기업공시를 ‘어떻게’ 개선할지를 중심으로 발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상장기업에 대해서는 재무적 위험성과 직결되는 중요 ESG 정보를 사업보고서 내 의무적으로 기재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공시정보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장기적으로는 이에 대한 인증절차 역시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존 ESG 관련 정보의 공시체계를 재정비하고, 공시채널을 일원화하여 ESG 정보에 대한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ESG)(이하 ESG) 활동에 대한 정치ㆍ사회ㆍ경제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ESG 관련 정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 위험, 소득 불평등 심화 등 기업 활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외부효과 문제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인식과 함께 금융기관의 책임투자가 확대되면서(Henderson, 2020; OECD, 2020), ESG 기업공시를 ‘왜’ 강화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정책당국 역시 ESG 정보 수요 증가에 대응하여 공시체계 개선을 추진 중에 있다. 우선적으로 ESG 공시를 ‘누구’에게 ‘언제’까지 강제할 것인지 계획을 수립하였으며,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경우 2030년까지 ESG 공시의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1)
 
다만, ESG 공시의무를 ‘어떻게’ 강화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발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ESG 관련 비재무정보의 보고기준 제정을 담당하는 주요 국제기구들 간에도 보고서 작성기준이 상이하여 기업의 공시부담은 가중되는 한편, 평가기관들의 평가기준 역시 일관되지 않아 공시 및 평가정보의 비교가능성과 신뢰성이 낮은 수준이다.2) 이에 한국거래소는 기업의 전략, 조직 구조, 운영 및 성과목표 전반에 ESG 요소를 통합하는 ESG 경영 모범사례를 제시하고 조직ㆍ환경ㆍ사회 측면에서 가장 핵심적인 공개지표를 제안하여 기업의 실질적인 ESG 활동과 공시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초석을 마련하였다.3) 그럼에도 불구하고 ESG 공시 강화의 시기ㆍ범위ㆍ방식 등을 두고 사회적인 논의가 뜨겁다.4)
 
재무보고 기준으로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 IFRS)을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궁극적으로 IFRS 재단이 제정 추진 중인 지속가능경영보고 기준을 ESG 관련 비재무보고 기준으로 준용해야 할 것이다. 기존 재무보고 기준과의 연계성, 국제정합성 측면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기준제정기구와 각 국가별ㆍ업종별 첨예한 이해관계가 조율되어 단일 기준의 ESG 보고체계가 확립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각 국의 정책 및 규제 강화로 인해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사회적 책임 강화 필요성이 기업의 중요한 재무위험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IFRS 재단의 ESG 보고기준 제정이 완료될 때까지 우리나라 공시체계의 현상을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도기적 상황에서 기업공시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다수 이해관계자의 정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ESG 공시의무화의 방향성

탄소국경세, 노동인권 강화 등 ESG 요소에 대한 규제 강화 기조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새로운 국제 무역 질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5)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경우 실질적인 사업위험과 직결될 것으로 보이며, 규제 강화의 속도가 빠른 국가 및 산업에 대한 매출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해당 기업의 경영진뿐만 아니라 투자자 역시 위험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미국, 중국, 홍콩, 일본 등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ESG 관련 규제와 공시의무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고6), 유럽연합의 지속가능 보고기준 설정과 관련한 새로운 제안서에는 공급망(supply chain) 수준에서 ESG 위험요인에 대한 중요성 검토를 강조하고 있다.7) 상기 권역에 대한 우리나라의 최근 5개년 연평균 수출비중은 61%에 달한다.8) 품목별로는 전기전자제품, 화공품, 수송장비, 기계류, 철강제품 순으로 비중이 높아 해당 공급사슬에 속하는 기업의 경우 ESG 요소에 대한 대응수준이 고객과의 계약에 유의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위와 같은 ESG 경영의 시급성에 비해 일각에서는 당국의 공시의무 확대 일정이 신속하지 않고 의무화 대상도 협소하다는 지적이 있다.9) 구체적으로 2030년 이후,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에만 공시의무를 부여한 것이 유럽연합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규제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느슨하지 않느냐는 비판이다.
 
그러나 ESG ‘경영’의 시급성과 ESG ‘공시’의 시급성은 다른 차원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ESG 공시의무화의 경우 부정적 외부효과, 사회적 비용, 혹은 사중손실 등을 줄일 수 있다는 이론적ㆍ실증적 근거가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국제적으로 일관된 보고기준 또한 마련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ESG 정보에 대해 전면적인 공시의무를 부과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기업의 공시에는 직접적으로 정보의 생산ㆍ전파와 관련한 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전유정보(proprietory information)의 노출과 같이 간접적인 경로로도 비용이 발생한다.10) 예를 들어 탄소감축을 위한 중장기 목표와 함께 연도별 감축 목표치, 진행률 관련 공시의무 등을 상세히 부과할수록, 탄소저감 설비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은 사업계획을 상당부분 노출한 상태에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 외부기술 의존도가 높고 협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일수록 계약단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간접비용은 추정도 쉽지 않다.
 
따라서 의무공시로 인해 기업의 이행부담이 편익을 초과하는 상황, 즉, 규제 개입으로 인한 비효율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의무공시를 최소화하고 자율공시를 우선할 필요가 있다.11) 자율공시 체제 하에서 ESG 대응수준이 높은 기업은 대응수준이 낮은 기업과 동등한 평가를 받는 역선택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 최적의 비용 수준에서 ESG 성과를 자발적으로 알릴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12)
 
한편, 공시의무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에는 ESG 규제환경 변화가 사업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적이고, ESG 요소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중대하다는 인식이 전제되는데, 역설적으로 이는 기업의 자발적 공시 유인이 극대화될 수 있는 조건에 해당한다.
 
결국 ESG 공시의무화의 방향은 ESG 대응수준이 낮고 지속가능성이 떨어짐에도 관련 위험을 충실히 공시하지 않아 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상황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최소한의 사업위험과 관련한 ESG 정보의 비대칭적 상황은 공시의무화를 통해 해소하더라도 상세정보에 대한 공시는 자율공시의 영역으로 놔두어 기업 스스로 시장의 신뢰를 구축할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판단된다.

 
중요 ESG 정보의 공시의무화

ESG를 강조하는 국제 경제 질서의 변화는 수출 및 중간재 생산 비중이 높은 국내기업을 중심으로 재무적 위험성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국내 기업부문의 ESG 공시현황 분석결과에 따르면, ESG 대응수준이 낮아 규제환경 변화의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있는 기업일수록 정보의 공시수준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난다.13) 이러한 기업들은 스스로 유발한 사회적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할 역량이 현저히 떨어져 ESG 규제수준이 급격히 높아지게 될 경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관련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시급히 해소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투자판단에 필요한 중요 ESG 정보는 사업보고서 상 ‘사업의 내용’ 혹은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공시를 의무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구체적으로 대규모 기업보다는 중견ㆍ중소규모 기업일수록,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보다는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ESG 대응수준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최소한의 ESG 정보 공시의무화는 해당 기업군의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인증절차 도입

재무적 중요성에 기초한 중요 ESG 정보의 공시의무화와 함께 인증절차의 도입도 검토가 필요하다. 기업이 불리한 정보를 공시하지 않기 위해 중요 지속가능성 주제를 재량적으로 선정할 경우 공시의무화의 실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공시정보의 신뢰성 또한 저하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증절차 도입에 따른 기업의 이행부담 요인을 엄밀히 평가해볼 필요성 역시 제기된다. 유럽연합의 경우 2018년부터 종업원 5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비재무정보의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제도의 실효성, 공시정보의 신뢰성이 문제가 되어 이를 강화하기 위한 인증절차를 도입 추진 중에 있는데, <그림 1>에서 유럽연합 기업들의 비재무정보에 대한 평균적인 인증비용을 살펴보면, 인증수준에 따라 중소기업은 2,300만원~3,800만원, 대기업은 1억 500만원~1억 7,500만원의 인증비용이 매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이는 유럽연합의 비재무보고 지침에 따른 보고서 전체에 대한 인증비용이므로, 중요 ESG 정보로 인증대상을 제한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인증비용 수준을 합리적으로 재산정해 볼 필요가 있다. 
 


 
기존 ESG 공시체계의 재정비 및 공시채널 일원화

아울러, 기존 ESG 관련 정보의 공시체계를 재정비하여 공시채널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표 1>에서 살펴보면, 환경(E)ㆍ사회(S) 관련 정보의 경우 사업보고서 공시, 거래소 공시, 개별법상 공시 등으로 여러 근거규정에 따라 다양한 공시채널에 공개되고 있다. 구체적인 항목을 살펴보면 World Economic Forum (2020)에서 권고한 환경(E)ㆍ사회(S) 요소 관련 주요 공시사항을14) 이미 상당수 포함하고 있어, 2026년까지 의무화 단계에 있는 지배구조보고서(G)의 내용과 함께 사업보고서를 중심으로 공시채널을 일원화할 경우 ESG 정보에 대한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결론

지속가능경영의 중요성은 어제 오늘 강조된 것이 아니다. 1950년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이하 CSR) 개념이 등장한 이후15), 1990년대부터 이미 국제기구(OECD, UN, ISO 등)를 중심으로 환경ㆍ사회 등 다양한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해 기업의 책임있는 시민의식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CSR의 개념적 모호성으로 그 동안 책임투자를 통한 금융기관의 효과적인 관여를 유도하는데 한계점이 존재했다.16)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요소로 구분하여, 비재무정보이지만 객관적인 측정과 평가의 노력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여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기업경영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공시의 역할 또한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로서는 ESG와 관련한 일관된 보고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고 기업별로도 ESG 공시수준이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전문 기관투자자의 경우 기업에 필요한 정보를 직접 요구하고 적극적인 관여를 할 수 있는 협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러한 협상력이 없는 개인투자자의 경우 정보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특히, ESG 공시수준이 낮은 기업들이 대체로 규모가 작고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이 많아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관여 유인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ESG 수준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정보비대칭성 해소를 위한 정책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 

투자판단에 필요한 중요 ESG 정보는 사업보고서 상 ‘사업의 내용’ 혹은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공시를 의무화하여 ESG 정보의 비대칭적 상황을 적극 해소할 필요가 있다. 상세정보에 대한 공시는 자율공시의 영역으로 두어 기업이 자발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구축할 유인을 제공함이 바람직하다. 공시정보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이에 대한 인증절차 역시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SG 성과를 ‘어떻게’ 알릴지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 이전에 어떠한 ‘성과’를 알릴 것인지 내실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질이 뒤따르지 않은 공시는 결국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1) 금융위원회, 2021. 1. 14,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 보도자료.
2) 이인형, 『ESG 평가체계 현황과 문제점』,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1-09.
3) 한국거래소, 2021. 1. 18,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 보도자료. 
4) 한국경제, 2021. 1. 22, 정치권도 ESG 관심…의제 선점 경쟁 나서.
    이투데이, 2021. 3. 30, ‘ESG 공시 의무화 앞당기자’ 토론회서도 ‘찬반’ 팽팽.
    법률신문, 2021. 4. 5, 기업, 사업영역별 특성 따른 ESG 정보공개 수준에 맞춰 대응해야.
    매일경제, 2021. 4. 28, ESG 소문 못내면 소용없어... 공시에 공들여라.
5) Larch, M., Wanner, J., 2017, Carbon tariffs: An analysis of the trade, welfare, and emission effects. 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s 109, 195-213.
6) Krueger, P., Sautner, Z., Tang, D.Y., Zhong, R., 2021, The effects of mandatory ESG disclosure around the world, Available at SSRN.
7) EU, 2021, Proposal for a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
8)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9) 임팩트온, 2021. 1. 15, “2025년 너무 늦다” vs. “기업들 소화불량 걸린다”...ESG 정보공시 의무화, 어떻게 봐야 하나.
10) Verrecchia, R.E., 1983, Discretionary disclosure, 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 5, 179-194.
11) Blacconiere, W.G., Patten, D.M., 1994, Environmental disclosures, regulatory costs, and changes in firm value, 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 18(3), 357-377.
12) Akerlof, G., 1970, The market for “Lemons”: Quality uncertainty and the market mechanism,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84(3), 488-500.
13) 이상호, 『ESG 정보 유용성 제고를 위한 기업공시 개선방안』,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1-12.
14) World Economic Forum, 2020, “Measuring Stakeholder Capitalism Towards Common Metrics and Consistent Reporting of Sustainable Value Creation”에 따르면, 환경(E) 요소로 탄소배출권, 기타 온실가스 배출, 수질 오염, 친환경 에너지 사용량, 기후 변화 대응, 법규 위반 사항 등을, 사회(S) 요소로 여성인력 비중, 근로복지 사항, 사업장 안전사항, 지역사회 기여도, 기타 법규 위반 사항 등을 주요 공시사항으로 권고한다.
15) Bowen, H.R., 1953, Social Responsibilities of the Businessman, University of Iowa Press.
16) 강원ㆍ정무권, 2020, 비재무지표와 기업의 시장성과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 ESG 지표 개발에 사용되는 사건의 시장반응 분석, 『연세경영연구』 57(2),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