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MI 자본시장연구원
ENG

보고서

최신보고서

보고서
2020 02/20
상장폐지종목의 장외거래 특성 분석 이슈보고서 20-05 PDF
목차
Ⅰ. 서론

Ⅱ. 장외시장 운영 현황 및 특징
  1. 장외시장 구성 및 특징
  2. 장외시장 거래 현황

Ⅲ. 상장폐지기업의 장외시장 거래 특성
  1. 상장폐지종목의 장외시장 거래 현황
  2. 장외시장 구조개선 영향
  3. 상장폐지 사유별 특성
  4. 상장폐지종목 장외시장 거래규모
  5. 상장폐지 전후 유동성 및 변동성 비교

Ⅳ. 결론 및 시사점
요약
국내 거래소시장은 2019년 6월 기준 상장종목 수가 2,247개에 달하는 세계적 규모의 시장이다. 최근에는 기술성장기업과 이익미실현기업의 거래소 진입 기회가 확대되어 성장 잠재력이 높은 혁신기업의 상장 또한 증가하였다. 다양한 기업에 상장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제도변화이지만 상장이 용이해질수록 상장기업의 부실화와 거래시장의 건전성 저하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상장폐지기업의 장외시장 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한계기업이나 거래소 퇴출기업이 장외시장에서 충분한 거래와 재기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대표적 제도권 장외시장인 K-OTC가 도입된 이후 상장폐지종목 중 K-OTC 등록요건을 충족하는 종목은 일부에 불과했으며 이중 상장폐지 3개월 이내에 K-OTC에서 거래된 종목은 존재하지 않았다. K-OTC와 달리 거래종목 등록이나 유지가 용이한 K-OTCBB의 경우 매해 10개 이상의 상장폐지종목이 3개월 이내에 시장에 참여하여 K-OTC에 비해 나은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실제 거래 빈도와 체결규모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처럼 장외시장에서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부분의 거래가 7일의 정리매매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상장폐지 직전 거래는 폭등하고 주가는 급등락하였다. 그 과정에서 투자자의 투기심리와 전문적 투기세력까지 더해져 혼란과 불확실성이 가중되었다.

상장폐지기업의 부담을 경감하고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장외시장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장외시장을 통해 충분한 재기와 거래의 기회를 제공하여 거래소 퇴출위기에 놓인 기업이 자발적으로 대안시장을 선택하고 상장폐지 이후에도 장외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거래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거래소는 상장폐지 결정에 따른 부담이 완화되어 적시에 부실기업을 퇴출시킬 수 있게 되고 결국 시장 전반의 신뢰와 건전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Ⅰ. 서론

상장은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증권이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상장폐지는 거래소에서 규정한 매매대상으로서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해당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것이 더 이상 적절하지 못하다는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드물게는 기업이 스스로 상장의 혜택보다 상장유지에 소요되는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해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선택하기도 한다. 즉, 상장폐지는 해당 종목이 거래소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고 거래되는 것이 부적절하거나 불필요하다는 의미일 뿐 거래가 원천적으로 중단되거나 주식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상장폐지기업이 기존의 거래소에서 퇴출된 이후에도 하위거래소로 이전상장하여 상장사로서의 지위를 이어갈 수 있거나 장외시장이 발달되어 있어 비상장 상태에서도 충분한 자금조달과 거래가 가능하다면, 상장폐지가 해당 종목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적절한 시장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 상장폐지기업은 존속되기 어려우며 기업활동을 지속한다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실질적으로 거래하기 힘들어진다. 이렇게 거래소 퇴출이 기업가치와 기업존속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 한계기업은 현 상황을 근원적으로 개선하기보다는 상장폐지를 회피하고 현 거래소시장에 존속하기 위하여 비생산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그 피해는 기업과 투자자에게 돌아가며 결국에는 정규거래소의 부담이 과중해지고 시장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주식시장 전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거래소시장과 장외시장은 상호 보완적이고 유기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하위시장에서 상위시장으로 성장해나가는 각 단계가 효율적으로 연계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한계기업이나 상장폐지 기업이 거래소시장을 떠나는 경우에도 하위거래소시장 또는 장외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상위시장과 하위시장 간에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있을 때 기업, 투자자, 거래시장 모두에 최적의 효율성이 달성된다.

그런데 장외시장과 거래소시장 간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유니콘 기업이나 성장 가능성을 지닌 혁신 벤처기업의 육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상장을 유지하기 어려운 한계기업과 이미 정규거래소에서 퇴출된 기업에 현재의 장외시장이 충분한 거래와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본 연구는 장외시장의 다양한 기능 중 상장폐지종목에 대한 거래 기회제공 측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장외시장의 특성을 바탕으로 상장폐지종목의 장외시장 거래현황을 분석하여 거래소에서 퇴출된 이후 기업이 존속하는 데 제도권 장외시장이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가늠해보고자 한다.


Ⅱ. 장외시장 운영 현황 및 특징

1. 장외시장 구성 및 특징

현재 정규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비상장주권을 거래하는 장외시장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 중인 장외시장인 K-OTC, K-OTCPro, K-OTCBB1)와 한국거래소의 KRX 스타트업 시장(KRX Startup Market: KSM)2), 그 밖에 38커뮤니케이션, PStock 등 다수의 사설 장외시장이 존재한다.

금융투자협회나 한국거래소가 운영 중인 제도권 장외시장은 사설 장외시장에 비하여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거래의 안전성 측면에서 비제도권 장외시장에 비하여 우위에 있다. 기본적으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은 장외에서의 거래를 단일의 매수자와 단일의 매도자간의 상대매매로 제한하고 있다(법 제116조, 령 제177조). 따라서 장외시장에서의 비상장 종목 거래 시 거래상대방을 탐색하고 거래를 체결하는 데 상당한 노력과 위험이 따른다. 비제도권 장외시장은 고객정보 수집이나 호객행위를 위한 허위매물을 통제하지 않아 거래의사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거래 상대방을 선택한 이후에도 상대방의 신용도와 결제 불이행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 많은 경우 브로커를 거치게 되는데, 감독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인가 중개업자나 일부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위법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한다.3) 자본시장법에서는 투자자보호를 위해 금융투자업자에게만 광고와 거래 중개가 허용되어 있으나(법 제57조) 장외에서 무인가 중개업자나 일부 유사투자자문업자에 의한 불법적 투자광고와 중개뿐 아니라 일대일 투자자문도 횡행하고 있다.

또한 제도권 장외시장을 통해 더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장외시장은 호가를 게시하고 이를 상호 확인하는 기능만을 제공하고 있어, 거래시장이라기보다는 거래의사를 보유한 당사자간 정보 공유를 위한 호가게시판에 가깝다. 그런데 장외시장 중 특히 K-OTC에서는 호가게시 뿐만 아니라 거래체결이 가능하다. K-OTC는 예외 규정에 따라 다자간 상대매매방식에 따른 거래체결이 가능해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일치하는 경우 자동으로 거래가 체결된다(령 제178조 제1항).4) 사설 거래시장을 비롯하여 그 외의 장외시장에서 거래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서로의 매매의사를 확인한 후 메신저 또는 오프라인에서 수량이나 가격 등 거래조건을 협의하고 직접 또는 중개증권사를 통해 일대일 상대매매 방식으로 매매를 체결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명목적 수수료뿐만 아니라 유통 마진이 발생하여 실제 거래가치에 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K-OTC 등 공신력 있는 시장을 통하여 거래할 경우 거래가 편리할 뿐만 아니라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제도권 장외시장은 정보 제공 측면에서도 비제도권 시장에 비해 우위에 있다. 비상장기업에 대한 정보는 절대적으로 공개되는 양이 적을 뿐만 아니라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반면 K-OTC는 거래소시장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는 하나, 등록법인에 대한 공시제도가 존재하여 연 2회 정기공시, 주요경영사항에 대한 수시공시 및 협회의 요구에 의한 조회공시를 통해 기본적인 정보가 제공된다.5) K-OTCBB는 공시를 강제하고 있지는 않으나 각 종목별 거래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거래량, 거래대금, 체결가 등의 정보를 제공하여 호가를 게시하거나 매매 당사자간 상호 합의할 때 참고 가능하다. 정보의 양과 신뢰도는 투자자보호 문제로 직결된다. 정보비대칭성이 높은 비상장주 거래시장에서 제도권 장외시장은 시장참여자간의 정보 격차를 완화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현행 사설 장외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행위는 위법의 소지가 있다. 사설 장외주식거래 플랫폼은 투자자의 호가게시 이외에도 거래종목에 대한 기준가격 제시, 특이업종 및 테마종목 등 종목추천, 거래종목별 동호회 운영 및 동호회를 통한 종목추천 등의 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이러한 행위는 장외거래방법 위반 및 구주매출에 의한 증권신고서 제출의무 위반, 무허가 시장개설행위 금지(개정 전 거래소 유사시설 개설금지), 무인가 투자중개업 및 투자광고 위반 등에 해당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6) 그러나 적법성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이 지속되고 있다.
 

2. 장외시장 거래 현황

제도권 장외시장의 여러 강점에도 불구하고 제도권 장외시장을 통한 거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비제도권 장외시장의 규모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금융투자협회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비상장주식 거래대금이 2014년 기준 약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7)

반면 KSM에는 2019년 10월 기준 99개의 종목이 등록되어 있으나 2016년 11월 14일 개설 이래 2019년 상반기까지 13개 종목을 대상으로 단지 4억원의 거래가 체결되는 등 거래실적이 저조하다.8) K-OTC와 K-OTCBB는 KSM에 비해서는 양호한 거래실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프리보드에서 K-OTC로의 전환이 제도권 장외시장 규모 확대에 크게 기여하였다. 프리보드 당시에 비하여 K-OTC에서 등록 및 지정 종목 수는 두 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실제 거래되는 종목 수도 확연하게 증가하였다. 거래대금은 2013년 이전 연평균 413억원에서 2014년부터 2018년에는 3,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2019년 상반기 거래규모가 이미 작년의 72% 수준으로 올해에도 거래가 이전에 비하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14년 기준 6조원이라는 비제도권 장외시장 거래규모 추정치나 2019년 10월 기준 예탁결제원에 등록된 비상장 보통주만 해도 총 4,800여종에 달한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K-OTC의 거래는 여전히 사설 장외시장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K-OTC의 등록 및 지정기업 수를 살펴보면 기업의 자발적 참여의사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 프리보드에서 K-OTC로 개편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기업의 신청 없이도 협회가 직권으로 매매거래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는 비신청지정제도가 도입된 것이다.9) 그런데 제도 도입 초기뿐만 아니라 최근까지도 지정기업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반면 등록기업 수는 감소하고 있다. 2019년 6월말 기준 137개의 종목 중 106개가 지정종목으로, K-OTC는 지정기업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정기업부는 K-OTC 진입 이전에도 장외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유명 비상장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 등 공모실적이 있는 사업보고서 제출기업이 그 대상으로, 최근 K-OTC의 양적 성장은 소형 비상장주식의 성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K-OTC는 한계기업이나 상장폐지기업이 진입하여 거래하기 용이한 시장은 아니다.

K-OTCBB는 K-OTC에 비해 많은 기업이 등록되어 있다. 별도의 등록요건을 요구하지 않는 K-OTCBB의 설립으로 더 많은 종목이 장외에서 거래가 가능해졌다.10) 2019년 6월말 기준 K-OTC에 등록/지정된 종목 수는 137개이며 K-OTCBB에는 3배 가량인 397개가 등록되어 있다. 그러나 많은 종목들이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았다. 등록 기업 5개 중 1개의 빈도로 실제 거래되고 있으며 거래규모 또한 매년 60억원에서 330억원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제도권 장외시장이 비제도권 장외시장과 차이를 보이는 원인과 관련하여 여러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11) 우선 매매대상군이 제도권 장외시장에서는 비제도권에 비해 제한될 수밖에 없다. K-OTC나 K-OTCBB 등을 통해 거래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일정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K-OTC는 공시와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등을 부과하여 기업정보 공개에 대한 부담으로 참여를 기피한다.

또한 비제도권 장외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탈세와 금융사기는 다른 한편으로는 투자자를 비제도권 시장으로 유인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사설 장외시장을 통한 거래에도 제도권 장외시장과 마찬가지로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그러나 거래 당사자들이 거래명세를 직접 신고하지 않을 경우 실거래를 파악하기 어려워 탈세의 가능성이 높다. 세금을 회피하려는 유인과 쉽게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자기과신이 더해져 투자자들은 불법적 행위나 사기에 현혹되기 쉽다.


Ⅲ. 상장폐지기업의 장외시장 거래 특성

본 장은 제도권 장외시장인 K-OTC와 K-OTCBB를 통한 상장폐지기업의 거래 현황 및 특성을 살펴본다. 우선 상장폐지 후 제도권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지속된 종목 규모를 장외시장의 특성과 상장폐지 사유 등을 기준으로 분석하고, 상장폐지 전후의 유동성과 변동성 변화를 분석해보도록 한다.

1. 상장폐지종목의 장외시장 거래 현황

2000년 이후 2019년 6월까지 지난 20년간 상장폐지된 종목은 1,111개이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12) 각각 369개와 742개 종목이며 이는 상장종목 수 대비 매년 평균 각각 2.0%, 3.8%가 상장폐지된 것을 의미한다. IT버블 붕괴 당시인 2000년대 초반과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을 전후로 상장폐지 비중이 높아졌으나 그 이외의 기간에는 상장종목 수 대비 낮은 상장폐지율을 보인다. 최근 5년간은 매년 상장종목 수 대비 1%의 빈도로 상장폐지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모든 상장폐지종목이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이 중 일부만이 다시 거래된다. 1,111개 상장폐지종목 중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하는 제도권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지속된 종목 수는 157개에 불과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된 종목 중 46종목,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종목 중 111종목이 이에 해당한다.

상장폐지종목이 제도권 장외시장에서 재거래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 뿐만 아니라,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재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적 공백이 존재한다. 거래소시장 상장폐지 이후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시작되기까지 중앙값 기준 269일이 소요되었다. 이는 상장폐지 이후 약 9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거래가 재개되었다는 것으로 거래소시장에서 장외시장으로 거래가 유연하게 이어졌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상장폐지종목 거래가 장외시장에서 재개되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 이상 소요되는 현상은 2014년 이전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그림 III-2>는 상장폐지 연도별로 해당 연도에 상장폐지된 종목이 다시 거래되기까지 걸린 기간을 보여준다. 2001년부터 2005년 사이에 상장폐지된 종목의 거래재개 소요기간은 연도별 중앙값 기준 3,400일 이상으로, 장외에서 거래되기까지 9년 이상의 기간이 걸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거래재개 소요기간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09년에서 2014년 사이에 상장된 종목의 거래재개 기간은 2년에서 6년 정도로 단축되었다. 특히 2015년 이후 상장폐지된 기업의 소요기간은 눈에 띄게 감소하였다. 2015년 이후 상장폐지종목은 상장폐지된 후 한 달 안에 장외에서 거래가 개시되었다. 과거에 비하여 거래연속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된다.
 

게다가 <그림 III-2>의 거래재개 종목 수를 살펴보면, 2012년 이후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재개된 종목 수가 증가하였다. 2012년 이후 상장폐지된 종목 중 거래가 재개된 종목은 연 평균 12개이다. 2014년 이전에 연 평균 5개였던 것에 비하여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앞서 <그림 III-1>에서 살펴보았다시피 전반적으로 상장폐지 기업 수가 감소하는 추세였다는 점을 감안하여 보면 최근 상장폐지종목이 장외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상당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즉, 2015년을 기점으로 상장폐지종목이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사례가 증가하는 동시에 거래가 재개되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두드러지게 단축되었다. 최근 5년 사이에 상장폐지 이후 거래 지속성과 거래 가능성이 이전과 비교하여 높아졌다.

2. 장외시장 구조개선 영향

상장폐지종목의 장외시장 거래 개시 기간 축소와 거래연속 종목 수 증가는 장외시장 구조 및 제도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결과로 보인다. 2014년과 2015년에 연이어 제도권 장외시장이 크게 개선되었다. 2014년에는 기존의 프리보드를 K-OTC로 전환하였으며 2015년에는 K-OTCBB가 신설되었다.
 

<그림 III-3>은 장외시장을 제3시장 및 프리보드, K-OTC, K-OTCBB로 세분하여 상장폐지종목 거래가 시작된 연도별로 거래재개까지의 소요기간 차이를 살펴본 것이다. 장외시장으로의 유의미한 거래연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상장폐지 후 3개월 이내, 1년 이내, 1년 이상으로 소요기간을 구분하였다.

<그림 III-3> 패널 A는 2014년 8월 이전까지 유일한 제도권 장외시장이었던 제3시장 및 프리보드에서 거래가 재개된 상장폐지 기업 수를 나타낸다. 전체 23개 종목 중 2개를 제외한 21개 종목이 상장폐지된 후 3개월 이내에 제3시장 및 프리보드에서 거래되기 시작되었다. 정규거래소에서 퇴출된 이후에도 거래가 지속되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해당 종목 수가 극히 적은 편이다. 제3시장이 설립된 2000년을 제외하면 매해 한 개 또는 두 개 종목에서 거래가 개시되는 데에 그쳤으며 이마저도 2010년 이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K-OTC와 K-OTCBB 설립 이후 거래재개 종목이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그림 III-3>의 패널 B와 패널 C는 각각 K-OTC와 K-OTCBB에서 거래가 시작된 상장폐지기업을 나타낸 것인데, 종목 수가 2014년 이후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프리보드에서 K-OTC로 전환된 2014년 한 해에 29개의 상장폐지종목이 K-OTC에서 거래되기 시작했으며 그 이후에도 29개 종목이 더 거래되었다. K-OTCBB 또한 2015년 설립 이후 매해 평균 16종목이 꾸준히 장외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K-OTC와 K-OTCBB 모두 상장폐지종목의 장외시장 진입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나, 두 시장은 거래종목의 상장폐지 시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K-OTCBB에 진입한 상장폐지종목은 비교적 최근에 상장폐지된 종목인데 반해, K-OTC의 경우 상장폐지된 지 오랜 기간이 경과한 종목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K-OTC에서 거래된 총 58개의 상장폐지종목 중 1년 이내에 거래가 재개된 종목은 존재하지 않으며 평균 6.5년이 경과한 후에 장외시장에서 거래되었다. 2014년 프리보드가 K-OTC로 전환되면서 기업의 신청 없이 협회가 직권으로 거래대상주식으로 지정하여 K-OTC에 등록할 수 있는 임의지정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를 계기로 정규거래소에서 퇴출된 지 수 년에서 십 수 년 이상 경과한 종목도 K-OTC에서 거래가 재개된 결과이다. 앞서 <그림 III-2>에서 2000년 초반 상장폐지된 종목의 경우 9년 이상 경과한 시점에서 장외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난 이유도 다수의 종목이 K-OTC를 통해 장외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반면 2015년 설립된 K-OTCBB는 비교적 최근에 상장폐지된 종목이 거래됐다. K-OTCBB 거래 종목 중 3개월 이내에 상장폐지된 종목이 전체 76개 중 52개로 2/3 이상을 차지한다. K-OTCBB는 K-OTC와는 달리 거래종목 등록이 까다롭지 않아 거래소에서 퇴출된 후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거래를 지속할 수 있는 대안적 거래시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3. 상장폐지 사유별 특성

장외시장별 상장폐지기업의 거래연속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상장폐지 사유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상장폐지 사유는 상장폐지 이후 장외시장에서의 거래 양상을 평가하는 중요한 변수이다. 상장폐지 원인에 따라 거래연속의 필요성이나 거래 활동성이 달라질 수 있다. <표 III-1>은 지난 20년간 상장폐지 사유별 상장폐지종목과 제도권 장외시장에서 상장폐지 후 3개월 이내에 거래가 재개된 종목 수 및 그 비율을 나타낸다.13)
 

우선 상장폐지 사유 중 상당부분은 상장폐지 이후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연속될 유인이 없는 종목이다. 다른 회사에 피흡수되거나 타시장으로 이전상장하였거나 투자회사 또는 SPAC의 존립기간만료 등 해산사유가 발생하여 상장폐지된 경우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지속될 이유가 없다. 이와 같이 장외거래유지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종목 또는 파산 및 최종부도와 같이 기업의 연속성을 기준으로 판단해보았을 때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지속되는 것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 전체 1,111개 중 518개에 달한다.

그 외 상장폐지 사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감사의견 비적정이다. 지난 20년간 감사의견 비적정에 의한 상장폐지종목 수는 244개이다. 감사의견 비적정에 의한 상장폐지는 향후에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으로 인하여 감사인에 대한 연대책임이나 징계가 강화되면서 감사인이 한계기업의 감사보고서에 한정의견이나 의견거절을 표할 가능성이 전에 비해 높아졌다.14) 감사의견 비적정에 의한 상장폐지종목 중 3개월 이내에 장외시장에서 거래된 종목은 29개로 비중 상으로는 11.9% 정도이다.

상장폐지된 모든 기업이 K-OTC에서 거래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K-OTC는 K-OTCBB에 비하여 강화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신규등록이나 지정을 위해서는 매출액이 5억원 이상이고 자본전액잠식 상태가 아니어야 하며 감사의견이 적정이고, 최종부도, 주된 영업 정지, 해산사유 발생 등 기업존립이나 투자자보호에 영향을 미치는 사유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상장폐지 사유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감사의견 비적정은 K-OTC 등록이 허용되지 않는 대표적인 사유이다. II장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K-OTC가 다른 시장에 비하여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상장폐지기업이 쉽게 진입하지 못했던 이유일 것이다.

한편 거래연속 종목 비중이 가장 높은 상장폐지 사유는 주식요건 미달이다. 주가와 주식분산이 요건에 미달할 경우 각각 14개 종목 중 3개 종목이 거래가 이어졌다. 그런데 주식요건 미달에 의한 상장폐지는 2000년 초중반에 집중적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10년간 발생하지 않았다.15) 따라서 2014년 이후 설립된 K-OTC나 K-OTCBB에서 주식요건 미달에 해당하는 상장폐지종목을 찾아보기 어렵다.
 

K-OTC 등록요건을 충족하는 상장폐지종목 추세는 <그림 III-4>에서 구체적으로 확인가능하다. K-OTC가 도입된 시점인 2014년 이후 상장폐지된 종목 중 K-OTC 등록요건을 충족하는 종목은 16개로 전체의 9.1%에 불과하다. 2013년 이전 K-OTC 등록요건을 충족하는 종목이 전체 상장폐지기업의 15% 전후였던 데에 비해 크게 감소하였다.16) 상장폐지 자체가 감소하면서 비중뿐만 아니라 대상기업 수도 감소하였다. K-OTC 등록요건 충족 기업 수는 2009년부터 2013년 61개 종목에서 2014년 이후에는 16개로 줄어들었다. 상장폐지 이후 해당 사유를 해소하여 K-OTC에 등록을 신청할 수 있겠으나 대부분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사항들이다. 따라서 최근 상장폐지된 기업들이 K-OTC를 통해 거래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며 거래의 안정성과 편리성이 낮은 K-OTCBB나 비제도권 장외시장을 통해 거래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거래소시장에서 상장폐지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장폐지된 기업 중에서도 사실상 K-OTC 등록요건을 충족하는 종목이 감소하였다. 상장폐지 사유 중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항인 재무상태 악화나 공시의무 위반, 주식요건 미달과 같은 이유에 의한 퇴출보다 파산이나 최종부도, 자본전액잠식과 같은 즉각적 상장폐지를 요하는 경우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하기 보다는 기업이 극단적 한계상황에 다다를 때까지 상장을 유지하며 그 결과 장외에서 거래 연속성이 낮은 상황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4. 상장폐지종목 장외시장 거래규모

상장폐지종목이 장외시장에 등록 또는 지정된 후 거래활동성을 살펴보기 위하여 해당 종목의 거래규모를 살펴보도록 한다. <그림 III-5>는 상장폐지 3개월 이내에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개시된 상장폐지종목을 대상으로 각 연도의 총 거래대금과 거래 종목 수, 종목당 평균 거래일수 추이를 나타낸다.
 

거래빈도와 거래규모 측면에서 제도권 장외시장은 상장폐지종목의 거래시장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림 III-5>의 패널A는 장외시장에 등록된 상장폐지종목의 연도별 총 거래대금을 나타낸다. 제3시장 및 프리보드 당시 상장폐지종목의 거래규모는 연평균 2억원에 불과했다. K-OTCBB가 설립된 이후 거래대금이 증가하였으나 가장 규모가 컸던 2017년에도 25억원이었다. 2017년 거래가 발생한 K-OTCBB 등록 기업 수가 13개였던 것을 감안하면 종목당 평균 2억원 수준이다. 또한 상장폐지종목이 거래된 일수가 연평균 30일 전후로 드물게 거래가 체결되었음을 알 수 있다.

거래규모와 빈도가 감소한 것은 상장기업이 비상장 상태로 전환되면서 유동주식 수가 감소하고 투자자 구성이 장기투자자 위주로 변화하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II장 <표 II-2>의 수치에 따르면 K-OTCBB 전체의 거래규모와 거래종목 수 또한 낮은 상황으로, K-OTCBB 자체의 제도적, 구조적 문제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K-OTCBB를 통한 투자자의 거래 편의를 제고하고 시장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제도개선 필요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5. 상장폐지 전후 유동성 및 변동성 비교

<표 III-2>는 상장폐지 이후 3개월 이내에 K-OTCBB를 통해 거래된 52개 종목을 대상으로 상장폐지 전후 유동성과 변동성을 비교한 것이다. 정리매매기간을 제외한 상장폐지 전 1년과 정래매매기간 각각의 주가, 거래규모, 변동성 등을 상장폐지 후 3개월간의 수치와 비교하였다. 각 종목별 해당기간의 일평균을 산출한 후 전체 종목의 중앙값 또는 평균값을 구하여 상장폐지 전후 변화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하였다.
 

우선 상장폐지 전후 주가변화를 살펴보면 정리매매기간을 제외한 상장폐지 전 1년간 주가가 중앙값 기준 1,286원에서 장외시장에서 거래된 후 3개월간 66원으로 급락하였다. 이는 1% 유의수준에서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변화이다. 장외시장으로 이전된 뒤 거래활동 또한 현저하게 둔화되었다. K-OTCBB에서 거래되기 이전 1년간 거래소시장에서 종목별로 중앙값 기준 일평균 약 13,000주가 거래되었던 반면 장외시장에서 거래된 뒤 3개월간 일평균 거래량은 약 1,000주에 불과하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약 8천만원에서 4만원으로 감소하였다.

K-OTCBB 거래 종목의 변동성은 거래소 상장 당시에 비하여 도리어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중 최저가 대비 최고가와 최저가 차이를 나타내는 일중 변동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였을 때, 일중변동성은 상장폐지 전 6.4%에서 상장폐지 후 0%로 감소하였다. 일반적으로 낮은 변동성은 불확실성이 낮은 저위험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 경우는 거래규모가 절대적으로 적은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여 보았을 때 유동성이 극히 부족하여 가격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일 가능성이 더 크다.

장외시장으로 이전되기 직전인 정리매매기간의 통계치를 살펴보면 상장폐지로 인한 사실상의 가격급락과 변동성 급등이 7일의 정리매매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리매매기간 동안 주가는 153원이고 상장폐지 후 3개월간 주가는 66원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하락이다. 그러나 정리매매 전후 발생한 주가하락 수준과 비교하여 보면 큰 차이라 보기 어렵다. 상장폐지 전 1년간의 기간에 비하여 정리매매기간 동안 주가는 1/8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정리매매기간 동안 거래규모와 변동성은 급등하였다. 이전 기간에 비하여 정리매매기간 동안 거래대금은 30배, 거래량은 1천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일중 변동성은 6.4%에서 40%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장외시장으로 이전한 이후에는 주가 급락은 안정되었으며 변동성 또한 극히 낮아졌다.

정리매매제도는 상장폐지가 결정된 주식에 대해 마지막으로 거래소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바람직한 취지의 제도이다. 상장폐지가 되면 장외에서 투자금 회수가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목적에서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처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투자자들의 정보부족과 투기심리, 전문적 투기세력의 유입, 상장폐지 전 관리종목지정으로 인한 장기간의 거래공백 등의 상황과 결부되어 사실상 정리매매기간동안 시장의 질적 수준이 도리어 악화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정리매매기간 동안 발생한 거래량의 급등과 가격의 급등락은 단타매매를 통해 차익을 노리려는 투기성 거래나 시세조종을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작전세력의 개입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연속성에 대한 불확실성과 장외시장에서의 낮은 거래성사율을 고려했을 때 정리매매기간에 지분을 정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또한 작용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정리매매기간 동안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고 불공정행위 가능성이 높아져 투자자들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진정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Ⅳ. 결론 및 시사점

미국과 유럽 등 주요거래소의 상장기업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국내 IPO시장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NYSE, NASDAQ 등 해외 주요 거래소의 경우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상장폐지가 신규상장 종목 수를 초과하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되는 기업 수는 신규상장 기업 수의 1/3 정도에 불과해 해외 주요거래소와 달리 여전히 양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2000년 1,517개 종목이었던 상장종목은 2015년 2,000개를 넘어섰으며 이후 꾸준히 증가하여 2019년 6월 기준 2,247개 종목이 상장되어 있다. 한국거래소는 향후에도 거래소시장의 양적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기술특례상장 경로 마련, 이익미실현기업에 대한 상장 허용 등을 통해 기업의 재무적 건전성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의 시장 진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잠재적 가능성을 기반으로 거래소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기업의 거래소 진입이 용이해질수록 상장기업의 부실화 가능성 또한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의 거래소 진입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시장의 건전성이 훼손되기 전에 형식요건으로 적발하기 어려운 불건전 기업을 퇴출시키기 위해 실질심사대상을 확대하는 등 구체적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17) 법적 측면에서도 회계법인의 감사책임 강화로 감사인이 의견거절이나 한정 등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가능성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실제 최근 관리종목의 추세를 보건대 이후 상장폐지 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파산, 최종부도 등 일부 상장폐지 사유의 경우 사유발생 즉시 상장폐지 절차가 시작되나 대부분의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 일정기간 동안 사유가 해소되지 못하면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다. 따라서 관리종목의 증가는 향후 상장폐지종목의 증가 가능성을 시사한다. 2000년대 초반을 제외하면 2009년 168개 종목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이후 점차 감소하여 2014년에는 67개까지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후 관리종목 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으며 2019년 6월 기준 이미 105개 종목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황이다.

상장폐지 기업이 증가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시장구조상 상장폐지 이후 거래가 존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K-OTC는 거래의 안전성, 편리성 등 다양한 강점을 갖추고 있으나 등록요건이 상대적으로 높아 상장폐지종목이 진입하기 쉽지 않다. K-OTCBB는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거래를 재개할 수 있는 시장이기는 하나 거래체결기능이 없어 거래가 용이하지 않고 실제 거래규모도 미미하다. 그 결과 상장폐지종목 거래가 7일간의 정리매매기간에 집중되면서 혼란과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상장폐지기업의 부담을 경감하고 상장폐지종목을 거래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적절한 장외시장 환경마련이 필요하다. 장외시장 개선은 궁극적으로 한계기업이나 부실기업이 상장폐지라는 극단적 상황에 처하기 전에 기업 스스로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거래소시장과 장외시장 간 격차가 줄어들고 장외시장을 통해 충분한 재기의 기회를 얻게 된다면 기업은 위기상황에서 거래소시장을 대체할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으로 장외시장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상장폐지 이후에도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신뢰가 형성되면 상장폐지 직전 과도하게 거래가 집중되는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거래소는 기업과 투자자의 반발에서 보다 자유롭게 주체적으로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고 적시에 부실기업을 퇴출시킬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과 투자자에 안전하고 충분한 선택기회가 제공되고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와 건전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장외시장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1) K-OTC는 2000년대부터 운영되어 온 금융투자협회의 가장 오래된 시장이다. K-OTC의 전신은 ‘제3시장’으로 장외주식 호가 중개를 목적으로 2000년 3월 27일 설립되었다. 이후 2005년 7월 13일 시장운영 관련제도를 개선하는 등 기존의 제3시장을 개편하여 ‘프리보드(Free Board)’로 새롭게 출범하였으며, 2014년 8월 다시 현재의 형태인 K-OTC로 전환되었다. K-OTCBB는 거래대상을 확대하고자하는 목적 하에 2015년 4월 27일 설립된 시장이다. 거래소시장이나 K-OTC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주식의 호가를 게시하여 비상장기업 주식 거래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였다. 이후 기관투자자 참여가 저조하다는 문제의식 하에 2017년 7월 17일 기관투자자와 전문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시장인 K-OTCPro가 개설되었다. K-OTCPro는 일반투자자에 공개되지 않으며 회원제를 기반으로 전문투자자간 정보공개 및 거래시장의 역할을 수행한다.
2) KSM은 2016년 11월 스타트업기업의 비상장 주식을 원활하게 거래하기 위하여 한국거래소가 개설한 장외주식거래 플랫폼이다. KSM은 크라우드펀딩 성공 기업, 정책금융기관 추천 기업 등 성장가능성이 큰 기술집약적 기업을 등록하여 거래하며, 코넥스시장과 코스닥시장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3) 2018년 무인가 투자중개업자의 투자광고 규제 위반 건수 779건, 미신고 유사투자자문업자의 규제 위반 건수 7건 등 총 788건의 위반 사례가 발생하였다(금융감독원, 2019. 6. 21).
4) K-OTCPro는 다자간 상대매매 이외에 경매, 일대일 상대매매 등 다양한 거래체결 방법을 제공해 전문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5) 그 외의 시장은 별도의 공시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정 기준의 등록요건을 요구하여 등록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6) e-금융민원센터(2010. 9. 10)
    금융규제민원포털, 법령해석 및 비조치의견서, 일련번호 110038
    금융규제민원포털, 법령해석 및 비조치의견서, 일련번호 120043
7) 예탁결제원에서 주식 명의이전이 발생한 장외주식 1,415개 종목 중 사설 거래 사이트에 시세 정보가 존재하는 181개 종목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거래규모를 추정했다.
8) KSM 등록기업은 99개사 중 55개사가 크라우드펀딩 성공기업으로 주식 대부분이 1년 동안 보호예수로 묶이게 되어 매도가 불가능하다는 제약이 존재한다. 또한 KSM 등록 후 코넥스 이전상장 시 지정자문인 면제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데, 코스닥시장의 상장기준이 완화되는 등 코넥스시장에 상장할 유인 자체가 낮아지면서 KSM이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존재한다. KSM의 거래 대상과 설립목적을 고려했을 때 거래소시장과 같은 활발한 거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나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 기업 육성 효과에 대한 평가와 개선이 필요하다.
9) K-OTC는 등록기업부와 지정기업부의 두 가지 소속부로 운영된다. 등록기업부는 비상장주식을 발행한 기업의 신청에 의거해 협회가 매매거래대상으로 등록하면 거래가 가능하다. 한편 지정기업부 소속기업은 비상장 기업 중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으로 모집 및 매출 실적이 있거나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사실이 있는 기업, 지정동의서를 제출한 기업 중에 K-OTC가 지정한 경우 거래된다.
10) K-OTC에 등록을 위해서는 명의개서대행 계약을 체결한 통일규격증권으로 매출액(5억원 이상), 감사의견(적정), 주식유통관련(주식양도제한 없을 것), 자기자본(전액자본잠식 상태가 아닐 것)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한다. 반면 K-OTCBB는 명의개서대행 계약을 체결한 통일규격증권이면 등록이 가능하다.
11) 금융위원회ㆍ금융투자협회(2017. 11. 15), 남재우ㆍ박용린ㆍ천창민(2015)
12) 코스닥시장은 증권업협회(현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가 설립한 ㈜코스닥증권시장에 의해 개설되어 2005년까지 정식 거래소가 아닌 협회중개시장으로 운영되었다. 이후 2005년 1월 26일 거래소와 동등한 지위의 시장으로 전환되었다. 본 분석에서는 코스닥시장의 규모와 활성화 정도를 감안하여 거래소 전환 이전의 기간도 현재와 동일한 지위의 거래소시장으로 분류하여 분석한다.
13) 복수의 상장폐지 사유가 존재할 경우 사유의 경중에 따라 가장 중요도가 높은 사유를 기준으로 분류하였다.
14) 개정된 외감법에 따르면 감사인을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표준감사시간을 마련하여 기존대비 최대 2배의 감사시간을 투입하도록 하였다. 회계사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었다. 분식회계 적발 시 감사인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가 높아졌으며 손해배상소송 시효를 연장하는 등 분식회계에 따른 감사인의 연대책임을 강화하였다.
15) 주가 미달 요건은 코스닥시장에서는 2008년 1월부터 폐지되었으며 유가증권시장에만 여전히 유효하다.
16)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의한 상장폐지의 경우 상장폐지 결정 근거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어 K-OTC 등록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단, 실질심사에 따른 상장폐지 기업을 포함하더라도 K-OTC 등록가능 기업 비중이 과거에 비하여 감소하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17) 금융위원회ㆍ한국거래소(2018. 1. 11)


참고문헌

금융감독원, 2019. 6. 21, 무인가 금융투자업자의 홈페이지 및 유인광고를 조심하세요!!, 보도 자료.
금융규제민원포털, 법령해석 및 비조치의견서, 일련번호 110038.
금융규제민원포털, 법령해석 및 비조치의견서, 일련번호 120043.
금융위원회ㆍ금융투자협회, 2017. 11. 15, 비상장 중소ㆍ벤처기업의 중간회수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보도자료.
금융위원회ㆍ한국거래소, 2018. 1. 11,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혁신방안, 보도자료.
남재우ㆍ박용린ㆍ천창민, 2015, 미국의 비공개주식 유통플랫폼 현황과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조사보고서 15-02.
e-금융민원센터, 2010. 9. 10, 법규유권해석증권회사의 비상장주식 매매체결 중개에 관한 유권 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