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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보고서 15-03 2015.03.13
- 연구주제 자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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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가 강화되는 추세이다. 이는 금융위기로 잃어버린 금융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환경이 복잡해짐에 따라 적극적인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의 불건전한 영업행위를 보다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10년부터 모든 금융회사의 판매행위를 공통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을 추진해 왔으며, 이와 함께 불합리한 금융관행을 개선하고 미비한 제도를 꾸준히 보완해 왔다.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은 영업행위 규제 및 감독을 강화해 이전보다 금융소비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예정이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금융 영업행위 규제와 감독이 잘 발달된 영국의 금융소비자 보호체계를 체계적으로 조사하였다. 특히, 본 보고서는 영국의 금융소비자 보호체계를 고객공정대우 성과기준, 원칙중심 규제체계, 판단기반 감독체계로 나누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향후 우리나라가 금융소비자 보호체계를 올바르게 확립해 나가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주요 조사내용
영국의 금융소비자 보호체계가 확립된 과정은 크게 기본철학, 변화과정, 변화결과로 재구성하여 살펴볼 수 있다.
영국은 금융소비자 보호의 기본철학으로 금융회사가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고객을 공정하게 대우하도록 하는 고객공정대우(Treating Customer Fairly: TCF)를 채택했다.
고객공정대우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하여 세 가지 중요한 질문에 답을 제공해 준다.
첫째, 금융소비자는 누구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는가. 고객공정대우는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일차적인 책임을 갖는다고 말해주고 있다. 고객을 공정하게 대우할 수 있는 주체는 금융당국이 아니라 금융회사이기 때문이다.
둘째, 금융소비자는 누구인가. 고객공정대우는 공정하게 대우받아야 하는 고객을 금융소비자로 보고 있다. 소매고객일수록 상대적으로 교섭력이 약하고, 정보가 부족하며, 제한적인 합리성을 가지기 때문에, 금융회사로부터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금융회사는 소매고객일수록 더 많이 보호해야 한다.
셋째, 금융소비자는 얼마만큼 보호받아야 하는가. 고객공정대우는 고객이 공정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 금융회사가 고객을 보호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회사는 판매시점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업행위 과정에서 고객을 보호해야 한다.
영국의 금융소비자 보호체계 변화과정은 고객공정대우라는 기본철학을 우선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규제체계를 개선하였으며, 이에 적합한 감독체계를 마련한 것으로 요약된다.
영국은 고객공정대우 이행을 2000년대 초반부터 준비하였다. 금융회사에게 보다 명확한 금융소비자 보호 목표를 제시하기 위해서이다. 이후 2006년 7월 금융회사가 상품의 디자인 및 통제, 목표시장의 식별, 상품 마케팅 및 판촉활동, 판매 및 자문 절차, 판매 후 정보 및 서비스 제공, 민원 처리 등 모든 절차에서 고객을 공정하게 대우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여섯 가지 고객공정대우 성과기준이 발표되었다.
현재 영국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고객공정대우 성과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건전한 시장질서를 위배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제재하고 있다. 즉, 영국 금융당국은 고객공정대우가 금융회사가 영업행위를 통해 달성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라는 인식을 금융회사에게 심어주고 있다.
다음으로 영국은 2004년 4월 유럽연합의 금융상품시장지침(Markets in Financial Instruments Directive: MiFID) 채택을 계기로 영업행위 규제체계도 과거 금융회사의 세밀한 업무절차까지 규제하는 준칙중심 규제체계(Rule-based Regulation: RBR)에서 금융회사의 재량과 책임을 강화하는 원칙중심 규제체계(Principle-based Regulation: PBR)로 전환하였다.
영국이 원칙중심 규제체계로 전환한 것은 금융회사가 고객공정대우라는 규제의 목적을 재량껏 달성토록 유도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금융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위해 마련된 11개 조항의 영업행위 기본원칙(PRIN)은 금융회사가 고객공정대우를 달성하도록 지도하기 위한 핵심원칙을 담고 있다.
영국은 영업행위 기본원칙에 맞게 영업행위규정을 새롭게 개편하였다. 먼저 원칙중심 규제체계에 적합하도록 더 직관적이고 간소하게 영업행위규정을 전면 개편하였다. 지나치게 세부적인 업무절차 규정들은 삭제하고 이를 금융회사의 재량에 맡기기로 하였다. 또한 기존 영업행위규정을 더 적절하게 배치하여,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의 이해를 증진시켰다. 그러나 규제체계를 원칙중심으로 전환하더라도 세부적인 규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대로 사용하여 규제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유지하였다.
현재 영국은 영업행위 기본원칙을 금융회사 및 인가받은 자에 대한 제재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본원칙의 실질적 의미를 구체화하고, 이의 중요성을 금융회사 고위경영진에게 각인시키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책임을 강화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영국은 2013년 4월 감독체계도 사실에 기반하여 금융회사를 감독하고 제재하는 사실기반 감독체계(Box-ticking supervision)에서 금융회사가 원칙중심 규제체계에 따라 고객공정대우 성과를 달성했는지를 평가하는 판단기반 감독체계(Judgement-based Supervision: JBS)로 전환하였다.
영국이 금융감독체계를 바꾸게 된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으로 더 효과적인 규제 집행체계를 갖추기 위해서이다. 그 첫 번째 목적은 판단기반 감독체계를 갖추는 것이었다. 과거 사실기반 감독체계는 원칙중심 규제체계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목적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시스템리스크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기존 통합감독기구인 FSA를 건전성감독기구인 PRA와 영업행위감독기구인 FCA로 분리하였다.
영국의 판단기반 감독체계는 과거지향적인 사실기반 감독체계를 지양하고 미래지향적인 감독자의 재량적 판단을 중시하는 감독체계로, 금융소비자의 권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 이를 근거로 선제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감독체계이다. 이를 통해 원칙중심 규제체계를 더 효과적으로 집행하고, 궁극적으로는 금융회사가 고객공정대우 성과를 성실히 달성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영국은 보다 효율적인 판단기반 감독을 수행하기 위해 거래 소매고객 수와 금융시스템에 주는 파급효과의 정도에 따라 금융회사를 C1, C2, C3, C4로 구분하여 차등 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2014년 3월 현재 C1 금융회사는 11개, C2는 약 120개, C3은 400여개, C4는 2,500여개로 분류되어 있다.
그리고 2012년 제정된 금융서비스법(Financial Service Act of 2012)은 상품개입(Product Intervention: PI) 규제, 금융판촉 중지(financial promotion banning) 규제, 소매판매점검(Retail Distribution Review: RDR) 규제 등 선제적 영업행위 규제 권한을 금융당국에 부여하였다. 이로서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판매시점 이전단계에서부터 선제적으로 개입하여 소비자 불만과 금융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영국은 고객공정대우, 원칙중심 규제, 판단기반 감독이 핵심이 되는 유기적인 금융소비자 보호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시사점
본 보고서는 영국의 금융소비자 보호체계를 고객공정대우 성과기준, 원칙중심 규제체계, 판단기반 감독체계로 구분하여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를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금융소비자 보호의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영국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고객공정대우로 해석하였다. 영국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란 금융회사가 고객을 공정하게 대우하는 것이고, 금융당국은 이를 사전적으로 규제?감독하는 것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금융교육, 정보제공, 민원처리, 분쟁조정으로 국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 금융회사의 재량과 책임이 강화되어야 한다. 영국이 원칙중심 규제체계를 도입한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금융회사 고위경영진의 재량과 책임을 강화시키기 위해서이다. 일부 학계에서는 영국의 원칙중심 규제체계를 국내에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현행 국내 규제체계가 잘 정비되어 있는지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금융회사의 재량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살펴보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셋째, 금융당국의 역랑이 강화되어야 한다. 판단기반 감독체계는 감독자가 일관되게 전문적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책임지고자 할 때 성공할 수 있다. 감독자의 판단이 시의적절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만큼 판단기반 감독체계 성공여부는 금융당국의 역량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건전성 규제 및 감독에 치중하다 보니 금융회사의 영업행위 규제 및 감독에 대한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앞으로 건전성 규제 및 감독에 치중되어 있는 문화를 개선하고 영업행위 규제 및 감독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ecutive Summaryⅸ
Abstractⅹⅵ
Ⅰ. 배경 및 목적3
Ⅱ. 원칙중심 규제체계 도입9
1. EU의 원칙중심 MiFID 채택9
2. 영업행위 기본원칙 마련28
3. 영업행위 규정 전면개편62
Ⅲ. 판단기반 영업행위 감독체계 구축89
1. 판단기반 감독체계 확립89
2. 영업행위 감독기구 신설103
3. 선제적 영업행위 규제 도입124
Ⅳ. 정책적 시사점141
1. 금융소비자 보호 개념 정립141
2. 금융회사의 재량과 책임 확대143
3. 금융당국의 역량 강화145
참고문헌149
부록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