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 자료를 소개합니다.
연구보고서 14-03 2014.03.24
- 연구주제 자본시장
- 페이지 152 Page
1975년에 국내에 담합규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2000년 이전까지를 살펴보면, 금융산업에서 담합사건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심결례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은행이 4건, 보험이 7건, 증권이 1건으로 총 12건의 담합의심 사건이 금융과 관련되어 있다. 이 중 2007년 이후 심결사건이 무려 9건에 달한다.
이처럼 금융산업에 대한 담합규제는 이전보다 강화되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산업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담합에 대해 낮은 이해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금융회사 간의 공동행위가 공정위의 담합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금융산업은 그동안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둘째, 금융산업은 시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금융회사 간의 공동행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은 부의 외부성, 정보 비대칭성 등으로 쉽게 과당경쟁이 발생할 수 있는 산업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시장쏠림 등에 의해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금융산업의 과당경쟁을 자주 제한해 왔다. 또한, 금융산업은 시장질서 유지를 위해 과당경쟁을 제한하는 자율규제를 채택하기도 한다.
본 보고서는 현행 담합의 판단기준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개선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부의 외부성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공동행위의 부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일반적으로 시장비효율성이 존재하는 시장에 대한 담합규제의 합리적 판단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공정거래법 제19조에서는 담합을 ‘둘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를 ‘부당한 공동행위’라고 부른다. 그러나 법에서는 ‘부당하게’에 대한 판단기준을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부당하게’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담합의 판단기준도 달라진다.
공정위의 심사기준은 법 제19조의 ‘부당하게’의 의미를 경쟁을 제한하는 공동행위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 경우 경쟁을 제한하는 공동행위 그 자체가 부당하다고 보기 때문에 합의가 있고 명백히 경쟁을 제한하는 공동행위는 부당하다고 판단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위는 담합을 판단함에 있어 공동행위의 부당성 보다는 합의의 존재와 경쟁제한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정위의 해석은 법원의 판례에서 종종 번복된다. 최근에 법원이 공동행위의 부당성을 담합의 독립적인 성립요건으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즉, 경쟁제한 공동행위가 반드시 부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법원은 2011년 5월 보험료 담합사건에서 “기업의 재무건전성 확보,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 등의 효율성증대 효과”가 경쟁제한 공동행위의 부당성을 배제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처럼 법원이 부당성을 담합의 독립적인 성립요건으로 보는 이유는 담합규제의 타당한 근거가 ‘공공복리’ 침해여부에 달려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사유재산권의 행사가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이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렇다면 담합은 경쟁을 제한하는 것 이상으로 공공복리를 침해하는 공동행위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떤 공동행위가 경쟁을 제한하더라도 공공복리를 개선시킨다면 처음부터 부당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담합으로 규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
공정위는 담합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공동행위 심사기준」을 운용하고 있다. 이황(2008)은 공정위의 동 심사기준은 기업의 공동행위 부당성을 심사하기 위해 일정한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행위의 부당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공정위 심사기준은 기본적으로 공동행위에 합의가 있고 경쟁제한성이 있으면 ‘부당한 공동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그 자체에 부당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부당성 심사는 공동행위의 성격 분석으로 시작된다. 먼저 명백한 경쟁제한 공동행위인지를 분석한다. 예를 들면, 가격 또는 수량을 고정하거나 시장을 할당하는 경우는 명백히 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본다. 이 경우 경쟁제한 공동행위 자체가 부당하다고 보기 때문에 위법한 담합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당해 공동행위가 효율성증대 효과를 동반하는 경우에는 경쟁제한 효과와 효율성증대 효과를 각각 분석하고 이를 비교형량한다. 경쟁제한 효과분석은 공동행위에 참여한 기업의 시장지배력 증가 여부로 판단한다. 그리고 효율성증대 효과분석은 소비자 잉여 증가 여부와 경쟁촉진 여부로 판단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공정위는 효율성증대 효과를 소비자 잉여로만 판단한다는 점이다. 즉, 경쟁제한 공동행위가 소비자 잉여의 감소를 초래하면 효율성증대 효과는 인정되지 않게 된다.
이러한 현행 공정위의 담합 판단기준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공동행위가 경쟁제한 성격이 명백하면 공공복리 개선여부와 관계없이 부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경쟁제한 공동행위로 소비자 잉여가 감소하면 공공복리가 개선되더라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담합을 규제하는 이유는 경쟁제한 공동행위가 시장효율성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사회후생 또는 공공복리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 시장효율성을 개선시키고 공공복리를 증대시킨다면 담합으로 규제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면, Mankiw and Whinston(1986)은 진입장벽이 없는 과점시장 모형을 이용하여 경쟁의 자유가 보장된다 하더라도 과당진입이 발생한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사적인 진입 편익이 사회적 진입 편익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시장균형은 사회 최적의 수준보다 낮은 가격에 과잉 생산되는 시장비효율적인 상태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공동으로 시장진입을 제한하는 행위가 시장효율성을 개선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즉, 시장비효율성이 존재하는 경우 경쟁제한 공동행위는 그 자체가 처음부터 부당한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부당성 판단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명백히 경쟁을 제한하면 그 자체를 부당하다고 보고 있고, 법원도 경쟁제한 공동행위 그 자체는 부당하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부당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본 보고서는 부의 외부성이 있는 꾸르노 모형을 분석하였다. 부의 외부성은 공적 한계비용이 사적 한계비용보다 높은 경우를 말한다. 이 때문에 시장균형은 사회 최적의 수준보다 많은 양이 생산되고 이에 따라 가격은 사회 최적의 수준보다 낮다. 즉, 부의 외부성으로 사회 최적의 수준의 경쟁수준보다 과도한 과당경쟁이 발생한다.
이러한 과당경쟁은 기업에게도 손해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공동으로 생산량을 사회 최적의 수준으로 고정할 유인이 갖는다. 이 경우 기업 이윤은 증가하고 소비자 잉여는 감소한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후생이 증가한다. 즉, 기업의 생산량 고정은 공공복리에 적합한 사유재산권 행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의 심사기준으로는 생산량을 고정하는 것은 명백히 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합의의 존재만 입증되면 담합으로 규제된다. 특히, 시장효율성을 개선시켜 사회 전체적으로 후생을 증대시킴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잉여가 감소하는 이유만으로 효율성증대 효과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 공정위 심사기준은 금융산업과 같이 부의 외부성, 정보 비대칭성 등으로 과당경쟁이 쉽게 발생하는 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동행위의 성격 자체보다는 시장효율성 침해여부를 기준으로 공동행위의 부당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심사기준을 바꾸더라도 기존의 과점시장에 대한 담합 판단기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과점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도 시장비효율성의 원인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다른 시장비효율성을 초래하는 요인이 없다면 경쟁제한 공동행위는 시장효율성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에 담합으로 판단될 수 있다.
한편, 시장비효율성이 존재하는 시장이더라도 경쟁제한 공동행위가 지나치면 담합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즉, 경쟁제한 공동행위가 사회 최적 수준보다 시장지배력을 높게 확보하려 하거나 다른 목적을 위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담합으로 규제해야 한다.
본 보고서의 연구결과는 금융산업에도 적용된다. 2007년 12월 7일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공정위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바와 같이, 금융산업은 비금융산업과는 달리 과당경쟁이 쉬운 산업이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의 시장비효율성은 공적규제에 의해 교정되어 왔다. 그러나 공적규제가 도입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복잡한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공적규제의 한정된 자원으로 모든 발생 가능한 시장비효율성에 대해 적시에 개입하는 데 도 한계가 있다. 이를 대신하는 것이 금융산업의 자율규제 기능이다. 사실 그 동안 금융회사는 자율규제를 통해 공동으로 시장의 비효율성을 스스로 교정하는 역할을 해왔다.
2012년 7월에 공정위에 의해 처음으로 제기된 CD금리 담합의심 사건도 시장비효율성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시장성CD가 실제적으로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고 발행도 되지 않아 단기지표금리로써 CD금리의 대표성에 논란이 있어 왔다. 이러한 가운데 대표적인 단기지표금리인 CD금리가 제때 공시되지 못하면 주택담보부 대출이나 파생상품시장에까지 부의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CD금리는 10개 증권회사로부터 시장성CD 발행금리를 매일 2회 보고받아 산출된다. 그러나 증권회사가 보고당일 시장성CD 발행을 중개하지 못한 경우 어떤 금리를 보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 첫째는 증권회사 입장에서는 보고할 CD금리가 없다면 보고하지 않는 것이 최적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른 금융시장의 가격발견 기능까지 마비시키는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는 최선의 호가를 선택하여 보고할 수 있다. ‘가장 최근의 가장 최선의 시장의 상황을 반영하는’ 어제의 공시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호가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시장성CD 발행물량에 따라 CD금리가 경직적으로 보일 수 있게 된다. 즉, 외형적으로 담합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증권회사가 CD금리를 보고하지 않는 것보다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 시장성CD를 기준금리로 사용하는 다른 금융시장에게 부의 파급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보고당일 시장성CD 발행을 중개한 증권회사의 호가를 따라 보고할 수 있다. 이 경우 CD금리의 경직성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CD 발행금리가 그 때 그 때 시장의 자금 과부족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CD금리 담합의심 사건에 대하여 어떤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현행 공정위의 심사기준대로라면 명백히 경쟁을 제한했다는 이유만으로 담합으로 판정될 여지가 높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판단이 타당하지 않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본 보고서는 과당경쟁이 발생하기 쉬운 금융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담합의 부당성 판단기준이 다음과 같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첫째, 공동행위의 부당성은 경쟁제한성과 독립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적 성격보다는 시장효율성 침해여부에 따라 부당성을 판단하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시장효율성 침해여부를 객관적으로 분석한다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는 더 고민해야 봐야 한다.
둘째, 공동행위 성격 자체보다는 시장비효율성 요인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 즉, 다른 요인에 의해 과당경쟁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경쟁제한 공동행위라도 시장비효율성을 개선할 여지가 있다면 부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경쟁제한 공동행위가 시장비효율성을 개선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만약 시장비효율성을 개선할 목적이라면 부당하다고 판단할 수 없지만, 그 이상으로 경쟁을 제한하거나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부당하다고 판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공동행위의 부당성은 경쟁제한성 그 자체보다는 당해 공동행위가 사회후생 및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Executive Summaryⅶ
Abstractⅹⅴ
Ⅰ. 서론3
Ⅱ. 금융산업의 특성 및 담합 성립요건9
1. 금융산업 특성9
2. 담합규제 근거12
3. 담합 성립요건16
Ⅲ. 담합 판단기준 개선방향31
1. 현행 판단기준31
2. 문제점42
3. 개선방향48
Ⅳ. 사례연구: CD금리 담합의심 사건59
1. 사건 진행경과59
2. 시장구조 및 실태66
3. 담합 판단시 고려사항73
Ⅴ. 결론87
참 고 문 헌91
부록 Ⅰ: 담합의 규제 연혁99
부록 Ⅱ: 공정위 담합 심사기준109
부록 Ⅲ: 공정위 담합 심결례-금융부문(2000~현재)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