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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투자업 근로시간제의 발전방향
2019 07/02
국내 금융투자업 근로시간제의 발전방향 2019-14호 PDF
요약
지난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증권사, 자산운용사에 대해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었다. 근로자의 권익과 행복을 향상시키기 위해 현재 시행중인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그 제도적 취지를 십분 살려서 발전시켜야 한다. 다만 혁신성장 정책과의 정합성과 혁신금융을 담당하는 금융투자업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가 추진하는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연장,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업무에 대한 재량근로제 적용 등은 신속하게 제도화되어야 한다. 둘째, 핀테크 등 혁신금융의 연구개발, 해외주식업무 등을 재량근로제 업무로 편입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근로시간제 피해 근로자에 대한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해 대체적 분쟁해결책인 ADR의 활성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서언 

지난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증권사, 자산운용사에 대해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주52시간 근무제의 시행으로 인해, 정당한 예외 사유 없이 행하여지는 주5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는 사라지고 금융투자업 종사자들의 “일과 생활의 균형”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제도시행 유예기간 중 이미 PC오프제, 유연근무제 등을 선제적으로 운영하며, 근로시간 단축제 시행에 따른 업계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혁신성장에 자금수혈을 하고 핀테크 등의 금융산업 고도화를 이루어야 하는 국내 자본시장의 당면과제를 놓고 볼 때,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시행에 대해 우려하는 시장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 6월 27일 골드만삭스는 경직된 근로시간 단축제도로 인해 노동생산성이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1) 이러한 우려와 경고를 고려할 때, 현행 근로시간제도는 완결된 것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추가적인 정책적 논의를 통해 보완하고 완성해 나아가야 한다. 금융투자업계의 근로시간제도 발전 논의는 현재의 입법 취지를 살리면서,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업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근로시간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6월 20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금융투자업계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등의 업무특성을 반영하여 재량근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관련 고시를 개정하겠다고 밝힌 점2)은 근로시간제의 효율성 확보 차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추가적으로 핀테크 등 혁신금융의 개발부문, 해외주식부문 등의 종사자에 대한 재량근무제의 확대도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의 입법화도 추진력 있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본고에서는 국내 금융투자업 근로시간제도의 발전적 개선 논의를 위해, 금융투자업종 직무특성을 고려한 해외의 근로시간제 면제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표적으로 관리직, 행정직, 전문직 업무의 특성을 감안한 미국의 EAP 면제제도를 살핀 후, 기타 주요국의 관련 제도를 고찰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해외 제도의 시사점과 국내 금융투자업 근로시간제의 발전방향에 관하여 논해보기로 한다. 


미국의 EAP 면제제도의 주요 내용

미국에서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최저임금과 초과근무에 관한 연방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 Act: 이하 “FLSA”) 규정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직무(job duties)의 특성에 따라, 최저임금 또는 초과근무 규정의 적용을 면제(exemption) 받을 수 있다(29 USC 213). FLSA의 면제조항을 보다 구체화하여, 미국 연방 노동부는 최저임금 또는 초과근무 규정에 대한 면제 업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29 CFR 541). 해당 노동부 규정은 관리직, 행정직, 전문직, 컴퓨터, 외근판매직 등 5개 직종의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 및 초과근무 규정의 적용을 면제한다. 이중 대표적인 3대 면제사유는 관리직, 행정직, 전문직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면제를 EAP(Executive, Administrative, Professional) 면제 또는 화이트칼라 면제(white collar exemption)라고 한다.

EAP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관리직, 행정직, 전문직 등의 업무 특성을 반영한 직무 기준(duties test)을 충족해야 함과 동시에 봉급 기준(salary test)을 충족하여야 한다. 이러한 봉급 기준은 국내 근로기준법 체계와 대비되는 FLSA 체계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봉급 기준을 EAP 면제 요건으로 정한 취지는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의 탄력적 운영이 중요한 경우라 할지라도, 임금이 낮은 경우 최저임금 및 초과근무수당을 통해 임금 수준을 높일 필요성이 더욱 큰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봉급 기준은 시간당 임금 근로자가 아닌 봉급 기반(salary basis) 근로자에 대해 직종을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이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숙식비 지원을 제외한 주급 기준으로 913달러(월급 3,956달러, 연봉 47,476달러) 이상을 받는 근로자가 면제 대상이 된다(29 CFR 541.600).

위에서 언급한 봉급 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기본 봉급 이외에 커미션, 보너스 등을 합한 연간임금총액이 134,004달러 이상인 근로자는 고액임금근로자(highly compensated employees)로 분류된다. 고액임금근로자는 EAP 면제를 받기 위해, 주된 직무가 EAP 직무일 것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없다. 고액임금근로자의 직무가 사무직이거나 비육체노동직(non-manual work)3)이고, 관례적이고 일상적으로(customarily and regularly) EAP 중 하나의 직무를 수행한다는 요건만 충족하면 EAP 면제를 받을 수 있다. EAP 면제에 있어, 고액임금근로자가 상당히 완화된 직무 요건을 적용받는 이유는 연방 노동부가 “고액임금은 (EAP) 면제 지위를 강하게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에 구체적 직무 기준 분석의 필요성이 적다고 규정화하였기 때문이다(29 CFR 541.601).

위에서 언급한 봉급 기준과 함께 직무 기준을 포함하는 EAP 면제 요건을 개관하면 아래 표와 같다. 
 


EAP 면제를 위한 봉급 기준을 미국 월가에 근무하는 금융투자업 종사자가 충족하기 위해서는 숙식비 등을 제외한 주급을 연방기준 913달러 이상이 아닌 1,125달러 이상 받아야 한다. 이러한 이유는 뉴욕주가 EAP 면제를 위한 봉급 기준을 연방 수준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12 NYCRR 142-2.14). 봉급 기준에 있어 대도시 지역의 물가 수준 등을 감안한 점에서 합리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AP 면제를 위한 직무 기준에 관하여, 금융투자업자는 주로 행정직(A)으로서 면제를 받는다. 연방 노동부 규정은 투자은행 또는 투자자문사 업무의 일환인 고객의 투자정보의 수집 및 분석 업무, 금융상품의 서비스·홍보·마케팅 업무 등을 행정직 면제 직무로 예시하고 있다(29 CFR 541.203(b)). 근로자의 주된 직무가 금융투자상품 판매인 경우 행정직 면제를 받지 못하지만,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외근판매직 면제를 받을 수 있다(29 CFR 541.500).4) 금융투자회사에서 핀테크 업무 등 컴퓨터 관련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컴퓨터 근로자로서의 면제를 받을 수도 있다(29 CFR 541.400). 법인인 금융투자업자의 임원은 관리직(E)으로서 면제를 받을 수도 있다(29 CFR 541.100).

위에서 살펴본 내용을 종합해보면 미국 금융투자업 종사자는 EAP 등의 면제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저임금 및 초과근무에 관한 FLSA의 법적 규제 보다는 근로시간 및 보수에 관한 사적 계약에 의해 규율되는 측면이 크다.


EU 및 일본 면제제도의 주요 내용

EU의 근로시간 지침에 따르면,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한다는 취지하에 근로시간이 최장 주48시간을 초과하지 않을 것을 원칙으로 한다(Directive 2003/88/EC Article 6). 그러나 업무 특성상 근로 시간을 양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거나 근로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경우에 있어, 근로시간제에 관한 규제완화(derogations)가 가능하다(동 Directive Article 17). 따라서 관리직, 행정직 등 재량이 많은 업무에 종사하거나 연구개발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금융투자업계의 근로자는 엄격한 근로시간제의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다. EU의 지침(Directive)은 회원국에 대해 규제(Regulation)와 같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많은 EU 국가들이 근로시간 지침의 규제완화 규정을 두고 있다. 

독일의 경우, 노무협의회법(BetrVG, Betriebsverfassungsgesetz)에 따라 경영관리직 근로자 등은 엄격한 근로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다.5) 또한 노사간 단체협약(Tarifvertrag)에 의한 매우 탄력적인 근로시간제의 운영이 가능하다. 노사 협약에 따라, 근로자별로 근로시간 계좌를 설정하여 초과근로를 저축하고 추후 대체휴가로 활용하거나 미리 대체휴가로 당겨 쓴 후 나중에 근로시간을 채워 넣는 근로시간계좌제를 운영하는 것도 특징이다. EU 탈퇴를 앞둔 영국도 EU의 근로시간 지침상의 근로시간제 규제완화가 법제화되어 있다. 따라서 근로시간을 양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관리직 등에 대해 근로시간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또한 근로자들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서면으로 최대근로시간제의 적용을 배제(opt-out)할 수 있다.6)

일본에서는 2018년 6월 29일 제정된 “일하는 방식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관계 법률의 정비에 관한 법률”을 통해 근로조건의 개선을 통한 노동공급 확대와 노동생산성의 제고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7) 해당 개혁법은 탈시간급제도를 도입하여 성과 중심의 보수를 받는 고도(高度) 프로페셔널 근로자가 스스로 근로시간을 결정할 수 있게 하였다.8) 탈시간급제 대상 근로자는 연봉 1,075만엔 이상의 고액 전문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며, 근로자 본인의 동의와 노사위원회 합의가 있는 경우 적용이 가능하다. 금융관련 딜러·애널리스트, 컨설턴트, 연구개발 업무 종사자 등이  탈시간급제의 주된 대상이다. 또한 일본은 노동성고시를 통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시세 등의 동향 또는 유가증권의 가치 등의 분석, 평가 또는 이에 근거한 투자에 관한 자문업무”와 “금융공학 등의 지식을 이용한 금융상품의 개발업무”를 재량노동제(국내 재량근로제)의 대상업무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9) 이로 인해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투자자문업자, 금융상품 개발자 등이 재량노동제를 통해 엄격한 근로시간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융투자업 종사자에게 폭넓게 적용되는 탈시간급제 및 재량노동제로 인해,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일본 금융투자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국내에 비해 크지 않다.       


결어: 해외 제도의 시사점과 국내 제도의 발전방향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해외의 근로시간제도는 근로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원칙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나, 금융투자업과 같이 업무의 질이 강조되는 성과중심적 업무에 대해서는 경제현실에 맞는 근로시간제 면제제도를 두고 있는 점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선진국의 근로시간제 면제제도는 특정 업권에 대해 포괄적으로 면제를 하지 않고, 개별 업무의 특성을 분석하여 구체적 타당성에 부합하는 유연한 면제제도를 운영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경제 현실과 업무 특성에 부합하는 근로시간제도의 운영은 우리 정부가 혁신성장과 혁신금융을 국정과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전 세계 혁신산업의 메카가 된 실리콘밸리의 근로자들이 최대근로시간제한을 이유로 업무의 계속성 또는 협업이 중단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관련 문헌에 따르면, 미국의 IB 업무 직원이나 애널리스트의 주당 업무시간이 90~100시간을 넘는다고 한다.10) 이에 반하여 국내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는 3개월 이내 탄력근로제를 적용(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 받는 경우라도 특정한 주에 최대 64시간의 근로만이 가능하다. 물론 업무효율화 및 노동생산성 향상에 주력하면서 금융투자업 전문직의 근로시간을 최대 주64시간으로 제한하는 경우, 금융투자회사 운영에는 당장 지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경쟁의 상황에서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금융상품 개발업자 등의 업무가 시간적 집중을 요하고 다른 인력으로의 대체가 쉽지 않은 점에 비추어, 현행 국내 근로시간제는 해외 근로시간제에 비해 생산성 및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위험 요인이 있다. 

금융투자업에 대한 탄력근로제 및 재량근로제를 확대하면 사용자인 금융투자업자가 이를 남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해외의 제도 운영 사례를 놓고 볼 때, 사용자의 남용은 근로자가 피해를 입은 경우 구체적이고 신속한 권리구제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경우가 많으며, 사전적인 경직된 규제를 가지고 대응하는 것은 비효과적인 측면이 크다. 일본이 일하는 방식 개혁법을 통해 탈시간급제도를 도입하면서 한편으로 재판외분쟁해결절차인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제도를 정비하여 근로자에 대한 신속한 사후적 권리구제를 도모하려 하는 점도 사전적 규제강화의 한계를 잘 드러내는 사례이다. 미국의 경우 EAP 면제제도를 통해 금융투자업 종사자에 대한 근로시간제 면제를 폭넓게 적용하고 있지만, 사용자인 금융투자업자가 권한을 남용하여 투자자문업자나 애널리스트의 권익을 침해하는 경우 EAP 면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여 근로자의 피해를 구제한다.11) 결국 금융투자업의 특성을 반영한 근로시간제 규제완화에 수반되는 부작용은 엄격하고 경직된 사전규제를 통해 해결하기보다는 ADR 등을 활용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사후구제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저소득 금융투자업자에 대한 근로시간제 면제제도의 남용을 막기 위해,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봉급기준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종합하자면, 근로자의 권익과 행복을 향상시키기 위해 현재 시행중인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그 제도적 취지를 십분 살려서 발전시켜야 한다. 다만 혁신성장 정책과의 정합성과 혁신금융을 담당하는 금융투자업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가 추진하는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연장,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업무에 대한 재량근로제 적용 등은 신속하게 제도화되어야 한다. 둘째, 핀테크 등 혁신금융의 연구개발, 해외주식업무 등을 재량근로제 업무로 편입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근로시간제 피해 근로자에 대한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해 대체적 분쟁해결책인 ADR의 활성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1) Jiyeun Lee, 2019. 6. 28, South Korea’s Limit on Work Hours Could Trim Economic Growth, Goldman Says, Bloomberg.
2) 뉴시스, 2019. 6. 20, 재량근로제 가능 범위는 어디까지?… 고용부, 내달 지침 공개.
3) 고액임금근로자라 하더라도 목수, 전기공, 기계공, 배관공 등의 육체노동 종사자는 고액임금근로자로서의 면제 대상이 아니다. 29 CFR 541.601.

4) 외근 판매직 면제에 있어, 봉급 기준은 적용되지 않는다. 29 CFR 541.500(c).

5) ArbZG, § 18 Nichtanwendung des Gesetzes (1) 1.
6) Eurofound, 2015, Opting Out of the European Working Time Directive, p. 7 참조. 
7) き方改革を推進するための係法律の整備にする法律(2019년 7월 6일 공포), https://www.mhlw.go.jp/stf/seisakunitsuite/bunya/0000148322.html.
8) 基準法 第412.
9) 厚生省 告示, 2019. 3 25, 基準法第四十一の二第一項の規定により同項第一の業務に事する者の適正な件の確保をるための指針, 第88?.
10) Andrew Gutmann, 2013, How to Be an Investment Banker: Recruiting, Interviewing, and Landing the Job, Wiley.
11) Devries v. Morgan Stanley, S.D. Fla. July 11, 2016; Klim v. DS Services of America, N.D.Ga.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