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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포커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동향을 제공하는 격주간지

요약
비상장기업 자금공급 확대를 위해 해외 유사 제도를 벤치마킹하여 도입될 예정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는 국내 모험자본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와 유사한 대표적인 해외사례로는 제도 도입의 모태가 된 미국 BDC와 영국 VCT가 있으며 각국 모험자본시장의 특징과 세부 규제의 차이로 미국 BDC는 채권형 투자기구, VCT는 세제혜택 기반 주식형 투자기구로 운용되어 왔다. 해외사례는 국내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제도의 안착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정책목적 구현을 위한 충분한 의무 적격투자 비율과 지분투자 비율의 설정이 필요하다. 둘째, 세제혜택을 부여할 경우 기존 국내 모험자본 투자에 부여되는 세제혜택 수준을 고려하되 세제혜택에 상응하는 수준의 적격투자비율과 지분투자 비율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동일 운용사가 사모 벤처펀드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를 동시에 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 문제를 최소화하고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의 도입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모험자본 공급을 활성화하고 일반투자자들이 유망 비상장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미국 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 제도를 벤치마킹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제도를 도입하기로 발표하였다.1) 현재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2022년 3월 31일) 공고가 이루어진 상태로 개정안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의 정의, 설립요건, 운용규제, 인가요건 등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제도 운용 세부사항의 확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는 자산총액의 40% 이상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집합투자재산을 벤처기업 등 비상장기업에 금전 대여, 증권 매입 등의 방법으로 투자하는 상장ㆍ폐쇄형 투자기구이다. 공모형 투자기구로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에는 다양한 운용규제가 부과된다. 첫째, 분산투자를 위해 개별 투자는 자산총액의 20% 내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된다. 둘째, 벤처기업 등 주투자대상기업이 발행한 지분증권 총수의 50%를 초과하는 일정 비율 이상의 투자가 금지된다. 셋째, 유동성 관리를 위해 집합투자재산의 10%를 초과하는 일정 비율 이상을 국채 등 안정적인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여야 한다. 넷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는 차입을 통한 자금조달이 가능하며 차입한도는 자기자본의 100%이다. 한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는 존속기간 5년 이상, 500억원 이하 일정액 이상의 환매금지형으로 설정ㆍ설립하여야 하며 90일 이내 상장이 의무화된다. 마지막으로 운용사 인가요건으로는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의 인가요건을 적용하되 대주주와 관련된 완화된 요건을 적용하여 벤처캐피탈 운용사의 진입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현재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의 운용에 국내 자산운용사, 증권사, 벤처캐피탈 운용사 등 다양한 모험자본 중개기관의 참여가 예상되고 있어 동 제도는 국내 모험자본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한국형 BDC라고 할 수 있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제도는 해외의 유사 제도를 도입한 사례로서 국내 현실에 부합하는 제도 운용 방향의 모색을 위해서는 해외의 운용 경험으로부터 시사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미국 BDC와 영국 VCT
 

전술한 바와 같이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는 해외의 유사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있는데 이러한 대표적인 해외사례로는 미국의 BDC와 영국의 VCT(Venture Capital Trust)를 들 수 있다. 미국 BDC는 1980년 소기업투자촉진법(Small Business Incentive Act) 제정을 통하여 사모증권에 투자할 수 있는 공모ㆍ폐쇄형 투자회사로서 도입된 투자기구이다. 영국 VCT는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간접적으로 소규모 비상장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1995년 도입된 상장 투자회사로서 높은 수준의 세제혜택을 특징으로 한다. 미국 BDC와 영국 VCT는 기본적으로 공개 또는 상장형 벤처캐피탈 펀드로서 비상장 중소기업의 지분투자 확대를 염두에 두고 도입되었으나 각국 모험자본시장의 특징과 세부 운용규제의 차이로 인하여 미국 BDC는 대출 위주의 채권형 투자기구로, 영국은 보통주 투자 중심의 지분형 투자기구로 운용되어 왔다. 이하에서는 미국 BDC와 영국 VCT 제도의 현황, 특징 및 운용규제에 대하여 살펴본다.
 
먼저 미국 BDC는 미국 신생 혁신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투자회사법(Investment Company Act)상 규제를 완화한 소기업투자촉진법 제정을 통해 폐쇄형 투자회사로 도입되었다. 따라서 BDC는 투자회사법상 투자자보호의 유지를 전제로 벤처캐피탈 투자 확대를 위해 규제를 완화한 투자기구라고 할 수 있다. BDC는 1980년 제도 도입 이후 수차례의 규제 완화를 거치며 성장을 지속하여 2020년말 기준 115개의 BDC가 운용 중이며 이 중 상장 BDC는 50개, 운용자산 규모는 89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BDC는 비상장기업 또는 시가총액 2,500만달러 미만 상장기업을 의미하는 ‘적격 포트폴리오 기업(eligible portfolio company)’에 투자하여야 하며 ‘중요한 경영지원(significant managerial assistance)’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조건은 사모 벤처캐피탈의 운용방식을 BDC 운용에 모사하기 위하여 규정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적격투자는 지분 또는 채권 투자가 모두 가능하다. BDC는 분산투자 요건을 갖추고 수입의 90% 이상을 주주에게 배당할 경우 법인세 면제 혜택이 부여된다. 또한 투자회사법 상 일반 폐쇄형 투자회사와 비교하여 레버리지와 특수관계자 거래와 관련된 운용규제가 완화되어 있다. 레버리지 비율2)의 경우 일반 폐쇄형 투자회사가 50%인 반면 BDC는 200%이다. 한편 자료가 존재하는 48개 상장 BDC의 평균 레버리지 비율은 95%로서3) 포트폴리오중 채권 비중은 평균 82.2%인 반면 주식형 BDC는 4개에 그치고 있어 미국 BDC는 대출 중심의 비상장 신용펀드(private credit fund)로 운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영국 VCT는 영국의 상장 폐쇄형 투자회사인 투자신탁(investment trust)4)의 한 유형으로개인투자자가 소규모 비상장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최대 20만파운드를 한도로 30%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절세형 투자수단이다.5) 영국 VCT는 1995년 제도 도입 이후 누적 96.9억파운드의 자금을 모집한 가운데 2021년 한 해의 경우 6.7억파운드의 자금을 모집하였으며 2021년말 기준 57개의 VCT가 상장되어 있다. VCT의 적격 투자대상은 미국 BDC와 유사한 비상장기업 또는 AIM(Alternative Investment Market) 상장기업이며, 높은 수준의 세제혜택이 부여되는 대신 피투자기업의 자산 및 종업원 규모, 건당 및 누적 투자규모, 보통주 투자비중, 업력, 자금 용도 등에 대하여 세밀한 운용규제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피투자기업의 업력은 7년 미만이어야 하며 자산 및 종업원 최대 규모는 각각 1,500만파운드, 250명으로서 피투자기업별로 건당 최대 투자한도 백만파운드, 과거 12개월 누적 한도 5백만파운드, 전체 기간 투자한도 1,200만파운드 등의 투자한도가 적용된다. 이렇듯 VCT는 창업초기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중심의 운용규제가 설정되어 있어 레버리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투자위험 보전을 위하여 VCT 자체의 법인세 면제와 더불어 투자자에 대한 소득공제, 배당소득세 및 VCT 주식의 양도소득세 면제 등 높은 수준의 세제혜택이 부여된다.
 
  
해외사례를 통한 국내 시사점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도입의 의의는 공적 자본시장을 통해서 비상장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모험자본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제도 운용의 요체는 공적 자본시장을 통한 모험자본 확대와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투자자보호 간의 균형을 조화롭게 이루어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과 영국의 유사사례는 바람직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제도 운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의 도입 목적이 비상장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충분한 의무 적격투자 비율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 BDC와 영국 VCT는 각각 70%, 80%에 해당하는 의무 적격투자 비율을 설정하고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모험자본 투자 확대라는 정책목적 관점에서 최소 지분투자 비율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 BDC의 경우 투자수단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부여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채권형 투자기구로 운용되는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러한 최소 지분투자 비율의 설정은 후술하는 세제혜택 부여와 관련하여 중요한 기준이 된다.
 
둘째, 대부분의 국가에서 투자위험이 높은 비상장 혁신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또는 벤처캐피탈 출자에는 세제혜택이 부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도 개인투자자의 벤처캐피탈 투자 및 출자에 대하여 일정 수준의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장기업에 대한 자금 대여 등에 대하여 세제혜택이 부여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에 대한 세제혜택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의 운용방식과 밀접한 관련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위험의 보전과 제도의 조기 안착을 위해 세제혜택을 부여할 경우 기존 국내 모험자본 투자에 부여되는 세제혜택 수준을 고려하되 구체적 수준은 정책목적에 따른 의무 지분투자 비율의 설정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셋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운용에 자산운용사, 증권사, 벤처캐피탈 운용사 등 다양한 모험자본 중개기관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동일 운용사가 사모 벤처펀드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를 동시에 운용할 경우 투자와 회수 등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발굴한 투자처의 펀드 간 귀속 문제, 펀드 간 공동투자 및 펀드 간 자전거래 시의 이해상충 가능성이다. 기관출자자에 의해 이해상충 가능성이 통제되는 사모 벤처캐피탈 펀드와 달리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는 일반투자자를 통하여 운용사 통제가 이루어지기 어려우므로 이러한 이해상충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1) 금융위원회, 2019. 10. 7, ‘기업성장투자기구(BDC)’ 제도 도입방안, 보도자료.
2) 투자회사법의 레버리지는 자산커버리지(asset coverage) 비율에 의해 규제되는데 이는 차입금 대비 순자본과 차입금 합계의 비율이다. 일반 폐쇄형 투자회사와 BDC의 자산커버리지 최대 비율은 각각 300%, 150%로서 이는 자기자본 기준으로 각각 50%, 200%를 의미한다.
3) 2022년 3월 22일 기준이며 자료는 CEFData를 참조하였다.
4) 영국 investment trust는 편의상 투자신탁으로 번역하였으나 법적 실체는 투자회사이다.
5) VCT의 소득공제율은 1996~2004년간은 20%, 2005~2006년간은 40%였으며 2007년 이후에는 30%에 머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