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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글로벌 금융그룹의 실적 및 평가
2020 12/21
2020년 글로벌 금융그룹의 실적 및 평가 2020-27호 PDF
요약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계 실물경제는 큰 충격을 받고 있으나, 다수의 글로벌 금융그룹들은 오히려 수혜를 입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0년 3/4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올해 주요 금융그룹의 수익은 전년 대비 증가한 모습을 보인다. 코로나19가 주요 금융그룹의 소매ㆍ상업은행 사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시장의 변동성 증가에 따른 트레이딩 사업 수익의 증가는 이를 충분히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2020년의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2021년에는 트레이딩 수익은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경제활동의 정상화 과정에서 기업 자금조달, M&A, 구조조정 등 투자은행 사업 관련 수익은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2020년 3/4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올 한해 글로벌 금융그룹의 성과를 가늠해볼 수 있게 되었다. 연초에만 하더라도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이 사회 및 경제적 활동을 위축시키고,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금융그룹의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결과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다수의 글로벌 금융그룹은 우수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오히려 코로나19의 환경에서 수혜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2020년 3/4분기의 경우 상당수 글로벌 금융그룹은 애널리스트(analyst)의 예상을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그룹의 3/4분기까지의 9개월 간 누적 수익도 전년 동 기간에 비해 의미 있게 늘어났다. 특히, 이러한 실적은 금융그룹의 트레이딩 사업 수익이 크게 증가한데 기인하며 대부분의 사업과는 달리 트레이딩 사업에서는 불확실성의 증대가 기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코로나19는 글로벌 금융그룹의 소매ㆍ상업은행 사업에는 대손충당금 증가를 야기하여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그룹 간에는 사업구조에 따라 실적 차이가 나타난다.


코로나19 환경 속 기대 이상의 성과

2020년 코로나19의 환경이 글로벌 금융그룹에 미친 영향을 보기 위해서 9개 주요 금융그룹의 실적을 살펴본다.1) 이들 9개사는 투자은행, 트레이딩, 자산관리, 자산운용 및 소매ㆍ상업은행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대표적 금융그룹에 속한다. 2020년 1/4~3/4분기의 누적 수익은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제외하고 모든 금융그룹이 전년 동 기간에 비해 의미 있게 증가했다. 특히, 골드만삭스(23.8%), 모건스탠리(13.1%) 및 UBS(11.2%)는 올해 3/4분기까지 누적으로 전년 동 기간에 비해 수익이 10% 이상 증가한 우수한 실적을 달성했다. JP 모건(3.7%), 씨티(3.4%), 바클레이즈(3.0%) 등 소매ㆍ상업은행 사업 비중이 높은 투자은행도 올해 누적 수익이 전년 대비 3% 이상 증가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1/4~3/4분기 누적 순이익은 금융그룹별로 차이를 보인다. 모건스탠리(12.6%), UBS(37.4%), 크레딧스위스(17.7%) 및 도이치뱅크(101.5%)는 전년 동 기간 대비 수익 증가가 순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JP 모건(-39.1%), 뱅크오브아메리카(-41.5%), 씨티(-51.0%) 및 바클레이즈(-26.6%)는 양호한 수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매ㆍ상업은행 사업에서의 대손충당금 비축으로 인해 순이익이 전년 동 기간에 비해 큰 폭 감소했다.2)  여기에 골드만삭스는 2020년 3/4분기까지 누적 수익은 9개 금융그룹 중 가장 크게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오히려 22.2% 감소했는데, 이는 말레이시아 1MDB 사건과 관련된 벌금 및 법률비용에서 비롯된다.3)
 

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 ROE)도 금융그룹 간에 차이를 보인다. 글로벌 금융그룹의 2020년 1/4~3/4분기 누적 평균 ROE는 8.7%로 전년 동 기간 평균인 7.4%에 비해 1.3%p 증가했다. 9개 금융그룹 중 5개사는 전년 동 기간에 비해서 ROE가 높아진 반면, 4개사는 ROE가 낮아진 모습을 보인다. 특히, 트레이딩 사업에 힘입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및 UBS는 2020년 3/4분기까지 10%를 상회하는 ROE를 기록하고, 2019년 마이너스 ROE를 기록했던 도이치뱅크와 바클레이즈도 2020년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ROE가 개선되었다. 반면, JP 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및 씨티는 대손충당금 증가로, 크레딧스위스는 자산관리 사업 부진으로 전년 동 기간 대비 ROE가 감소했다. 
 


 
트레이딩 사업이 견인한 실적

2020년 글로벌 금융그룹의 실적은 트레이딩과 소매ㆍ상업은행 사업부문에 따라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년 동 기간 대비 2020년 1/4~3/4분기 누적 기준 9개 글로벌 금융그룹의 사업부문별 평균 수익 증감률은 투자은행 12.5%, 트레이딩 36.3%, 자산관리 1.2%, 자산운용 4.0%, 소매ㆍ상업은행 -2.0%로 나타난다. 이와 같은 사업부문별 실적의 차이는 개별 금융그룹의 사업구조와 결합되어 수익의 증감을 설명한다.
 
<그림 2>는 9개 글로벌 금융그룹의 2020년 1/4~3/4분기 누적 기준 수익구조를 보여준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 및 바클레이즈의 경우 트레이딩 수익 비중이 30%를 상회하는 반면, JP 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및 바클레이즈는 소매ㆍ상업은행 수익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2020년은 투자은행ㆍ트레이딩 중심 금융그룹에는 유리하고, 소매ㆍ사업은행 중심 금융그룹에는 다소 불리한 한해였다. 우선 상반기에는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 환경 속에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융그룹의 투자은행 사업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또한, 코로나19의 장기화, 미국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한 시장의 변동성 증폭이 트레이딩 사업의 수혜로 이어졌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는 기업 및 가계의 대출, 카드 사용, 자동차 할부(auto loan) 등을 위축시켜 소매ㆍ상업은행 사업에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림 3>은 9개 금융그룹의 2019년 대비 2020년 1/4~3/4분기 누적 사업부문별 수익 증감 규모를 보여준다. 두드러진 부분은 트레이딩 사업부문의 수익 증가와 소매ㆍ상업은행 사업부문 수익의 감소이며, 절대적 규모 측면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제외한 모든 금융그룹에 있어서 트레이딩 수익 증가 규모가 소매ㆍ상업은행 수익 감소 규모를 상회한다는 점이다. 결국 올해 주요 금융그룹의 실적은 트레이딩 사업의 수익 증가와 소매ㆍ상업은행 수익의 감소 간의 차이에 따라 결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론

코로나19의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글로벌 금융그룹은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달성하고, 일부 금융그룹은 4/4분기에 큰 이변이 없는 이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산업 및 기업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다수 산업 및 기업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으나, IT, 금융 등 일부 산업에 속하는 기업의 경우 비대면 수요 확대, 시장 변동성 증가 등의 요인으로 오히려 수익이 증가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글로벌 금융그룹이 이러한 경우에 속하며, 국내 증권사 또한 올해 개인 투자자의 주식거래가 크게 증가하면서 위탁매매에서 우수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4) 

그러나 2021년에도 올해와 같은 상황이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최근 미국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이미 일부 제약회사의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에 접어든 상황으로 내년에는 시장의 변동성이 올해에 비해 줄어들고 경제활동도 정상화 궤도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그룹의 트레이딩 수익은 다소 감소하고, 소매ㆍ상업은행 수익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코로나19가 남긴 실물경제의 충격으로부터 회복하는 과정에서 기업 자금조달, M&A, 구조조정 등 투자은행 사업 관련 수익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증권사 또한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맞추어 사업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1)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 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UBS, 크레딧스위스, 도이치뱅크, 바클레이즈
2) 9개 금융그룹의 1/4~3/4분기 누적 대손충당금은 2019년 대비 2020년 평균 229% 증가했다.
3) 골드만삭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4~3/4분기 누적 운용비용(operating expenses) 중 기타 비용(other expenses)은 2019년 15.6억달러에서 2020년 50.3억달러로 증가했으며, 이는 대부분 법률비용 등에 대한 충당금과 관련된 것으로 설명한다.
4) 글로벌 금융그룹의 트레이딩 수익 증가는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이루어진 반면, 국내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익 증가는 개인 투자자의 주식거래가 견인한 차이가 있다.